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실 분만 의료사고의 피해 보상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각 상임위원회 소관 법안 94건을 심의ㆍ의결했다.

62번째로 다뤄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위원회 대안)’은 재석 178인 중 찬성 171인, 반대 0인, 기권 7인으로 가결됐다. 찬성률은 96.07%를 보였다.

2013년 4월 8일부터 시행 중인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하고, 그 재원은 국가와 의료기관이 각각 7:3 비율(30%)로 분담해 온 제도다.

이에 대해,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해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일방인 의료인에게 보상재원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민법 상 과실책임원칙에 반하고 의료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됐다.

특히 ‘직전 연도에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의 개설자’에 한해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은 분만의료기관의 분만 포기 현상과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 현상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개정안은 분만 의료사고 보상사업의 소요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한 재원 분담 근거를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의료계의 숙원이었던 이 법안은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개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환경과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가 역할을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2020년 7월 21일 발의했고, 2020년 11월 17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2022년 5월 23일 대표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5월 2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022년 12월 7일 두 법안을 심사 후 통합ㆍ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했고, 보건복지위원회는 2022년 12월 9일 대안을 위원회안으로 의결했다.

소관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가 24일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열어 심의ㆍ의결했고,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연이어 의결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 통과로 분만실적이 있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분담시키고 있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장재원의 분담 관련 규정을 삭제해 의료기관의 분만 포기 현상과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 현상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는 즉각 환영입장을 밝히고, 의료분쟁특례법 제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계는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해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고임에도 의료인에게 보상 재원 중 일부를 분담토록 하는 것은 민법상 과실책임원칙에 반하고, 의료기관의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100% 정부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고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 및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의협은 “또한 국민의 피해 구제를 위한 정부의 책무를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타당할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살리기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 국회와 정부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이번 법 개정을 효시로 삼아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육성 및 지원과 함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도 하루속히 제정해주길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하루 앞서 이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되자 산부인과의사회는 “매년 30명의 산모사망과 400명의 신생아 사망 사건 중 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신청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도, 이를 마련하기 위해 분만 현장을 떠나지 못했으나 이제 절망 속에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라고 안도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떠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분만 환경 개선이 불가피하다.”라며,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 금액 또한 의료 현실을 반영한 수준으로 조정되고 분만수가의 현실화가 이뤄져 보다 안정적인 분만 의료 환경이 되길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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