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들이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엉터리 수가협상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수가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문을 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건보공단의 수가인상률 제시로 인해 올해 협상이 결렬됐다.”라며, “지난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무려 10차례나 협상이 결렬됐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해 역대 최저수준인 2.1% 수가인상률이 결정된 이후 이번에는 사상 최저치인 1.6% 인상률을 기록하며 의원급 의료기관에 더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줬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인건비ㆍ관리비ㆍ재료비 등 비용지출 급증에 따른 원가 인상자료를 전달하고, 건보재정이 당기수지 2년 연속 흑자, 누적적립금이 24조에 이르는 만큼 의원유형에 대한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라며, “하지만, 건보공단은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공단의 SGR 연구결과 순위를 토대로 인상률을 통보하고 수용여부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거시지표 등을 활용해 SGR 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거시지표의 반영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밴딩의 규모ㆍ결정과정의 불투명함, 협상결렬시 조정절차 부재 등 기존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라며, “총 진료비가 100조를 넘어섰음에도 예년 수준의 밴딩 규모로 공급자간 다툼을 조장하는 협상 방식이 지속돼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의협 협상단은 “정부는 건보재정이 적자일 때에는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의료계의 희생을 요구하고, 흑자일 때는 보장성 강화 등 우선순위가 있다는 이유로 저수가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라며, “이제부터라도 적정 수가 책정에 우선적인 재정이 투입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또다시 국가적 재난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의협 협상단은 “앞으로 1년 후에 있을 2025년도 수가협상마저도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될 것을 우려한다.”라며, “필수의료 등 보건의료시스템 붕괴의 근본적인 이유인 저수가를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더 큰 비용부담으로 돌아와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1일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에 헌신한 의원 유형에게 역대 최하위 수가 인상률 제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건보공단이 의원급에 제시한 수가 인상률은 2008년 유형별 수가 협상 시작 후 역대 최하의 수치인 1.6%이다.”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인력 중 의사 사망이 가장 많았듯이 의원급 의료기관은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감염을 각오하고 헌신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니 깊은 좌절과 분노를 참을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대개협은 “건강보험재정이 2년 연속 흑자와 누적 적립금이 남아 있음에도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 수가로 만드는 의지가 없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 최근 몰락하는 필수 의료를 살려야 하고, ‘뺑뺑이 환자’ 사망 문제 등으로 인해 의료의 시스템 개선이 급박한 상황에서 역대 최저 수가 인상률을 제시받았다.”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현재의 수가 협상에서 사용되는 SGR 모형은 산출 결과에 대한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적용기준 시점이나 사용된 거시자료 등에 따라 목표진료비 산출방식의 타당성 문제, 거시적 진료비 관리 기능의 미흡 등 논란이 많아, 모형 개발 국가인 미국도 2014년 실제 계약 시 적용의 한계 등의 문제로 SGR 모형을 폐지했다.”라며, “공단은 매년 수가 협상이 끝나면 새로운 모형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이번 수가 협상을 앞두고 불합리한 협상 모형의 폐기와 재정위원회에 공급자인 의료단체가 배제되면 수가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성명서 발표와 이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사협회는 협상 거부 선언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의사협회는 결단하지 못하고 수가 협상에 참여해 아쉽다.”라며, “공급자 단체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함께 수가 협상을 거부했다면 명분이 있고, 수가 협상의 틀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대개협은 “의사협회에서는 엉터리 수가 협상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SGR 모형을 폐기하고, 물가 인상률, 최저임금 인상률 등에 연동하는 수가 보장을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라며, “정상 수가 보장과 공급자의 재정위원회 참여, 합리적인 수가 협상을 담보하지 않는 폭력적인 수가 협상에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의협 수가협상단이 사상 최저치인 1.6%의 수가인상률을 도저히 수용하지 못하고 2024년도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정부가 제시한 1.6% 인상을 거부한 것은 의사들의 이기심 때문인가, 정부의 오만함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최저 임금을 포함해 물가가 올랐다는 것은 모두가 느끼고 있고, 의료 기관 역시 유지 관리 비용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 의료기관의 유지 관리를 위해 정상적인 수가인상이 이뤄진다면 다행이지만, 1.6%라는 낮은 수가 인상이 이뤄지면 의료기관은 가장 쉬운 해결책을 찾을 것이고, 이는 비급여 진료를 확대하고 필수의료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하지만, 공언과 달리 의사들에게 필수의료를 포기하고 미용과 성형을 권장하고 있다.”라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된 소아과의 현실, 이미 폐과된 것이나 다름없는 흉부외과, 산부인과의 현실을 개선할 의지는 없고, 오히려 필수의료에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다. 낮은 수가 인상은 비급여라는 풍선을 부풀려 의료 현실을 왜곡시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우리나라 의료에 있어서 수가는 모든 문제의 시작이고 해결책이고 동시에 결과이다.”라며, “보장성 강화, 필수의료 살리기, 비급여 축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원이고 충분한 수가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라고 주장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당연지정제로 묶여있는 의료보험의 현실에서 1.6% 수가 인상을 제안한 것은 의료계를 길들이기 위한 정부의 오만함이 묻어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1.6% 수가인상이라는 푼돈으로 양질의 고급의료를 원하는 시민단체를 포함한 협상단은 그 참혹한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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