“항상 떨어졌는데 올해라고 별 수 있을까요? 의협회장 선거에서 서울시의사회장의 장점은 없습니다. 내기를 한다면 ‘떨어진다’에 걸겠습니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담반, 농담반으로 이렇게 답했다.

올해도 다를 건 없었다. 이미 확인한 대로 의협회장 선거에서 박홍준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001년 직선제 도입 이후 치러진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는 직선 9회, 간선 1회 등 총 10회다.

이중 2014년 보궐선거를 제외하고 서울시의사회장 출신 후보가 모두 출마했고, 2018년 선거에는 전ㆍ현직회장 두 명이 출마했다.

중복 후보까지 포함하면 9회 선거에 10명이 출마했는데, 이중 전직 회장이 4명, 현직 회장이 6명이다.

결과는 전직 회장 4명 중 2명이 당선(김재정, 경만호)됐고, 현직 회장 6명(박한성, 경만호, 나현, 임수흠, 김숙희, 박홍준)은 모두 낙선했다.

2009년 경만호 후보 이후 12년째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현직 회장의 6회 도전, 6회 낙선은 충격적이기까지 한다.

문제는 서울시의사회장 후보의 낙선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첫째, 직선제로 치러지는 의협회장 선거와 달리, 서울시의사회장 선거는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 치러진다.

서울시의사회장 선거 후보는 소수 대의원(올해 기준 184명)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드물다.

선거에서 후보의 인지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간선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타 시도의사회장과 달리 서울시의사회장은 예외없이 부회장으로 의협 회무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의협 집행부가 회원들로부터 평가가 좋으면 현직 회장의 재선에 유리하므로 부회장인 서울시의사회장에게 좋을 게 없다.

반대로 집행부에 대한 평가가 나쁘면, 서울시의사회장도 도매급으로 묶여 회원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 이는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즉, 의협 집행부가 호평을 받든, 악평을 받는 서울시의사회장에겐 모두 불리한 결과로 돌아온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사회장은 의협 집행부 임기가 후반부에 들어서면 소극적으로 회무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세가 회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

셋째, 서울시의사회장 후보들의 태도다. 서울시의사회장은 의협회장 선거 초기부터 당선 유력 후보로 분류되는 탓에 도전적인 선거운동보다 지키는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타 후보보다 수동적인 선거운동을 반복하니, 유권자에게 예쁘게 보일리 없다.

올해 선거만 봐도, 임현택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해오던 대로 피켓을 들고 현장을 누볐지만, 박홍준 후보는 자신의 사진을 넣은 카드뉴스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또, 이필수 당선인도 후보군 중 가장 많은 발품을 판 후보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넷째, 서울시의사회장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의협회장 선거에서 장점이나, 프리미엄(덤)이 없다.

2015년과 2018년 두차례 의협회장에 도전한 임수흠 전 회장은 선거중 “서울시의사회장 프리미엄은 없더라. 더 많이 뛰고 회원과 소통한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험자의 말이니 새겨들을 만 하다.

이는 과거 선거를 보면 명확하게 확인된다.

과거 의협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현직 서울시의사회장 후보들의 순위를 보면, 2006년 박한성 후보 5위, 2007년 경만호 후보 3위, 2012년 나현 후보 2위, 2015년 임수흠 후보 2위, 2018년 김숙희 후보 2위, 2021년 박홍준 후보 3위였다.

임수흠 후보가 추무진 당선인에게 66표 차이로 낙선한 2015년을 제외하면 당선권과 거리가 멀었다.

2012년 2위를 차지한 나현 후보는 노환규 당선인(839표)보다 618표 적은 221표에 그쳤다. 2018년 김숙희 후보도 최대집 당선인에게 1,976표나 뒤진 2위였다.

단지 당선되지 못한 수준이 아니라, 생각보다 더 서울시의사회장 후보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그렇다고 서울시의사회장이 의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협 최대 산하단체의 ‘장’이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출마를 포기했느냐는 평을 듣기 쉽기 때문이다.

서울시의사회장이 꼭 의협회장이 돼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하지만 서울시의사회장이 3년간 회무를 잘 수행해, 3만 회원으로부터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의협회장까지 당선된다면 의료계의 힘을 하나로 묶는데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서울시의사회장은 의협 최대 산하단체의 ‘장’이니까 말이다.

서울시의사회장의 의협회장 도전 잔혹사는 언제쯤 막을 내릴까?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