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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산으로 간 당연지정제 토론회

기사승인 2017.09.14  06: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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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부 면피용 카드 지적 연거푸 나오자 섭섭하다 반발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위한 토론회가 회원들의 비판에 직면한 의사협회 집행부가 면피용으로 꺼낸 카드라는 비판이 연거푸 나와 빛이 바랬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지난 13일 오후 7시 의협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비급여 진료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은 2000년과 2012년 두차례 당연지정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4년 각각 합헌 판결을 내렸다.

급여의 비용산정과 비급여의 가능성 등을 통해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하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은 주제발표에서 “당연지정제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비급여의 전면급여화에 대한 일종의 출구 확보와, 건강보험제도의 규제를 벗어난 국민의 선택권 보장을 법과 제도적으로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토론회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과거 헌법소원을 제기한 의도는 당연지정제 폐지보다는 이를 법률로써 강제하는 위헌 요소를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시도였다.”라며, “현재 전국민 의료보험 하에서는 강제지정제 폐지에 따른 의료기관의 실질적ㆍ현실적 이득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국공립 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당연 지정 ▲미용ㆍ성형 등 일체의 보험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 지정 제외 ▲요양기관 지정 거부 특정 의료기관의 한시적 예외 선택권 부여 등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미용과 성형 등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 영역은 여전히 유지되므로 비급여 항목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헌재 판례가 바뀔지 여부는 미지수다.”라며, “다만, 의학의 발전과 기술 개발에 건강보험제도가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하고, 비급여 전면 폐지로 획일적인 수가가 강제될 경우 위헌 여지도 높다.”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위한 법개정과, 당연지정제 하에서 적정수가 보장을 위한 개선 등 양측면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토론자들은 의사협회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주제로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을지대 예방의학교실 장석용 교수는 “협회 주장은 비급여를 주로 진료하는 과에 한해 1년간 당연지정을 풀어주자는 것이지만, 일부 기관이 지정 해지가 되면 모든 과가 당연지정제를 풀자고 요구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석용 교수는 “당연지정제에선 복지부가 의료기관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제제는 불법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지만 선별계약제가 되면 불법에 이르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계약 연장을 취소할 수 있다.”라며, “취소 사유는 많아지고, 그 피해가 의료기관과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선택적 예외를 주장하려면 단일의료기관에서 급여와 비급여 진료할 수 있는지와 계약의 주체는 의사인지, 의료기관인지 명확하게 주장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여명 유화진 변호사도 “당연지정제 예외와 관련해서 의료계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느냐.”라고 묻고, “일반회원들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회원에게 돌아갈 이익과 불이익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토론자는 한술 더 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기조에 대해 회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찾다가 당연지정제를 이야기해 보자고 결정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준현 대표는 “비급여 영역은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갉아 먹는다. 비용효과성이 담보 안되는 것도 있고 비용부담도 높기 때문에 굳이 집중할 필요가 없다.”라면서, “오히려 건강보험 안에서 비용효과성이 담보된 의료행위를 환자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이에 대해 보상받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주장했다.

라포르시안 김상기 편집부국장 “오늘 토론회가 갑작스럽게 마련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발표를 들으면서 의협이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 화두를 꺼내면서 명확한 목적과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라며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김 부국장도 “의협에서 문재인 케어가 공개된 후 회원 여론이 악화되니까 면피용으로 이 화두를 꺼낸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라면서, “이 논의는 자칫 국민이 보기에 의료계가 건보 재정 강화대책에 어깃장을 놓는 수단으로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주장하는게 아닌가 그런 여론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유념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당연지정제를 계약제로 바꾼다고 해도 이탈해서 생존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정부에서 당연지정제를 계약 지정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의료계에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단 손영래 비급여관리팀장 겸 예비급여팀장은 “의료부분에서 공적 관리가 안되는 사적 영역이 열린다는 것과, 단일보험자와 다수 의료기관의 계약은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정부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반대한다.”라고 분명히 했다.

손 팀장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단일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의료기관 솎아내기가 가능하다. 공단이 제안하는 이상적인 의료서비스 제공하지 않는 의료기관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라며, “의료계 스스로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료계에 유리한가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이슈인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손 팀장도 “당연지정제 토론회는 시의성이 맞지 않는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 전술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라면 너무 먼길을 돌아가는 것 같다.”라며, “보장성 강화 대책의 문제점을 직접 지적하는게 낫다.”라고 일침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좌장을 맡던 김록권 의협 상근부회장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토론회를 준비한 게 아니다. 의료계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있어서 검증을 하기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라고 해명했다.

주제 발표를 한 김형수 실장도 “당연지정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어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부에서 논의해 볼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방청하던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장도 “토론회가 폄하된 것에 대해 유감이다. 조금이라도 논란이 있다면 의협은 수시로 토론하고 장단점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문재인 케어는 제2의 의약분업이라고 본다. 당연지정제 하에서 문 케어로 인해 의사들은 더 불리해져 간다. 적정수가에 대해 대통령과 복지부의 말이 다르다.”라며, “보장성 강화는 비급여를 급여화해서 강화해야 할 게 아니라, 국민의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게 더 보장성이 강화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손 팀장은 “오늘 토론회는 당연지정제 예외 지정에 대한 토론인데, 보장성 강화에 대해 논의되고 있다.”라며, “차라리 보장성 강화 토론회를 하자고 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따졌다.

손 팀장은 “당연지정제 폐지의 방법론과, 폐지를 했을 때 이익 여부, 그리고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는데 의아하다. 보장성 강화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는 의료보험 도입, 의약분업,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과, 최근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까지 의료계의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후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 주장이 나와서 이 기회에 논의해 보자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연지정제 이야기가 생뚱맞게 나왔다고 발제자부터 토론자까지 말하고 있다. 택도 없다고 말하니까 섭섭하다.”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토론회는 주최측의 주제 선정과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면서 정작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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