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제도권 인정은 정치적 결정이었다. 곤혹스러웠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원장이자 보건의료학자인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16일 용산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열린 ‘의료정책연구소 워크숍’에서 감정자율기법의 신의료기술 통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이 같이 답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형선 교수는 2005년부터 2012년,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14년간 건정심 위원, 소위원장, 부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또, 2013년~2015년까지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을 맡아 수가협상에 참여했고,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다

이날 워크숍에서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은 “한방 분야 건강보험은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유하게 적용한다. 그런 쪽에서 건강보험이 너무 많이 세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정부쪽에서 제도화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 실장은 “최근 경혈자극을 통한 감정자율기법이 신의료기술로 통과돼 들여다보니 경혈을 세번 두드린 후 ‘나는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내용인데 이런 게 통과됐다. 의학을 전공하는 제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왜 (한방은) 쉽게 봐주고 제한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정형선 교수는 “제가 정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재정위원장 할 때 3년을 제외하고 건정심을 2005년부터 오래했다. 오래하다보니 그 과정을 계속 봐왔다. 말씀드리기 애매하다.”라고 주저했다.

정 교수는 “실제로 안건을 올리는 것은  복지부다. 답답해하면서 어쩔수 없이 지켜보는 게 한 두 건이 아니다. 한방과 관련돼 그런 입장에서 쳐다본 게 굉장히 많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진행돼 온 과정은 의료쪽 전문가들이 그동안 적용한 룰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거라고 저도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정치적인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 정책, 의료기술보다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방이라는 분야에 대해 보장성이나 포션(몫)을 어느정도 생각해서 안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그 부분을 유지시켜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공식적으로 저도 반대다.”라며, “그것이 이유가 돼 한방을 급여화한다든지 그런 건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그렇게 진행돼 곤혹스럽다. 과정에 일정부분 발언을 했는데 정치영역이라 역부족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행위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통해, 경혈을 두드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한방 비급여 행위로 등재시켰다.

이는 2019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의료의 위상을 땅바닥에 추락시킨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비급여 행위 등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한특위는 “경혈을 두드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주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신의료기술 결정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주행이며 의료의 퇴보를 상징하는 부끄럽고 뼈아픈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전남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비급여로 시작하지만 자동차보험과 관련된 만큼 국민의 부담을 대폭 올리게 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진단이 남발되게 될 것이다.”라면서, “정부는 과학적 검증 및 안전성, 유효성, 효율성이 인정된 진료 행위에 한해서만 건강보험에 등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정자유기법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단순하게 기분을 조금 나아지게 했다고 치료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과학적이지 않은 부분이 의학계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계 모두가 격앙돼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않은 부분을 인정한 것이 안타깝다. 허가해준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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