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벗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연간 1만 3,092명(2016년),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200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명당 25.6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 12.1명(2017년 발표)의 2배가 넘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역대 최초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국정과제(44-4)에 포함시킨 이후, 성과가 입증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담았다.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은 현재 자살률 25.6명에서 2022년까지 17.0명까지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추진된다. 목표로 삼은 자살률 17.0명은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2011년의 46% 수준으로, 목표 달성 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를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획은 자살예방 전문가ㆍ현장실무자 간담회 및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마련됐으며, 우리나라 자살문제 현황과 특성을 바탕으로, 외국 정책 사례와 지방자치단체의 우수 사례를 참고했다.

자살의 진행과정에 띠라 ▲원인분석과 고위험군 발굴체계 구축 ▲고위험군에 대한 적극적 개입ㆍ관리 ▲자살사건 발생 후 사후관리ㆍ지원 강화 등에 대해 총 6개 분야 54개의 과제로 구성됐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 추진
과거 5년간(2012~2016) 자살사망자 7만명을 전수조사한다. 경찰청 자살사건 수사기록을 통하여 자살동기, 자살자 특성(경제상황, 고용 및 혼인상태, 질병 등), 자살방법, 장소, 지역별 특성 등을 분석해 근거기반 자살예방 정책의 토대를 마련한다.

또, ‘국가 자살동향 감시체계(National Surveillance System on Suicide Trend)’를 구축한다.

그 동안 한 해의 자살률 통계가 그 다음해 9월경 발표돼 발 빠른 대처가 어려웠지만, 자살동향 감시체계를 통해 자료를 사전에 확보ㆍ분석해 신속한 정책 대응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자료는 사망신고자료(통계청), 자살추정사건 현황(경찰청, 해양경찰청), 응급의료시스템(NEDIS) 상 자살시도자 정보(중앙응급의료센터), 학생자살 보고자료(교육부) 등이 활용된다.

아울러 지역통계 분석자료 제공 등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근거에 기반한 자살예방 정책을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2018년부터 매년 시ㆍ도의 전년도 자살예방계획 시행결과를 평가ㆍ공표한다.

▽자살고위험군 발굴을 위한 전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핵심그룹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gatekeeper) 100만명을 양성한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는 가족, 친구, 이웃 등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 신호를 재빨리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이다.

종교기관 및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 풀뿌리 조직, 이ㆍ통장(9만 4,000명), 방문서비스 제공인력(독거노인생활관리사 9,168명, 의료급여관리사 530명, 방문간호사 1,533명 등) 등을 게이트키퍼로 우선 교육ㆍ활용한다.

사회적 책임성이 높은 중앙ㆍ지방 공무원(100만명)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사회보장서비스 제공기관 간 연계를 통한 고위험군 발굴도 강화한다. 상담ㆍ서비스 지원 등을 방문한 대상자 중 자살위험이 있는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보다 활발하게 연계하도록 자살고위험군 스크리닝, 기초적인 자살예방 상담 교육 등, 각 기관 종사자 교육 및 통합사례회의를 활성화한다.

우울증 검진과 스크리닝 확대로 자살고위험군 발굴을 강화한다. 국가건강검진 상 우울증 검진을 종전 40세ㆍ66세 1차문답 후 필요시 검진에서 이번 달부터 40ㆍ50ㆍ60ㆍ70세 전체로 확대하고,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자와 만성질환자에 대한 우울증 스크리닝을 강화한다.

▽적극적 개입ㆍ관리를 통한 자살위험 제거
정보시스템 활용ㆍ연계를 통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지원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한다. 오는 6월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MHIS)을 구축해 한 번 발굴된 대상자는 누락 없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지속 지원한다.

하반기에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39개소) 방문 이용자 정보를 행복e음과 연계해 부채부담ㆍ파산 등 위기 대상자가 적절한 금융상담 및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한다.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한다. 전국 241개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을 5년간 1,455명 확충하고, 센터 당 현재 평균 1.8명에서 최소 3명 이상 자살예방 전담 인력이 확보되도록 한다.

상담수요가 있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마음건강 버스’를 운영하고, 정신과 상담수가 현실화 및 본인부담 경감 등으로 초기단계 치료를 적극 유도한다.

자살을 촉발시키는 위험요인을 제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는 방송ㆍ언론사 대상 세미나ㆍ교육 등을 통해 자살보도 권고기준 준수를 확산하고, 웹툰ㆍ드라마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

동반자살 모집 등 온라인 상 자살유해정보 유통금지 및 처벌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자살유해정보 모니터링단 확대 등 모니터링 및 대응을 강화한다.

▽사후관리 강화를 통한 자살확산 예방
자살시도자에 대한 상담 및 사후관리를 강화한다. 자살예방 성과가 입증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2017년 42개소에서 2018년 52개소로 확대한다.

소방청의 자살위기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과거 119에 자살신고 이력이 있는 대상자는 별도 대응하고, 연 1회 이상 119신고 접수담당자 및 현장출동대원 자살사고 대응교육을 실시하는 등 소방청의 자살위기 대응능력을 향상시킨다.

자살유가족이 가족을 잃은 아픔에서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자조모임을 활성화하고, 유가족 심리상담ㆍ치료지원 등 수요에 따른 서비스를 개발한다.

유명연예인 등의 자살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문체부는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한국콘텐츠진흥원)를 통해 연예인 및 연습생 등에 대한 1:1 심리상담 서비스를 실시한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유명인 자살사건 발생 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브리핑 및 언론기관 협조요청, 보도 모니터링 및 대응, 네티즌 반응 모니터링ㆍ대응 내용을 포함하는 공동대응 매뉴얼을 마련ㆍ시행한다.

▽대상별 자살예방 추진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및 실직자 자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시행한다. 오는 3월 사업장 관리자, 보건관리자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확대 실시해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살예방 환경을 조성하고,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캠페인, 사업장 컨설팅, 직무스트레스 예방실태 점검 등을 실시한다.

같은 달 고용복지센터 상담인력에게 자살예방 상담 교육을 실시하고, ‘특별고용지원업종’ 또는 ‘고용재난지역’ 지정 시 자살예방 상담 지원을 강화한다.

오는 6월부터는 장시간 노동 등 취약한 근로조건으로 자살 발생시 근로감독관 조사 등 사후관리를 강화한다.

자살위험이 높은 직군에 대한 자살예방 정책을 강화한다. 경찰관 자살예방을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6개소에서 18개소로 확대하고, 소방청은 소방공무원 자살자 전원에 대한 심리부검 실시, 소방복합치유센터 및 심신건강수련원 건립에 나선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자살예방을 위해 집배 노동 개선을 추진한다.

퇴원 후 사회부적응 등으로 자살위험이 높은 퇴원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다.

연령별 자살예방 대책도 추진한다. 노인은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을 2017년 80개소에서 2018년 150개소로 전국으로 확대하고,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휴식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군인 간부 인성검사를 연 1회에서 반년 1회로 강화하고, 모든 지휘관을 포함한 전 장병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확대 운영(2019~2023년간 대대급 부대 1명 배치, 383명→650여 명) 등을 추진한다.

초ㆍ중등학생의 경우, 학생의 미디어 활용 특성을 고려해 위기문자 상담체계 구축, 정신건강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해 상담하는 학교방문 사업을 확대, 청소년 심리부검 요원 양성, 교원 정신건강 역량강화 연수ㆍ교육 등을 추진한다.

학교밖청소년 관련, 청소년 상담ㆍ수련 등 담당자(청소년상담사, 청소년지도사)를 게이트키퍼로 양성하고, 전문사례 관리자(청소년동반자) 배치를 확대하며, 1388청소년 상담채널을 통해 자살고위험군을 조기발견한다.

한편, 정부는 총리실이 주도하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 협의회(국무조정실장 주재)’를 통해 분기별 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각 부처 자살예방 대책의 이행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오는 2월 전담부서인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총괄 추진해 나가게 된다.

박능후 장관은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은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실천계획이다.”라며, “자살사망자 규모와 그로 인한 사회적 고려를 감안할 때, 자살문제 해결은 우리 국민이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걸 맞는 삶의 질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선결과제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정부는 재계ㆍ종교계ㆍ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가칭)생명존중ㆍ자살예방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자살률 감소와 국민행복 증대를 위한 인식개선과 과제발굴에 협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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