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가 내놓은 권고문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추 회장은 22일 권고문 4차 수정안을 산하단체에 배포하고, 반상회를 열어 논의하도록 지시했다. 추 회장은 28일까지 병협과 합의하고 이달 말 복지부에 합의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추무진 회장의 그림은 완성될까?

▽해산한 ‘협의체’가 권고문 합의 어떻게 하나?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는 지난 2016년 1월 15일 첫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일차의료기관 기능약화가 계속되자 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구성됐으며, 정부, 공급자, 수요자, 학회,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17일 13차 전체회의에서 권고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 초안은 11월 25일 의사협회 보험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공개됐다.

이후 협의체는 소위원회 회의를 다섯 차례 열면서 의료계가 제시한 안을 반영해 수정 권고문을 내놨다.

협의체는 지난 18일 14차 전체회의를 열고 권고문 합의에 나섰으나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일차의료기관의 입원실 허용 여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14차 회의를 끝으로 2년여 활동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31일까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절충안을 제시하면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협의체는 18일 공식 해산했다. 위원들도 14차 회의 후 현장에서 “협의체는 해산했다.”고 확인해 줬다.

정상이라면 복지부는 협의체를 해산할 게 아니라, 협의체를 유지하면서 15차 회의 일정을 잡아야 했다.

의사협회가 4차 수정안이 끝이 아니라면서 권고문 추가 수정이 가능하다며 외과계를 설득해 왔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협의체 해산을 발표하고, 의료계에 말미를 준 것은 의료계의 양보만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의사회 싸늘 “28일까지 반상회 개최도 불가능”
의사협회는 지난 2년 동안 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일반 회원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임익강 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간담회에서 ‘전체 회원에게 권고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논의 과정을 공개하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라는 논리를 폈다.

그렇다면 초안이 마련됐을 때라도 공개했어야 했다.

협의체는 초안 공개 후 의료계의 요구를 반영해 권고문을 수정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의사회에 전달된 권고문 초안은 대외비였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21일 이빈인후과 학술대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 권고문 4차 수정안을 내일(22일) 회원들에게 배포해 반상회 등에서 논의하겠다. 짧은 시간에 의료계 내부의 합의를 이끌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다.”라고 밝혔다.

추 회장은 “전국의사 대표자대회가 열리는 28일 전까지 내부합의를 마치겠다.”라고도 했다.

한 지역의사회 사무국장은 22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러니까 추무진 회장이 비난을 받는 것이다. 아직 공문이 오지 않았지만 공문이 오더라도 28일 전까지 반상회를 개최해 의견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이 사무국장은 “의협의 반상회 요청이 오면, 회장이 반장들에게 회의 개최 여부를 묻고 일정을 조율한다. 이 기간만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린다. 추무진 회장이 28일 지역의사회 의견을 수렴했다고 발표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수혜자(?) 외과계 의사들 “싫다는데 왜 그래?”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수술실을 운용중인 외과계 의사들에게 권고문에 합의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5월 말이면 의료기관 수술 환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개정 의료법 시행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규제만 받을 것인지, 규제를 받으면서 혜택을 받을 것인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의료전달체계 하에서 의원은 수술을 하지 않고 병실도 없는 의원, 수술은 하지만 병실이 없는 의원, 수술도 하고 병실도 운영하는 의원으로 나뉜다.

전달체계 개선안(권고문)은 이를 만성질환관리 전문의원, 외래 전문의원, 입원 전문의원(2차 의원)으로 분류한다.

만성질환관리 전문의원에는 만성질환 수가를 제공하고, 외래 전문의원에는 기능가산 수가를 제공하며, 입원 전문의원은 기능가산 수가ㆍ입원가산ㆍ종별가산을 제공한다.

김윤 교수는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은 개선안에 따르지 않고 기존 의원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라며, “비용을 투자해서 질관리를 한 의원의 경우 추가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의사들에게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외과계 의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기준이 강화되는 2차 의원을 신청하면, 비용 투자로 인해 인센티브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소규모 병실의원을 1차 의원의 한 유형으로 두고, 단기입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전달체계 개선안은 수술을 하지 않는 외과계 의원중 만성질환을 진료하지 않는 의원에겐 혜택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사자인 의사들은 “전달체계 개선은 문재인 케어 후 자연 증가하는 대학병원급 외래 및 경질환 수술을 억제하고, 일차의료기관의 진찰료 인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의협회장의 충격적인(?) 조건부 불출마 선언
추무진 의협회장이 보궐회장까지 포함해 임기 4년 만에 처음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런데 불출마하기엔 너무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

추무진 회장은 협의체 전체회의 하루 전인 지난 17일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내과계와 외과계가 합의하면 차기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추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후배들에게 올바른 의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고, 과도한 경쟁과 과도한 시설투자 없이도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의료전달체계를 바르게 정립해 죽어가는 회원들이 살아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개선안은 21개 진료과 중 18개 과가 반대하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도 반대하며,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도 반대한다.

이 대목에서 불출마 카드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죽어가는 회원을 살릴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합의해 달라. 합의가 안 되면 불출마하겠다.”라고 말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거꾸로 합의가 되면 불출마 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추 회장이 차기회장 선거 출마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 회장은 재선 회장이다. 3선 도전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그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전쟁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큰 성공도 없지만 큰 실패도 없었다.”라고 내세운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보궐회장으로서 회무 8개월만에 선거를 맞이한 효과를 본 것이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임기가 짧았다.”라는 이유로 힘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무진 회장이 오는 31일까지 복지부에 전달체계 개선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보험이사가 회원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데다, 현재 대의원들이 추무진 회장 불신임을 다룰 임시총회 동의서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추무진 회장이 불가능한 합의 시도를 끝까지 밀고나가는 것은 차기 회장선거에서 의료전달체계 기능정립을 마무리할 적임자라고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서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추 회장이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불출마 선언으로 출마 선언을 한 최초의 회장이라는 수식어가 그의 차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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