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2월 10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비대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재인 케어의 실체를 알리고 있고, 시도의사회도 비대위 구성을 완료하고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보장성 강화라는 틀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적정수가 보장 요구로 여론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가’ 말은 해야 하는데…
비대위 이동욱 간사는 여러 외부행사에 참석해 비대위를 대표해서 발언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언론과 인터뷰 직후 홍역을 치렀다. 복지부와 대화가 잘 되면 전국 집회를 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계획 연내 확정 철회’와 ‘수가인상 우선 논의’라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지만 비대위가 투쟁을 시작도 하기 전에 협상부터 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보다 그의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은 비대위가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문재인 케어 저지 투쟁에 나서놓고 수가인상을 보장하면 문케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 점이다.

비대위는 논란이 일자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혀 확대 해석을 막았다.

수가인상 요구를 가장 앞에 내세우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할 때와, 8월 31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의료수가의 적정화가 동반 검토돼야 한다.”라고 두차례나 발언한 것도 비대위가 여론전을 하기에 불리한 요소다.

대통령이 두차례나 직접 수가적정화를 약속했는데도 의사들이 보장성 강화대책을 반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 아닌 재난적 의료비 논란
지난 16일 비대위가 의료전문지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우려되는 발언이 나왔다.

김승진 투쟁위 간사는 ‘국민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의 70%가 실손보험에 가입했고, 이들은 보장성이 100%에 이른다.”라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대국민 사기다. 재난적 재판비는 있지만 재난적 의료비는 없다. 재난적 의료비 사례를 말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손보험 가입률이 높다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가 없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의 발언대로 국민의 70%인 약 3,500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국민의 30%인 1,600만명은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난적 의료비란 가구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2013년도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료비를 내느라 가정이 파탄나는 비율이 34개국중 1위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한시적으로 중증질환에 한해 재난적 진료비 지원사업을 해오다, 올해 지원 질병 및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대국민 사기라는 그의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곧바로 기동훈 홍보위원장은 “보장성 강화정책은 전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기조이고, 문케어 핵심인 비급여 전면 급여화, 재난적 의료비, 취약계층 의료지원비 중, 재난적 의료비와 취약계층 의료지원비는 여러 당에서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비대위도 동의한다.”라고 설명했다.

이필수 비대위원장도 “재난적 의료비와 관련한 의견은 김승진 위원의 개인의견이며, 비대위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밥그릇 지키기? 국민건강 지키기가 초점
“의사들, 밥그릇 지키러 또 거리로…” 의사들은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때마다 밥그릇 지키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나마 노환규 집행부 시절,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반대 카드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국회에서도 저수가라는 발언이 앞다퉈 나왔고, 노조 위원장까지 저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올해 의협 비대위는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맞서야 한다. 보장성 강화라는 대원칙에는 의협과 비대위는 물론, 다수 의사도 공감하고 있어서 더 어렵다.

국민을 설득하려면 직접적인 표현이 필요하다.

문케어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난다 보다는 문케어로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가 더 쉽고, 문케어로 의사가 힘들어지니까 환자도 힘들어진다 보다는 문케어로 환자가 힘들어진다가 더 단순하다.

배지나 인쇄물, 지면 광고도 단순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해야 한다.

궐기대회도 의사들의 외침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궐기대회 성공은 많은 의사의 참여가 아니라, 국민이 의사와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여론을 이끌어 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물론 참석자는 많을수록 좋다. 다행히 비대위 3차 회의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도 이번 궐기대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비대위가 어려운 여건을 뚫고 이름처럼 국민건강을 수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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