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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처방 될까요, 안될까요?

기사승인 2016.12.14  06: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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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법 상 불법이지만 복지부 유권해석은 달라 혼선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대리처방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의료법상 대리처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보건복지부는 일정한 요건 하에서 환자 가족에 의한 대리처방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모법과 하위규범 내용이 다른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결국 의료법에 따라 판단을 하기 때문에 처방을 해준 의사들만 처벌받는 구조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이 의료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유권해석으로 충분하다며 법 개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료법상 대리처방은 ‘불법’이지만…
의료법 제17조(진단서)제1항에 의하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 또는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

이처럼 의료법상 대면진료가 원칙으로 대리처방은 불법이지만, 복지부 고시나 유권해석에서는 허용돼 의료현장에서 관행적으로 대리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994년 7월 정신과 질환자의 약제를 대리수령하는 것을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정신질환자가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것을 기피ㆍ거부하는 등 부득이한 경우 환자의 가족이 내원해 약제를 가족에게 지급하는 것은 의사가 판단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이후 2006년 10월 ‘거동 불편 재진환자, 보호자가 처방전 대리교부 가능’ 보도자료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 재진환자는 보호자가 대리해 의사가 발행하는 처방전을 교부받을 수 있도록 ‘의료법’ 유권해석을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 및 2014년에도 대리진료(처방)에 관한 행정해석을 통해 “현재 의료법 규정에 따라 대면 진료가 원칙이나, 건강보험 관련 규정에서 예외적으로 가족에 대해 ▲동일 상병 ▲장기간 동일 처방 ▲환자 거동 불능 ▲주치의가 안전성 인정하는 경우에만 처방전 대리수령과 방문당 수가 산정(재진진찰료 소정점수의 50%)을 인정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리진료(처방)가 가능한 가족은 민법상 가족의 범위를 고려해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인정한다.

가족 이외 제3자(간병인 등)가 요청하는 경우 또는 다른 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대리진료(처방)가 불가하다.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상대가치점수(보건복지부 고시)’는 환자가 직접 내원하지 아니하고 환자 가족이 내원해 진료담당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를 수령하거나 처방전만 발급받는 경우에는 재진진찰료 소정점수의 50%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10조 제3항은 정신질환자가 직접 의료급여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보호자 등이 담당의사와 상담후 약제를 수령한 경우에도 의료급여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모법과 다른 하위규범에 의사들 혼란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의 유권해석과 고시가 의료법 제17조제1항과 상충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건강보험과 관련한 복지부 고시에서는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환자 가족’으로 한정하고 있는 반면, 의료급여 관련한 고시에서는 ‘보호자 등’이라고 넓게 인정해 처방전 대리수령이 가능한 범위를 두고 혼선을 겪고 있다.

대리처방 관련 복지부 유권해석 공문

일선 의사들이 대리처방이 가능한 요건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대리처방이 “무조건 불법”이라거나 “거동이 불편하면 가능”이라는 등,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리처방 가능 요건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복지부 고시에서 처방전 대리수령이 가능한 범위가 일치하지 않아 또다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복지부의 고시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장에서 빈번히 이뤄지는 대리처방 관행이 문제가 될 경우 법원에서는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심평원에서는 진료비를 삭감하는 것도 문제다.

법적 공방이 있을 경우 상위법인 의료법이 복지부의 유권해석보다 우선하므로 대리처방은 의료법 위반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리처방을 할 경우에는 처방전(전자처방전 포함) 등을 발급한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1년 이내의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의료계 “의료법 개정해 대리처방 규정 명확히 해야”
의료계는 복지부가 의료법을 개정해 모호한 대리처방 규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리처방과 관련해 의료법과 복지부 고시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최순실 게이트)도 마치 의사가 대리처방을 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식으로 복지부가 유도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근본적으로 대리처방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라며, “복지부는 장애인이나 노인의 경우 환자가 못오고 보호자가 내원할 때 대리처방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민원이 들어와서 자기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핑계를 대는데, 의료법에 정확히 해 놓으면 되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문제가 된 대리처방은 악용된 것이지만, 실제로 대리처방이 필요한 환자들도 있다.”라며, “정부가 대리처방이 허용되는 경우를 엄격히 제한해서 모법인 의료법에 정확히 명시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의 존엄성도 살아날텐데, 복지부 입장에서는 괜히 건드려서 자기들이 폭탄 맞을 필요가 있나 하는 식인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최순실 게이트의 대리처방 사건도 어떻게 보면 힘 없는 의사에게 그 분(대통령)이 필요하니 처방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그 분에게 간게 아니라 최순실이 사용한 것 같은데, 복지부는 이런 불리한 순간에는 항상 뒤로 빠져서 자신들은 잘못한게 없고 오직 불성실한 의사들 잘못이라고 여론을 몰아간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과거 의정협의체에서 대리처방 수가 개선도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복지부도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하는 수준에서만 끝나고 진척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3월에는 MBC 뉴스데스크가 ‘모르면 바가지 반값 진료비’ 보도를 통해 보호자 대리처방을 마치 진료비 할인제도인 양 소개해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의사협회는 “보호자 대리처방은 의료법상 대면진료 원칙에 위반되나, 거동불편환자의 진료상 편익을 위해 제한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라며, “하지만,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하기 때문에 약화 사고 등에 따른 위험부담은 증가하는 반면, 진찰료는 절반만 산정하도록 돼 있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왜곡보도로 인해 환자가 의료기관을 내원하지 않고 대리처방을 해도 무방하게 인식해 의료사고나 만성질환 합병증의 증가가 우려된다. 마치 의료기관이 환자 유치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보호자 대리처방을 하고, 책임소재 문제로 허위 기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MBC에 해명보도를 요구했다.

또한, 복지부 고시나 행정해석에 따라 보호자 대리처방을 했다하더라도 약화사고 등에 대한 법적인 보장과 안정성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대리처방에 따른 의료사고 발생시 그 피해를 의료기관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면서, 복지부는 환자들의 무분별한 대리처방 요구가 없도록 허용 가능한 대리처방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정확하게 안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기도의사회는 보호자 대리처방이 다양한 문제점을 양산한다고 지적하며, 대리 처방시 재진진찰료의 2배 이상을 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면진료라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원격진료라는 명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아 약화 사고의 위험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 경기도의사회의 지적이다.

또, 약화사고 등에 대한 법적인 보장과 안정성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대리처방에 따른 의료 사고 발생 시 그 피해를 의료기관이 고스란히 받게 되며, 보호자 확인이라는 추가적 행적부담이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사회는 대리처방의 악용사례를 막고 올바른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대리처방 시 재진 진찰료의 200%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부를 향해서는 환자들의 무분별한 대리처방 요구가 없도록 허용 가능한 대리처방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정확히 안내해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를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 유권해석으로 충분…법개정 계획 없어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미 유권해석으로 대리처방이 가능한 예외조항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법 개정 필요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료법과 하위규범이 달라 혼란이 있다는 지적은 의료계의 생각일 뿐이다.”라며, “그렇게 혼란이 있으면 1년에 600만건씩 대리처방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통해서 제한적으로 대리처방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속기록을 보면 이미 유권해석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굳이 복잡하게 법에 넣을 필요가 있느냐며 국회에서도 인정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발의할 경우 필요하다면 당연히 논의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당장 의료법 개정을 할 계획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10여 년 전 대리처방 요건을 의료법에 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2006년 10월 27일 개최한 민원원탁회의에서 민원인들이 제기한 제도개선사항을 수용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약속하며, 만성질환자가 거동이 불편한 재진환자인 경우에는 보호자가 대신 처방전을 교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7대 국회인 2007년 5월 정부안으로 ‘환자의 처방전 대리수령 근거 마련’ 조항 등이 포함된 의료법 전면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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