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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전공의 근무환경 ‘해 뜰 날’ 올까

기사승인 2017.04.05  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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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전협 조사에서도 문제 여전…수련환경평가위에 기대 걸어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박봉, 신체적ㆍ정신적 폭력, 성추행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기동훈)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16 전국수련병원 수련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당직비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지난해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주 80시간 근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전협은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된 만큼,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의 근무환경, 예나 지금이나 ‘열악’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대전협이 그 동안 시행해 온 조사 결과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지난 2003년 4월 대전협이 서울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들(2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13∼18시간 이라고 응답한 이가 49.6%(126명)에 달했으며, 19시간 이상이라는 답변도 13.4%로 집계됐다.

당직근무 횟수 역시 주당 평균 1∼2회가 39.4%로 가장 많았고, 이어 3∼4회가 28.7%, 5∼7회 5.1%로 조사됐다.

여성전공의들의 경우 출산휴가는 물론, 임신시 당직횟수나 업무조절에 있어서 대부분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임신중 과중한 업무로 유산을 경험한 이들도 확인됐다.

임금 문제도 심각했다. 당시 대전협에 따르면, 전국 153개 수련병원 중 중소규모 수련병원의 전공의 평균연봉은 2,000만원(월급여 165만원) 이하로 조사됐다.

이듬해인 2004년 7월 대전협이 전공의 2,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3%가 ‘업무량이 과도하다’고 응답했으며, ‘보통이다’는 22%, ‘적절하다’는 5%에 그쳤다.

근무환경에 대해선 70.3%가 ‘부적절하다’고 토로했고, 급여에 대해선 66.6%가 불만을 표한 반면, 27.9%는 ‘보통이다’, 5.5%는 ‘만족한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대전협이 1,808명을 대상으로 전공의의 근무환경 및 급여수준 등을 조사한 데 따르면, 주당 근무시간이 120~140시간에 달한다는 답변이 23.1%였고, 이어 100~120시간(21.5%), 40~60시간(17.8%), 80~100시간(17%) 등의 순이었다. 140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응답도 6.8%나 됐다.

평균 연봉은 사립대학 병원과 사립대 종합병원이 2,55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ㆍ공립 대학병원이 2,508만원, 단과전문병원 2,313만원, 준종합병원 2,259만원, 국ㆍ공립 종합병원 2,182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전협은 이 같은 임금수준이 대기업의 대졸 초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정을 촉구했다.

대전협은 2004년 7월 전공의들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대전협은 진정서에서 ▲근로시간이 1일 16시간 이상 되는 데다 주말이나 휴일 개념없이 살인적인 근무를 하고 있고 ▲여 전공의의 경우 법률상 보장된 출산휴 가를 다 사용할 수 없으며 ▲남녀 전공의들의 숙소가 구분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가 군의관으로 입대할 경우 일반 현역병보다 훨씬 긴 38개월이나 복무해야 한다면서 시정을 촉구했다.

2011년 10월 전국 68개의 수련병원의 전공의 급여 현황 조사에서도 문제는 여전했다. 예년에 비해 최저급여가 줄었지만, 표본 역시 예전에 비해 줄은 점을 주목했다.

당시 대전협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내과 2년차 급여의 평균은 약 3,700만원이었다.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곳은 서울아산병원으로 5,456만원이었으며 은평병원이 2,633만원으로 가장 낮은 연봉을 기록했다.

근무시간과 급여 뿐 아니라 고질적인 폭행 문제도 심각했다.

2014년 대전협의 ‘전공의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조사’에 의하면, 수련과정 중 언어폭력을 당한 경우가 65.8%,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경우가 22%로 집계됐다.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는 곧 전공의 건강 악화로 이어지며, 이는 환자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대전협이 지난 2015년 고려대 직업역학 김승섭 교수 연구실에서 제공 받아 발표한 ‘전공의의 건강상태와 환자 안전의 상관관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허리통증 62.5%(일반근로자 8.3%) ▲팔 통증 77.9%(26.3%) ▲다리 통증 39.9%(16.1%) ▲피부 문제 36.8%(2.4%) ▲두통 및 안구 피로 76.7%(17.1%) ▲복통 50.2%(1.5%) ▲심혈관계 질환 3.3%(0.5%) ▲피로 79.5%(20.3%) ▲수면장애 40.1%(2.2%) 등, 일반근로자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협은 지난 2010년 전공의 실수로 정맥으로 투여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에 주사해 열흘 후에 사망한 종현이 사건도 전공의의 무리한 근무로 인한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해 소아과 1년차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134시간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대전협은 환자안전을 위해서라도 전공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관련 내용을 동영상과 포스터 등으로 제작해 SNS를 통해 배포했고, 긍정적인 국민 여론이 형성돼 전공의특별법 발의와 통과에 기여할 수 있었다.

▽최근 조사에서도 문제 ‘여전’
지난해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최근 발표된 조사결과에서도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문제는 여전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당직비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주 80시간 근무 역시 대부분 안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전협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6 전국수련병원 수련평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직비 관련 문항에서는 1위 병원과 맨 끝 순위 병원의 데이터가 7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으며, 대부분의 그룹에서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대전협은 이번 조사에서 각 문항의 순위를 전체 순위가 아닌 수련중인 전공의 수를 고려한 병원별 규모로 나눠 ▲100명 이내 전공의 수련병원 ▲100~200명 전공의 수련 병원 ▲200~500명 전공의 수련 병원 ▲500명 이상 전공의 수련 병원 등 총 4개 그룹별 순위를 매겼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121개 수련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응답자 3,063명, 응답률 20%)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귀하의 주말 하루 평균 당직비는 얼마입니까?’라는 문항의 순위결과를 보면, 100명 이내 그룹의 1위는 강릉아산병원으로 12만 4,670원이고, 공동 15위인 대동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1만 7,500원으로 약 7배 가량의 차이를 보인다.

100~200명 그룹에서 1위는 강북삼성병원으로 10만 5,960원, 29위 동아대병원은 2만 200원으로 약 5배의 차이를 드러냈다.

200~500명 그룹의 경우도 비슷하다. 1위인 아주대병원은 8만 9,410원, 16위인 고려대구로병원은 1만 7,160원으로 약 5배의 수치다.

500명 이상 그룹의 경우는 1위 가톨릭중앙의료원이 15만 3,850원, 5위인 서울대병원이 7만 8,060원으로 약 2배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경우에 환자를 한 번에 평균 몇 명 담당합니까?’ 문항 역시 많게는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100명 이내 수련병원의 경우 1위인 강원대병원이 8.3명, 16위인 광주기독병원이 28.3명으로 약 3.4배나 차이가 났다.

그 외의 그룹에서는 평균 2배 정도의 차이를 나타냈으며, 500명 이상 그룹에서는 1위와 5위의 차이가 단 4명에 불과할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본인의 업무 중 전공의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십니까?’ 문항의 경우, 규모별에 큰 상관없이 대부분의 병원이 10~25% 대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병원은 가천대길병원으로 29.31%에 달했다.

또한 대부분 수련병원의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00명 이상 그룹에서는 주당 80시간 근무를 지키는 병원이 단 한 곳도 없었다. 1위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주 평균 근무시간이 약 92시간, 5위인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05시간에 육박했다.

80시간을 넘지 않는 병원은 각 그룹별 상위 1~3위 정도밖에 없었다. 100명 이내 그룹은 1위 대동병원(69.75시간), 2위 강원대병원(72.85시간), 3위 광명성애병원(79.21시간)으로 나타났다.

100~200명 그룹의 경우 1위 원광대병원(72.57시간), 2위 국립중앙의료원(77.58시간), 3위 순천향대부천병원(79.57시간)으로 나타났으며, 200~500명 그룹 1위는 영남대병원(73.60시간), 2위는 부산대병원(77.03시간)이 차지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법 시행 전부터 대통령령으로 8개 항목 개정 등 수 차례 수련환경 개선이 주장돼 왔지만 아직도 주 80시간 이상 근무 병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업무시간을 줄이더라도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의 질 저하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면서, “정부와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적극적인 조사와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직비 역시 아직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근 많은 병원들이 기본 급여를 낮추고 당직비를 올리는 꼼수를 보여 왔음에도 이런 수준에 그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과 폭행사건 문제도 여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교수 또는 상급 전공의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전공의는 31.2%에 달했다.

유경험 응답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A 병원으로 절반 이상(58.6%)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B 병원(57.9%)과 C 병원(54.8%), D 병원(50%) 등에서도 폭력 유경험자가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폭력 경험자가 없는 병원은 없었다.

‘교수 또는 상급 전공의에게 불쾌한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6개 병원 중 57개 병원에서 236명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의료계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계속 돼야”
의료계는 앞으로도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갈 길이 멀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의사협회 대변인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공의특별법을 만들 때에도 의협의 입장은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라며, “앞으로도 반드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외면하고 계속 가는 것보다는 전공의특별법 통과 이후 전공의들과 논의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는 것이 의협의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사견을 전제로 “병협이 대전협 쪽에 서운해 하는 것은 우리나라 병원의 사정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부분이다.”라며, “그런 부분을 좀 더 상의해 조사를 진행했더라면 국민에게 다가갈 때 더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전공의특별법 제정 이후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동훈 회장

기동훈 전공의협의회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과거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그 이유는 과거 근무환경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이다.”라며, “아직도 나아갈 길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기 회장은 특히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참관만 할 수 있고 발언권도 없었는데, 이제는 법적으로 전공의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라며, “공식적인 루트가 생긴 만큼, 의견을 많이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설문조사는 많았지만 정식으로 예산을 투입해 고대 통계학교실과 계약을 진행하는 등의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통계결과의 높은 신뢰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이번 설문조사는 각 문항의 순위를 전체 순위가 아닌 수련중인 전공의 수를 고려한 병원별 규모로 나눠 ▲100명 이내 전공의 수련병원 ▲100~200명 전공의 수련 병원 ▲200~500명 전공의 수련 병원 ▲500명 이상 전공의 수련 병원 등 총4개 그룹별 순위를 매겼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 회장은 “내ㆍ외부적으로 우리 목소리가 전달이 잘 되도록 노력했고, 국회나 언론에 문제를 제기할 때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말할 수 있는 정책적인 단체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전공의특별법 통과 이후 단순히 목소리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를 만들 수 있는 단체가 돼 앞으로도 계속 ‘에비던스’가 있는 정책들을 만들 계획이다. 해마다 설문조사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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