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권역외상센터와 관련해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았다. 보건당국은 지원 강화 뿐 아니라 질 관리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 계획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권역외상센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1년 ‘석해균 선장사건’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 설립 사업이 본격화됐고 얼마 전 ‘판문점 귀순병사 사건’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지만, 의료계에서는 높은 근무강도, 과도한 운영비용으로 병원도 의사도 권역외상센터를 기피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외상으로 인한 사망 중 적절한 치료가 이뤄졌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2015년 현재 30.5%에 달한다. 이는 미국, 독일, 일본의 10~20%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 17개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됐으며, 이 중 9곳이 운영중이지만, 여전히 환자 발생 시 조속히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외상전담전문의들에게 최대 23명까지 1인당 1억 2,0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할 경우 전담해서 진료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국정감사 때도 지적됐듯, 1년 간 단 한 건의 수술도 하지 않은 전담의들이 있다.

이날 발제에 나선 허윤정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현행 외상시스템의 문제와 관련해 응급의료체계의 부실이 외상체계의 부실로 귀결된다고 진단했다. 낮은 119 직접 이송률이 높은 전원율과 높은 치료지연, 높은 예방가능사망률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허윤정 교수는 또,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실 체류 문제도 지적했다. 외상센터가 아닌 응급의료센터, 특히 상급종합병원 등 수련병원의 경우 임상과 간 의사소통의 부재, 전공의 진료 등으로 치료ㆍ전원 의사결정이 돼 응급실에 장기간 체류한다.

또한 전원결정 후에도 수용병원 수배, 구급차 수배 및 의무기록 사본 마련 등 복잡한 절차로 불필요한 시간낭비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허 교수는 병원 내 협력 인프라 미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 임상과목 전문의의 외상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외상ㆍ응급관리체계는 다부처ㆍ다부서로 흩어져 있어 주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시스템 전체를 총괄하기 어려운만큼, 다부처를 포괄하는 단일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단면적ㆍ기관중심적 평가에 그치는 현행 외상ㆍ응급평가체계를 꼬집으며, 지정ㆍ위탁사업 수탁 의료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허 교수는 외상체계 구축 과제로 ▲중증외상환자 적절한 이송: 신속한 병원 이송=구급차+헬기, 구급대 환자 분류와 적절한 이송 병원 선정 ▲권역외상센터의 중증환자 수용 책임 강화=전원 최소화: 중증외상환자 수용률 제고, 중증외상환자의 전원 최소화를 위한 관리 전략 ▲신속한 전원: 전원조정센터, 권역별 비상진료체계 ▲권역외상센터: 적절한 응급처치(응급의료진에 대한 외상환자진료 교육 강화, 응급실 수혈시스템 개선) 등을 꼽았다.

이어 외상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 소방방재청, 교육부, 행정안전부 및 기획재정부 등 다부처로 흩어진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메타-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오는 2022년까지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을 10% 이내로 격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소외지역과 취약의료분야를 메꾸기 위한 목표는 별도로 수립하고 119-응급의료기관-외상센터를 포괄하는 메타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또, 전담기관으로 ‘응급의료관리원’ 설립 검토를 추진하고, 사각에 방치되는 환자가 없도록 중증응급ㆍ외상환자의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 강화 등을 주문했다.

현장에서는 외상전문의들의 처우를 개선해 외상환자를 전담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오현 원주세브란스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소수의 의료진만 전임교원이 되므로 외상전담의의 의료영역을 확대해야 하며, 외상센터 전체인력이 외상환자를 보는데 문제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외상만 전문으로 하는 전임교원을 확충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외상을 전문과로 하는 전문의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상급종병 인정 질병군에 중증외상환자가 포함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중증외상점수를 포함해서 상급종합병원 인정 질병군에 중증외상환자를 포함해서 그런 환자를 많이 볼수록 이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2차병원 응급실 근무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ㆍ훈련을 강화해 초기에 중증외상환자를 판단하고 적절한 시간내에 최종병원으로 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측 패널로 참석한 현정희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홍보 강화와 인력지원을 주문했다.

현정희 운영위원은 “정부가 급하게 인프라를 만드는데 역할을 했지만, 권역외상센터를 이용하고 연계할 사람들에게 홍보가 부족했다. 국민은 응급센터와 권역외상센터의 차이를 잘 모른다.”라며, “특히 응급센터, 중증외상센터를 가야할 사람에 대한 구분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송과 사고 당한 사람들이 기준을 잘 모르면 지체시간이 훨씬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 운영위원은 이어 “사람이 중요한데 사람을 돌보는 사람은 전혀 돌보지 않는다.”라며, “의사만, 간호사만 지원하는게 아니라, 이 시스템의 모든 인력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 임금 뿐 아니라 노동강도를 낮춰야 환자 사망률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공감하며, 인센티브 부여 및 인력지원 등 외상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영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지난 2011년 이후 17개 권역외상센터를 구축하며 하드웨어 구축에 몰입하면서 소프트웨어 쪽 문제가 많이 지적돼 왔다.”면서, “가장 큰 문제인 이송체계를 비롯해 인력난, 거버넌스 등의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진영주 과장은 “이번 국민청원을 계기로 관심도 높아졌다. 복지부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큰 기회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이번 기회를 맞이해서 문제점을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기본 방향성은 외상은 국가책임이라는 기조 아래 국민이 어디서나 유사한 양질의 외상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료진은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진 과장은 재정지원과 관련해서는 간호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면서도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잘 하는 곳은 더 갈 수 있는 구조를 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원은 강화하되 질관리의 필요성에도 공감한다면서, 평가에 대해 인센티브-디스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 질 관리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수가는 심평원에서 TF를 구성해 외상센터, 학회 등과 불합리한 심사기준, 수가를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며, 가장 큰 고민인 외상외과 인력 문제는 교육부의 교수 정원, 국방부의 예산인력 활용 문제 등과 함께 고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 과장은 또, “환자흐름을 잘 조정해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소방과 환자분류체계 관련 공동연구 중이며, 내년 시범사업을 통해 이송지침을 검토할 것이다. 병원 안에서도 응급과 외상을 잘 분류하도록 개선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일회적 이벤트가 아니라 외상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 기반으로 위원회, 협의체 등을 구성해 외상센터 문제가 지속적으로 해결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동차보험 청구시 비급여 삭감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에 관련부처가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김보현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팀장은 “자동동차사고 환자가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급여와 비급여를 포함해 건강보험에서 다 보장하고 있다.”라며, “우선적으로 건보에서 인정하는 행위, 약재, 치료재를 적용한 후, 건보에서 인정하는 것들을 대체하는 경우가 없을 때는 환자 상황과 진료상 반드시 필요할 경우 등 사례별로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보현 팀장은 “비급여항목 청구건이 삭감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16년도 9개 권역센터의 자동차환자 청구금액은 174억원이고 조정된 금액은 2억원 정도로 1.3%가 삭감됐다. 2017년도 상반기도 176억원 청구에 3억원 삭감으로 1.7~1.8% 정도다.”라고 전했다.

김 팀장은 “삭감 비율이 그렇게 크진 않은데, 현장에서 느끼기엔 비급여 항목이 많이 삭감돼서 그런 것 같다.”라며, “심평원에서 심사하는데 이의가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하면 다시 심사를 하고, 그래도 이의가 있으면 국토부에 분쟁심의위원회에 청구하면 다시 심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비급여 항목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을 잘 설명해줘야 한다. 환자 개별 사례별로 심사하기 때문에 이의 제기시 여러 설명자료를 충분히 보완해주면 개별 사례별로 심사시 많이 참고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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