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격막 탈장을 발견하지 못해 8세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중 한 명의 변호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이준석 변호사가 의료과실을 과도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 예방효과는 없는 반면,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대 의사를 압박하기 위해 의료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는 기획소송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변호사
이준석 변호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의료행위의 형벌화와 행정처분의 제문제’를 주제로 13일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무법인 지우 이준석 변호사는 “의료행위와 관련해서 의사들이 가장 많이 형사처벌받는 법조항은 의료법 위반이다. 무면허 의료행위 공범, 환자유인행위, 진료기록부 부실기재 등이다. 또, 보험청구 관련한 사기죄나, 실손보험과 관련된 허위보험 청구에 협조해서 구속되는 등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고의범이다. 형법에서는 고의범을 처벌하고 예외적으로 법조항 주의의무 위반인 경우 과실범으로 처벌한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필요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처벌 받는다. 의사는 신체를 대상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주된 업무다.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의 건강이 회복될 수 있는 반면, 건강이 나빠지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나쁜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다른 업무와 성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형벌의 기능중 가장 중요한 게 범죄 예방적 기능이다. 강력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함으로써 잠재적 범죄자가 위축되거나 범죄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예방 기능이 의료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강하게 한다고 해서 의사가 필요한 진료행위를 피할 수 없다.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주의해도 기대하지 않은 악결과가 발생할 수있다. 그렇다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형벌에서 기대하는 범죄예방 효과는 매우 적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흉부외과, 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3D 진료과다. 이런 진료과는 전공의가 미달되고, 기존 전공의도 다른 과로 전과한다. 남은 전공의가 로딩을 떠안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사망이라는 나쁜 결과만 보고 법정 구속까지 하면 누가 힘들고, 경제적 보상도 적고, 구속 위험까지 있는 진료과를 선택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남 소아횡경막 탈장사건 소송의 피고인 중 한명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담당 피고인은 가정의학과 1년차 의사였는데 유죄판결을 받았다. 성남병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보니, 원칙적으로는 응급의학과의사가 해야할 일을 가정의학과의사에게 떠넘긴 상황이다. 경험이 부족한 1년차 의사가 엑스레이만 보고 판단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 의사를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사회정의를 위해서 고소ㆍ고발하는게 아니라 민사상 배상이 부족하다보니 형사처벌을 추가적 배상을 받기위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수사시관에서도 감정을 받는다. 사망사건 경우에는 꼭 감정을 받는데 대부분 중재원이나 의사협회로 요청한다. 감정결과가 형사처벌을 중대하게 좌우하게 되면, 감정의는 과실이 있다고 수사기관에 회신하면 의사가 법정구속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보수적으로 감정의견을 내게 되고, 수사기관은 무혐의로 처분하게 된다. 법원에서도 무죄 판단을 한다. 무죄를 받으면 민사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형사처벌이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업무상과실치사죄뿐만 아니라 의사에게 실질적 타격을 주기 위해서 의료법 위반도 추가해서 고소한다. 진료기록부 부실기재 등을 추가해서 기획소송처럼 하는 변호사도 있다.”라며, “다수 성형외과 환자를 대리한 사건이 성형외과의사회에서 이슈화된 적이 있다.”라고 예를 들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달리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되기 때문에 합의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는 변호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형사처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형벌의 범죄 예방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의사들이 위험진료를 회피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의료사고로부터 안전하고 비급여 진료를 통해 높은 수입을 올릴수 있는 미용시술시장으로 떠미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악결과는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절차를 통해 환자와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위자료 금액을 대폭 증액해서 민사상 배상 절차를 현실화하고, 의료사고 위험이 큰 진료과는 보상 한도를 늘리는 대신, 의사들의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앞서 주제발표자들은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료에 대해 모르는 판ㆍ검사들이 규범적 주의의무 위반을 의료과실로 규정한다.”라면서 “형법은 부주의한 행위로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복잡한 의료 시스템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인에게 규제수단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경희대학교 의료관리학과 김기영 교수는 “의료소송 증가는 불필요한 검사의 확대와 과도한 예방조치, 방어적 의료, 책임회피 및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라며,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을 경계했다.

그는 “입법은 환자의 법적 지위를 최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적화하는 입법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대안없이 형사처벌 최소화를 주장하는 것은 최근 법제정 추세로 볼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윤구현 대표는 “횡격막 탈장 사건을 언급하면서 최종적으로 유죄를 받은 의사를 언급하지 않는데, 의사에게 형사처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 그 사건을 봐야 한다. 본인이 X-레이 오더를 내고 확인하지 않았고, 영상의학과의사가 흉수가 차 있다고 소견을 냈는데도 확인을 안해서 유죄를 받았다. 이 의사도 처벌하지 않았어야 했느냐는 질문을 드리고 싶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윤 대표는 한의사 봉침사건도 언급했다.

윤 대표는 “의료사고는 의사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와 치과의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의사 봉침에 의한 환자사망 사건은 1심에서 설명의무 위반과 업무상 과칠치사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처벌하지 않았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민식이법처럼 형사처벌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민사배상에 형사처벌을 가중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법제정 추세로 봤을 때 대안없이 형사처벌 최소화를 주장하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형사처벌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지만 민사배상액을 납득할 수 있는 금액으로 올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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