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건강보험재정운영개선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최근 활동 결과보고서를 통해 국민건강보험 누적흑자분의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특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 누적흑자분을 보장성 강화에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저수가의 현실화를 위한 선제적 문제제기를 위해 구성됐으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활동했다. 특위는 진찰료 개선을 통해 일차의료 활성화와 체계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재정 적자 전망되는데 활용 가능한가
기획재정부는 올해 3월 발표한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를 통해 2023년 안에 21조원 규모의 재정 적립금이 모두 소진된다고 예측했다. 당장 흑자라고 해도 불과 6년 후 재정 적자가 전망되는데 보장성 강화에 투입할 수 있을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좌)과 박양동 특위위원장(우)이 13일 의협회관서 건보재정개선운영특위결과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좌)과 박양동 특위위원장(우)이 13일 의협회관서 건보재정개선운영특위결과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특위는 건강보험 재정 추계치를 분석한 연구들을 예로 들며, 재정추계치와 현실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건강보험 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모두 추계한 한국조세연구원(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2014년), 국회예산정책처(2014년) 연구 등에 따르면, 2020년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1조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러한 적자폭은 2050년과 2060년 최소 21조 6,000억원에서 최대 660조원으로 확대된다.

재정추계 연구는 모두 재정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으며, 재정 지출의 급격한 증가 이유로 고령화 사회로 인한 노인의료비 증가, 만성질환 증가,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연구자별로 연구에 사용한 방법론, 변수의 자료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연구의 추계치는 다양하게 나타나며, 특히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와 같은 집단감염병 발병으로 갑작스러운 지출이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추계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과 변수를 고려해도 연구자간 추계치 편차가 크다는 게 특위의 지적이다.

특위는 “기획재정부의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보험료 인상과 급여의 축소, 공적재원 투자활성화 강화를 목적으로 의도된 값이라고 비판했다.”라며, “정부의 재정추계 값이 편차가 크면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재정의 효율적 관리도 방해한다.”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과거 2010년 전후 연구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적자로 전망했지만 2011년 이후 계속된 흑자로 인해 2017년 현재 21조원의 누적 적립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실질적인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 재정 전망을 새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낮은 진찰료, 무엇이 문제인가
진찰은 의사가 문진,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환자의 병이나 증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진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의사가 자세하고 정확하게 진찰을 하느냐에 따라, 환자 진단의 정확도와 치료의 성공률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낮은 진찰료로 인해 진찰 시간이 극도로 짧다. 당연히 환자들의 병의원 진료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높다.

이로 인해 환자는 더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해 다른 병원을 전전하는데, 국내 환자들의 병원 방문 빈도는 타 선진국의 3~4배에 이른다.

짧은 진찰시간은 충분한 진찰을 할 수 없고 많은 검사와 처방으로 이어진다. 결국 진찰로 감별할 수 있는 진단을 검사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낮은 진찰료가 더 많은 보험재정 지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행 진찰료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행 진찰료는 산정 구조에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현행 모든 의료행위에 적용돼야 하는 상대가치 구성요소(의사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가 진찰료에는 반영돼 있지 않다.

진찰료는 기본진찰료와 외래관리료의 이원화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초진 외래관리료가 재진보다 낮다.

이는 초진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이 재진보다 더 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불합리한 산정방식이다.

또, 현재 모든 행위료(기술료)에 요양기관 종별 가산이 적용되고 있으나 진찰료의 경우 종별가산이 적용되지 않는다.

▽특위가 제안한 진찰료 정상화 방안
특위는 진찰 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한국의 의료행위 상대가치의 구성 비율을 비교하면, 미국은 의사업무량이 52%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의사 업무량이 36%에 불과하며, 그중 진찰료가 두나라 사이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초진 진찰료는 한국의 약 10배에 이른다. 특히, 미국은 한국과 달리 환자의 진찰에 소요되는 시간에 비례해 진찰료가 증가한다.

한국은 10분 진료와 60분 진료 모두 진찰료가 같지만, 미국은 10분 5만 2,173원, 60분 24만 6,862원으로 약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특위는 10분 이내, 10분~20분, 20분 이상 등 진료 시간을 최소 3단계로 나눠 진료시간이 증가할수록 진찰료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특위는 초진 외래관리료를 재진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의료기관의 초진 외래관리료가 재진 외래관리료보다 낮다. 하지만 의료기관을 처음 방문하거나 방문기간이 수개월 경과한 초진환자가 단기간에 자주 방문한 재진환자에 비해 의무기록 작성이나 검토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

특위는 의원의 경우 초진과 재진 간 외래관리료 상대가치 점수가 상대적으로 크므로 건보재정을 고려해 의원급에 한해 초진 외래관리료를 재진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위는 다음 단계로 기본진찰료와 외래관리료를 단일 진찰료로 통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 외래관리료는 의약분업 이후부터 진찰료에 명목상 처방료 성격으로 별도 운용해 왔다.

의사의 처방유무와 상관없이 외래관리료가 산정되고 있으므로 처방료를 별도 분리할 것이 아니라면 기본진찰료와 외래관리료를 통합해 단일 진찰료화해야 한다는 것이 특위의 설명이다.

특위는 과거에도 산정 및 청구 업무 간소화를 위해 의학진찰료(기본진찰료)와 외래병원관리료를 통합해 단일 진찰료로 운영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특위는 의원 진찰료 수가를 병원급보다 높게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차의료강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에서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를 개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를 병원급보다 높게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는 “의약분업 이전에는 진찰료가 의료기관 종별과 무관하게 단일 수가로 적용됐으나 의약분업 이후 처방료를 없애고 이를 외래관리료에 포함하는 포함하는 과정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보다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병원급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 수가가 더 높게 산정돼 있다.

2016년 기준 초진 진찰료를 보면, 한국은 의원 1만 4,410원, 병원 1만 4,830원, 종합병원 1만 6,500원, 상급종합벼원 1만 8,160원이지만, 미국은 의원 5만 2,173원, 병원 3만 1,808원이다. 일본은 의원과 병원의 초진료가 2만 9,596원으로 같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