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간호법ㆍ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저지’ 투쟁 로드맵이 지난 10일 확정됐다.

박명하 비대위원장이 선출된 지 14일 만이고, 의협 임시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안이 의결된 지 20일 만이다.

과거 비대위가 위원을 추천받아 첫 회의를 하는데만 짧게는 20일, 길게는 50여일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로드맵이 발표된 셈이다.

총회 의결은 비대위 구성의 시작일 뿐, 비대위의 목표, 운영 방식, 활동 기간, 재원 마련 등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용에선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투쟁 로드맵에 따르면, 13일 비대위원장의 철야농성을 시작으로, 16일, 23일, 30일 세차례 시도의사회 중심으로 전국의 민주당 시도당사 앞에서 동시에 집회를 연다.

20일부터 비대위원장이 단식투쟁을 시작한다. 2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겨냥한 포석이다.

비대위원장은 23일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가결되면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단식 투쟁 동참을 요청하고, 부결돼도 단식을 이어간다.

단, 두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은 단식을 중단하고 저지 대책을 추진하되, 본회의 일정에 따라 단식을 다시 시작한다.

대규모 집회 일정을 보면, 비대위는 두 법안이 23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4월 2일 집회를 열고,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4월 9일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참석 인원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사후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법안 저지라는 목적을 고려하면 국회 본회의 전 주말이나 당일 집회가 효과적일 것이다.

비대위의 목적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다. 법안 통과 후 집회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대위는 “왜 통과시켰느냐.”고 따지기 위해 집회를 열려는 것인가.

게다가 투쟁 로드맵 일정은 대규모 집회까지만 정해졌다.

박명하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선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파업까지 고려한 투쟁으로 반드시 두 법안을 저지하겠다고 장담한 것과 다른 소극적 움직임이다.

지난 4일 비대위 발대식 당일 의협회관 외벽에 건 거창한 걸개와도 어울리지 않는 행보다.

박명하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 여론 추이를 고려해서 이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비대위에 주어진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두 법안이 본회의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투쟁 로드맵이 너무 느슨하지 않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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