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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무술도장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7.08.22  0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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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이명진 의사평론가 이명진(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헬스포커스뉴스 칼럼/이명진 의사평론가>

도제교육(Apprenticeships)은 일정한 계약조건이나 자체 규율을 가지고 지식과 술기를 전수하는 일종의 직업교육방식이다.

공동체 생활이나 직업현장에서 일 대 일(man to man) 교육방식으로 교육자의 삶의 모습과 철학까지 함께 물려준다.

서양의 도제교육은 의학교육이 대표적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살펴보면 도제교육에 대한 방법과 사상이 잘 기술돼 있는 것으로 보아 의학교육이 도제교육의 시작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동양권에서는 장인이나 일부 직업의 비법을 전수하거나 무술을 전수하는 형태가 도제교육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도제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정규교육과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며 배우는 비정규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도제교육은 교육자가 롤모델의 역할을 잘 감당 할 때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2017년 롤모델이 돼야 할 의학 교육자들이 피교육자와 동료의사를 폭행한 소식들이 메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겠지만 의학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의학 도제교육의 부정적인 면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윗 년차 전공의가 후배 전공의를 폭행하고, 지도교수가 전공의를 때리고, 수술 중인 전임의 등을 내리치고, 길거리에서 후배교수를 꿇어앉힌 후 발로 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은 무술 도장이 아니다. 전문직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폭행이 그렇듯이 의학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사건은 육체적인 폭행뿐 아니라 언어폭력이 동반되기에 인격적 모욕감과 모멸감으로 마음에 상처가 깊고 오래 간다. 때로 자존심과 모멸감에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사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처벌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의사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사건을 근절하고 의학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상황을 정리하고 매듭을 지어갈 필요가 있다.

일련의 폭행사건들 속에 발견되는 공통된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찾아봤다.

먼저, 전문직 윤리에 대한 윤리의식 결여부분이다. 전문직 윤리의 시작은 동료의사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기원전 5세기에 만들어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면 의사들이 가져야 할 직능윤리 중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의사로서의 명예와 동료의사에 대한 존중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원전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에게 의술을 가르쳐준 스승을 부모와 같이 여기며 평생을 그의 동료로 살고 그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며 그의 아들을 내 형제와 같이 여기고 그가 원한다면 어떤 대가나 계약 없이 의술을 가르쳐 주겠습니다. 나의 아들과 나의 스승의 아들, 또 계약을 맺고 
의료법에 따르기로 맹세한 학생들에게 지식과 가르침을 주겠으며 그 외의 누구에게도 비밀로 하겠습니다>

동료 의사를 존중하지 못하고 인격적으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환자들을 어떤 모습으로 대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진정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은 동료를 존중하고 모든 폭력을 배격한다.

둘째, 소통방법의 미숙한 부분이다. 피교육자를 가르칠 때 비인격적인 폭력을 교육 방법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가르친다는 명분이 폭력을 담보할 수 없다. 교육생이나 후배의사에게 부족한 부분이나 답답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발견 될 때, 교육자의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절제된 말과 행동을 사용해야 한다.

의사와 같은 도제교육 하에서는 특히나 소통을 방법을 잘 배워야 한다. 학생교수법과 전공의 교육방법에 대한 점검과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셋째, 교수이자 의사로서 품위와 격을 갖춰야 한다. 의사는 전문직으로서 전문지식과 술기와 함께 의사로서 판단과 행동의 바탕이 되는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갖춰야 한다.

전문직업성은 의사의 품위가 신뢰를 유지시켜 준다. 의사는 의술을 배우면서 동시에 후배에게 의술을 가르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피교육자는 교육자의 말과 행동, 습관까지 쉽게 흉내 내고 닮아 간다. 그러기에 의사들의 교육은 정규교육(formal curriculum)과정보다 진료현장과 병원내의 생활 속에서 배우는 비정규 교육(informal curriculum)이 더 중요하다.

교수들은 전문직업성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전문직 윤리에 대해 충분한 숙지해야 하고, 이를 실천하는 롤모델이 돼야 한다. 성숙한 지식인의 품위와 존경의 대상이 되는 교육자가 되도록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폭력을 행해 가해자가 취할 자세이다.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피해의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용기가 필요하다.

일련의 폭행사고 뒷이야기에서 폭력을 행한 의사들의 사과와 반성보다는 자기변명의 기사만 보게 돼 안타깝다.

누구나 살면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깊이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용서를 비는 용기가 있었으면 한다.

폭행 사건의 깊은 상처가 빨리 아물고 회복되는 열쇠는 폭행을 한 사람이 쥐고 있다. 하지만 뉘우침이 없다면 같은 의사단체의 동료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다. 엄한 처벌과 격리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의사사회 전체가 버려야 할 나쁜 관행과 습관들 정리하는 성숙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헬스포커스 webmaster@healthfocus.co.kr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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