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추무진 회장 불신임안 부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가결이라는 결과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추무진 회장은 불신임안이 부결돼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불신임에 반대한 대의원보다 찬성한 대의원이 많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비대위는 협상과 투쟁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강력한 투쟁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임총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임시총회는 왜 열렸나?
지나 8월 22일 임수흠 대의원의장은 의협회관 7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대의원총회 개최소식을 전했다.

임 의장은 지난 8월 19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끝에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시총회에서 논의될 안건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및 비대위 구성이라면서, 의견을 수렴해 추가로 부의안건을 결정하겠디고 설명했다.

임 의장의 설명대로 임시총회에서 비대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건이 통과됐다. 비대위는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갖게 되며, 재정에 관한 권한도 부여받았다.

대의원들은 비대위가 소요되는 비용을 선집행한 뒤 회장과 의장에게 보고하고, 추후 대의원총회에서 인준하도록 했다.

▽추무진 회장, 불신임안 부결

임시총회 첫 안건은 추무진 회장 불신임의 건이었다.

총회 전 의료계 안팎에서 불신임 가결 요건인 참석대의원의 3분의 2를 넘기진 못하겠지만 과반은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표결 결과, 참석대의원 181명 중 찬성 106명, 반대 74명 기권 1명으로 불심인안은 부결됐다.

불신임에 찬성한 대의원이 더 많으니 가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오고, 일각에선 추 회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추 회장의 불신임안이 부결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특히 불신임 발의를 주도했던 최상림 대의원은 불신임안 제안설명에서 “추 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장 불출마를 선언하고 협상은 비대위에 맡긴 채 회무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하면 이 사실을 알려서 불신임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했으나 추 회장이 단호히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불신임 발의 이유가 추 회장의 회무가 회원들에게 해악을 끼쳐서 인가, 아니면 추 회장이 3선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아서인가?

불출마 선언과 불신임을 거래하려 했던 것은 불신임 발의의 정당성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추무진 회장의 단식 중단

임시총회 말미에 추무진 회장이 단식 중단을 선언하자 장내가 소란해졌다.

일부 대의원은 응원하는 박수를 쳤고, 일부 대의원은 단식을 계속하라고 소리쳤다.

추무진 회장의 단식이 임시총회에서 불신임안의 부결을 노린 정치적인 쇼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상임이사는 임시총회가 열리기 전 추무진 회장에게 불신임안이 부결되더라도 단식을 1~2일 가량 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틀 더 단식한 후 구급차에 실려나가는 그림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추 회장은 지난 13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16일 임시총회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불신임이 부결되자 단식 중단을 선언한 게 아니라, 당초 약속한 기간을 지키고 단식을 중단한 것이다.

오히려 그가 단식을 계속하다가 구급차에 실려나간다면 그것이 더 3선을 위한 단식쇼로 평가받지 않았을까?

▽비대위, 비용 집행 문제가 발목 잡을 수도
임시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이 통과됐다.

정부와의 투쟁과 협상에 대한 전권이 주어졌고, 재정에 관한 권한도 부여됐다.

대의원들은 비대위가 소요비용을 우선 사용하고, 의장과 회장에게 보고만 하도록 결정했다. 대의원들은 이를 추후 대의원총회에서 승인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의협회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고 후 사후 추인은 정관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관 제14조(임원의 임무)1항은 ‘회장은 협회를 대표하고 회무를 통괄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같은 조 5항은 ‘감사는 회무 및 회계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대의원총회에 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관 제54조(예산 및 결산)3항은 ‘각 연도의 세입세출결산은 총회 전에 감사의 감사를 거쳐 총회의 승인을 받은 후 주무부장관에게 보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대위가 임시총회의 결정대로 비용을 선집행 후 추인을 받는다면 정관 위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임시총회에서 비대위가 어느 예산을 어떤 범위 내에서 어떤 절차를 통해 사용하도록 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과거 비대위는 대부분 기금을 걷어 사용했기에 문제 소지가 덜하지만 이번 비대위는 따로 기금을 걷지 않는다.”라며, “어느 예산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사용하고, 감사는 어떻게 받을 것인지를 임총에서 결정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의협 한 감사는 회장과 재무이사에게 정관에 위배된 예산 집행을 할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비대위가 비용 집행문제로 출발부터 삐걱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강력한 비대위 가능한가?
이번 비대위는 추무진 집행부에서 만들어진 네번째 비대위다.

1기, 2기, 3기 비대위 모두 강력한 투쟁체를 표방했지만 실제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비대위는 없었다.

3기 모두 조직 구성도 같은 형태인데다 참여 인물도 해쳐 모여 수준이었다.

이번 비대위도 기존 비대위 구성과 유사하게 각 지역과 직역 인사를 골고루 참여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비대위는 투쟁보다는 홍보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비대위 주요 논의사항이 의협 집행부의 회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고, 투쟁 로드맵의 존재 여부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새 비대위가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 설정과 투쟁 로드맵 발표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수흠 의장은 9월말까지 비대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새 비대위가 의사 회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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