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는 회색코뿔소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2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장은 보건의료를 회색코뿔소에 비유했다.

코뿔소는 덩치가 커서 달려오는 걸 쉽게 알 수 있고, 코뿔소와 부딪히면 위험하다는 것도 알지만, 무시하면 통제 불능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회색코뿔소는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간과하는 위험요인을 뜻한다.

박은철 소장은 최근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예로 들며 보건의료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박 소장은 “서울아산병원 사건은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발생했고, 전공의 지원율이 높은 신경외과 관련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크다.”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대형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중 사망한 사건이어서 지방 중소병원에서 신경외과보다 열악한 외과나 흉부외과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방향이 전공의 수련지원, 필수의료인력 교육수련 강화, 취약지 지원 및 규제 개선 등 맞춤형 지원으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방향이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전문 과목은 세부 전문과목으로, 평시보다 응급이나 야간 상황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필수의료 강화방안으로 수가인상, 지역의료강화, 세부 전문과목 인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먼저, 수가 인상과 관련해선 “기승전 수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수가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를 잡고 있기 때문에 수가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수가 인상 방안으로 ▲응급기본 진료료 ▲응급의료행위료 ▲야간 및 공휴 가산 ▲중증수술 수가 인상 등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응급기본진료료의 경우, A등급에 10~20% 가산하는 반면, C등급에는 10% 감산한다. AㆍB등급에 인센티브를 차등으로 주고 패널티를 없애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 응급의료행위료는 응급의료기관과 권역전문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차등 가산을 주는 것도 통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야간 및 공휴 수가 가산의 경우, 현재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 공휴일에 처치 및 수술의 50% 가산하는 것을 평일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 공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50% 가산을 주고, 공휴일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100% 가산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방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중심 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230개 공공병원 평가 및 개선, 응급지역기관만 있는 지역에 응급지역센터를 구축하고, 응급차 및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필수 세부전문과목 인력 강화와 관련해선, 의료질 평가기준에 필수 세부전문과목에 대한 적정인력 평가기준을 추가하고, 세부전문과목 인력당 주당 수술시간에 대해 가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현재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 ▲치과 등 9개 필수진료과목에서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를 추가해 12개 과목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도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재정 투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상운 보험정책부회장은 “건보재정으로 한다는 상황보다 구조가 느리고, 재정을 투입하는 상황이 어렵다.”라며,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서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부담하는 두터운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신응진 정책위원장도 “결국 수가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필수의료 수가개선에 있어서는 야간 휴일에 시행되는 검사나 시술, 고난도 수술에 대해 체감할 수 있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맹장수술의 경우 현재 수술비가 단순 28만원, 터진 맹장은 31만원 정도다. 쌍거풀 수술이 150만원인 걸 고려하면 현실화가 필요하다. 젊은 의사들이 외과계 지원을 기피하는데 수가개선을 해야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가 의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웅환 교수는 “정치하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흉부외과 문제를 10년째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없다. 2년 전 학회이사장일 때 흉부외과 문제를 호소했지만 언론에 기사 몇 줄 나가고 끝이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아는 수술의 50%는 수술명에 대한 수가가 없다. 심장수술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수가가 없다. 수가에 대해 정부가 정말 인색하다. 수가없는 수술을 하는데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분쟁특례법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상운 의협 부회장 “안정적인 중증 응급의료 제공하기 위한 환경조성을 포함해서 법적인 의료현장의 법적 분쟁이 일어날 부담감을 해소하는 게 필수적이다. 의료인의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사고는 어쩔수 없으나 선한 의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의료행위에 대한 불합리한 형사처벌이 온다면 어떤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겠나.”라며, “모든 대안의 밑바닥에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해서 안전한 의료환경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아산병원 사건 당시 26개 학회에 의견 조사를 했다. 주로 수가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복잡한 보건의료 문제가 수가 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전달체계, 인력 문제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 과장은 “수가체계, 인력강화문제, 전달체계 등 발제자가 제안한 체계로 가려고 한다. 수가와 정책 함께 고려하겠다. 또, 전문가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필수의료는 상대적이기도 하고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지금은 신경외과 개두술 문제가 불거졌지만 다른 부분이 불거질 수 있다. 의료계와 계속 소통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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