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의료기관을 경쟁시키고 서열화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평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심평원은 의료서비스 질향상을 내세우며 2017년부터 환자경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이비인후과의사회는 환자경험평가의 항목 중 의사의 태도나 예의를 평가하는 항목은 객관적이지 않으며, 신뢰도도 낮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심평원의 환자경험평가는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의 경험을 객관화하여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라며, “그러나 검사나 수술, 투약 전 설명이 됐느냐 같은 단순한 항목이 아닌 의사의 태도나 예의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들은 질문 자체가 객관적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하였습니까?’라는 문항에 대한 답변은 환자의 감정 상태나 개인의 성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치료의 결과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의사회의 설명이다.

의사회는 “의사-환자 관계는 존중과 예의, 경청, 위로와 공감 등 환자의 주관적 의견을 묻는 단순한 질문 몇 가지로 평가해 정량화하기에는 훨씬 복잡하고 깊이있는 문제이다.”라며, “이러한 평가 방식은 의사-환자 관계에 대한 기본적 개념이나 고민 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단순히 평가를 위한 평가로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낮은 응답률도 지적했다.

의사회는 “이번 3차 평가에서의 응답률은 14.6%에 불과하다.”라며, “응답 환자의 데이터는 전체 환자의 경험을 반영하지 못했다. 설문에 응답한 환자들은 비교적 만족도가 낮은 환자일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대상 선택의 오류로 인해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도 환자경험평가결과의 신뢰도를 낮추는 원인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환자경험평가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향상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회는 “이번 3차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보면 기존 대상 기관 91곳은 모든 평가항목에서 점수가 향상됐다고 분석된다. 이러한 결과가 과연 의료서비스의 질향상으로 인한 것인가.”라고 묻고, “이미 1차 2차 환자경험평가를 경험한 상급종합병원들은 평가 대응팀을 구성해 운영중이고, 과거 여러 가지 평가에서 경험했듯이 인력과 인프라, 자본을 갖춘 대형병원들은 평가를 위한 팀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만, 중소 병원이나 의원급은 여력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이미 3차 환자경험평가 상위권의 병원들은 환자경험평가 우수병원이라는 것을 앞세우며 홍보를 시작했고, 이는 또 다른 경쟁으로 병원들을 몰아넣는다. 결국은 환자경험평가 또한 의료기관 간의 경쟁을 심화하고 서열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이미 수많은 평가항목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의사회는 “심평원은 3차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4차 환자경험평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경험평가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무한 경쟁 중이다.”라며, “의사들이 환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근처의 다른 의원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친절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래경험평가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서비스의 질향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또한 외래 환자에 비해 적은 숫자의 입원 환자 평가조차 비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방식으로 평가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짧은 시간 외래를 경험한 수많은 환자의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지 걱정이 앞선다. 심평원이 외래경험평가를 통해 의사의 태도까지 평가하고, 이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통제하고 규제하려고 한다면 더 이상 의료계도 좌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의사의 예의까지 평가하려는 심평원의 환자경험평가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환자경험평가를 의원급 외래경험평가까지 확대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그 경쟁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시도를 즉각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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