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안아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약자라고 한다. 40도의 고열이 나는 아기에게 해열제가 더 위험하다며 팔다리만 주물러 줄 것을 권유하고, 귀에 생긴 고름에 소금물을 붓도록 한 안아키. 이 카페를 맹신한 일부 부모는 아이의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1월 18일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방송된 안아키의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신은 선택권을 준 것뿐이라는 뻔뻔한 태도의 한의사가 이상한 것은 당연, 그 말을 믿고 아이를 방치한 부모는 대체 왜 그랬을까. 왜 맹목적으로 신뢰했나. 그 이유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한다.

필자는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포함해서 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아동학대 사건들은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로 학대의 주범과 방조범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주범은 누군가의 지시가 없이도 적극적으로 아이를 굶기고, 주먹을 휘둘렀다. 공범은 처음에는 죄책감을 느껴 몇 차례 주범을 말리기도 하고, 굶는 아이에게 몰래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런데 주범의 학대가 지속, 반복되면 공범의 태도는 달라졌다. 이들의 공동체 내에서는 주범이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가며, 공범은 울며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세뇌된 것이다. 주범이 아이를 학대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공범이 주범의 잘못된 행동을 묵인하기 시작하면 주범의 행동은 더욱 가혹해진다.

아동학대 가정의 두 번째 특징은 폐쇄성이다. 폐쇄된 생활을 하는 가정에서는 그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해줄 사람이 없어 학대가 더 빈번했다. 사회적 교류 없이 하루 16시간씩 PC방 게임만 했던 부부도 있었다.

만약 처음에는 폐쇄된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를 학대하면 점차 폐쇄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학대당한 아이는 또래에 비해 발육 정도가 좋지 않고 폭행의 흔적이 몸에 남아있어 금방 발각되기 때문에 집에 감춰두고 타인과의 교류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범이든 공범이든, 아이가 탈출하거나 사망해 강제로 폐쇄생활이 끝날 때까지 이들은 잘못을 반복한다. 그 공동체가 깨지고 나서야 자신들의 잘못을 인식하게 된다.

안아키의 부모들도 필자가 봐온 아동학대의 전형적 패턴과 다를 것이 없다. 이들은 안아키라는 카페 공동체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수록 기존 의료시스템을 신뢰하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자라났을 것이다.

수두파티를 했다는 다른 부모의 경험담을 부러워하며 듣고, 숯가루를 먹여도 괜찮았다는 이야기로 안심하고, 병원에 보내면 무책임한 것이라는 카페지기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는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안아키를 부정하는 사람과는 교류를 끊는다. 함께 안아키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을 보며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고 위로를 얻는다.

만약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운 좋게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학대한 사실을 들킬까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렇게 아이를 병원에 보내는 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 

한 때 5만 5,000명의 회원수를 자랑했던 안아키 카페는 논란과 함께 폐쇄됐지만 최근 다시 개설됐으며 여전히 5,000명의 회원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의 무지에서 비롯된 피해는 오롯이 어린 아이들이 책임지게 된다. 

이번 안아키 사태를 명확히 규명하고 엄벌에 처해 다시는 아이의 생명과 신체의 존엄을 가볍게 여기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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