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밴드 규모를 듣진 못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추가소요재정(밴드)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다며 의원급 수가인상에 난색을 표했다. 처참하다. 협상할 이유를 모르겠다.”

이는 지난해 김동석 의협 수가협상단장이 건보공단 협상단과 2차 요양급여비용 협상(수가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탄식하며 한 말이다.

공급자단체 협상단이 정확한 수치를 듣진 못했지만, 밴드 규모를 대략 유추할 수 있도록 협상이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재정운영위원회는 재정운영소위 2차 회의에서 밴드를 확정해 왔다.

건보공단 협상단은 공급자단체 협상단과의 2차 협상부터 확정된 밴드를 손에 쥐고 협상에 나선다.

공급자단체 협상단 입장에선 밴드 규모를 정확히 알수 없지만, 건보공단 협상단의 협상태도와 발언을 토대로 대략적인 밴드를 예측하며 협상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공급자 단체는 이러한 협상 과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협상이라며 반발해 왔지만 어쨌든 골격이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는 2차 재정운영소위에서 밴드를 정하고 건보공단 협상단이 밴드를 쥐고 협상에 나서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23일 재정소위 2차 회의가 열렸지만 밴드를 결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공급자단체와 건보공단의 2차 협상은 깜깜이로 진행됐다.

상황이 이렇자 김동석 의협 단장은 공단 협상단으로부터 협상 조건을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밴드를 2조원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매년 1조원 안팎의 밴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 온 협상 테이블에서 밴드를 두 배 올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원가 이하인 수가를 적정 수가로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수가협상에서는 정해진 밴드만 제시하고 나눠먹으라고 하는 가입자단체와 건보공단에 대해 반발이다.

김 단장은 “(물건을 팔더라도) 원가 이상이어야 장사를 할 수 있다. 저수가라고 말만하지말고 수가를 올려서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추가소요재정을 2조원 이상 투입돼야 한다는 것은 의협 단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송재찬 병협 협상단장도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2조원의 추가소요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추가소요재정은 1조 666억원이었다. 지난 2020년 1조 478억원에서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올해는 재정운영소위 2차 회의에서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하지 못했고, 공급자단체들의 2조원 요구도 거세다.

31일 밤이면 추가소요재정과, 이를 각 공급자단체가 얼마만큼 나눠갖게 될지 결정될 것이다. 올해는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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