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이어진 제34대 경기도의사회장 선거가 종착지를 남겨두고 있다. 우편투표와 온라인투표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온라인 투표에서 승자가 가려진다. 온라인 투표의 비율이 무려 98.77% 달하기 때문이다. 기호 1번 현병기 후보와 기호 2번 이동욱 후보는 서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친추무진 vs 반추무진 논란
경기도의사회장 선거는 지난달 8일 현병기 후보와 이동욱 후보가 나란히 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의사회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후보자는 등록 시점부터 개표 하루 전인 6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기호 1번 현병기 후보(우), 기호 2번 이동욱 후보(좌)
기호 1번 현병기 후보(우), 기호 2번 이동욱 후보(좌)

경기도의사회장 선거 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슈는 아이러니하게도 추무진 의협회장이다.

이동욱 후보가 현병기 후보를 가리켜 경기도의사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추무진 의협회장을 적극 지지하고 심지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친추ㆍ반추 논란을 지폈다.

이동욱 후보는 회원 의사에 반하는 문재인 케어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추무진 회장이 협조했고 현병기 회장도 이를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비상대책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아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노력했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정에도 회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며 현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현병기 후보는 추무진 회장을 도운 게 아니고 의협회장을 도운 것이라며 반발했다.

현 후보는 “3년 전 출마 선언을 하면서 ‘강한 경기도, 강한 의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의협회장이 누가 되더라도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약속했다.”라며, “추 회장을 도운 게 아니라 의협을 도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현 후보는 “의협이 안정된 기반을 갖추기 위해선 경기도의 힘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회무 기조였다.”라며, “의협과 지역의사회가 불협화음을 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에게 전가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 회장에게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니 제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무조건 지지하지 않았다.”라며, “재선에 성공한다면 차기 의협회장이 누가 되더라도 적극 도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누구 편?
전국의사총연합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두 후보가 서로 전의총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동욱 후보는 1월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대집 전의총 상임대표가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러자 현병기 후보는 1월 2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전의총 초기 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아직까지 전의총에 적을 두고 있다.”라며, “이번 선거는 전의총과 평의사회의 싸움이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전의총 운영위원 출신이고 이동욱 후보는 평의사회 대표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현재 경기도의사회 집행부에 전의총 출신 이사가 8명이나 포진했을 정도로 친 전의총 집행부라는 말도 현 후보는 덧붙였다.

현 후보는 “3년 전 경기도의사회장에 출마하면서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인사했을 뿐 전의총을 떠난 적이 없고, 이후 회장에 당선되고 나서도 마음 속엔 전의총이 자리하고 있었다.”라며, “전의총이 목소리를 내주기 바라는 마음에 6개월여 전에 적지 않은 특별회비를 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번에는 이동욱 후보가 1월 2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전의총과 평의사회가 공조해 비급여 비상회의를 구성하고 문재인 케어 저지 활동을 해 왔다. 전의총과 현병기 후보의 행보와 입장이 같은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현병기 후보는 “이동욱 후보가 최대집 대표와 적극적으로 대정부 활동을 해 온 점을 인정한다. 함께 하기엔 현직 지역의사회장으로서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현 후보는 “다만, 비급여 비상회의가 시위에 나설 때 수천명의 전의총 회원 모두가 참석하지는 않는다. 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회원들이라고 해서 뜻이 다르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일침했다.

비급여 비상회의 활동을 통해 전의총과의 공조를 강조한 이동욱 후보와, 과거 전의총 운영위원 출신이라는 점과 현 집행부에서 전의총 출신 이사들과 함께 회무를 이끌어 온 점을 내세운 현병기 후보 중 전의총 표가 누구에게 갈지도 이번 선거의 볼거리 중 하나다.

한편, 자신이 실천할 공약을 내세워 정책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정 단체의 지지를 내세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안정적인 회무vs바뀌어야 한다
친추 대 반추 이슈와 전의총 대 평의사회 이슈가 지나고 나서야 두 후보가 내세운 선거공약에 눈길이 갔다.

현병기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회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안정적인 회무를 앞세웠고, 이동욱 후보는 올바른 의료환경을 위해 경기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현병기 후보는 ▲비급여의 급여화 전면 재검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의대 입학정원 축소 ▲유명변호사 참여한 실사대응팀 지속 유지 ▲의료계 유사 시민단체 퇴출 ▲맞춤형 의료계 통계 거부 ▲교수는 교수답게 대학은 대학답게 ▲여의사 임신ㆍ출산ㆍ육아 해결책 모색 ▲봉직의 권리 향상 등 9개 공약을 내걸었다.

이동욱 후보는 ▲회원 아픔과 함께하는 회장 ▲수가 정상화 ▲의료사고 특별법 제정 ▲비급여 전면급여화 저지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저지 ▲회원 상시 민원 창구 운영 ▲경기도 직역과 회원 단합 이룩 ▲경기도 의사회비 절감 및 회비 인하 ▲병원의사협의회ㆍ교수협의회ㆍ전공의협의회 적극 지원/부회장ㆍ이사 각 1인 의무 할당/개원가 조화로운 발전 도모 ▲건정심 구조개선ㆍ심사평가원ㆍ건보공단 개혁 등 10개 공약을 내세웠다.

두 후보 모두 최대 현안인 문재인 케어 중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해 각각 ‘전면 재검토’와 ‘저지’를 약속했다.

또, 두 후보는 회원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공약도 내걸었다. 현 후보는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실사대응팀을 지속 운영하겠다고 표명했고, 이 후보는 회원 아픔과 함께하는 회장을 내세우고, 회원 상시 민원 창구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로 다른 공약도 눈에 띈다. 현 후보는 의료계 유사 시민단체의 퇴출과, 여의사를 위한 임신 및 육아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반면, 이 후보는 의사회비 인하와 병의협ㆍ교수협ㆍ대전협에 각각 1인씩 부회장 및 이사를 할당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약에서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띈다.

현병기 후보는 안정적인 회무를 내세운 만큼, 기존 회무를 소개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공약에서 보이지 않는다.

집행부와 사무처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3년간 회무를 이끌어온 장점을 살려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동욱 후보도 바뀌어야 한다는 구호는 있는데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또, 수가 정상화와 건정심ㆍ건보공단ㆍ심평원 개선 등은 지역의사회보다 의사협회장의 공약과 어울려 보인다.

지난 2012년 2월에 치러진 32대 경기도의사회장 선거 당시 조인성 후보는 진찰료 현실화, 건강보험 개선 등을 내세웠다가 상대 후보에게 “뜬구름 잡는 공약”, “의협회장에 출마했느냐.”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인성 후보는 유효 투표수 2,220표 중 1,022표(46.04%)를 얻어 909표(40.95%)를 얻은 추무진 후보를 회장을 따돌리고 경기도의사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의협 대외협력이사와 사회협력단장 등 중앙 무대에서 활동한 조인성 후보가 의사회 조직에서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던 추무진 후보와 접전을 벌인 것에 대해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선거관리위원회 주의 처분 ‘장군멍군’
두 후보는 경기도의사회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나란히 주의 처분을 받았다.

경기도의사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26일 현병기 후보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현병기 후보는 의사회 선거관리규정 제34조제3항 ‘선거운동기간에 타 후보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이나 의견개진을 금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받았다.

현 후보가 단체 SNS에 ‘회비가 송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글을 쓴 것이 문제가 됐다.

이동욱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원들 앞에서 진실하지 못한 발언을 하고 타 후보를 허위사실로 비난한 현 후보는 진솔하게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라며 현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경기도의사회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뒤인 1월 29일 이동욱 후보에게 현 후보와 같은 조항인 선거관리규정 제34조제3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조의 조치를 내렸다.

이동욱 후보는 ‘선관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이유’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현 후보는 5일 ‘이동욱 후보가 주의 조치를 받은 사실을 아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모른다. 내 갈 길만 가겠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우선 투표 변수 될까?
지난 2015년 2월 치러진 33대 회장선거에서는 현병기 후보가 한부현 후보를 143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2014년 12월 기준 경기도의사회 회원수 1만 8,554명 중 선거권자는 5,486명(우편투표 5,026명, 온라인투표 460명)으로 회원수 대비 선거권자 비율은 29.57%였다.

전체 투표율은 선거권자 5,486명중 1,247명이 투표해 22.73%를 기록했다. 우편투표는 5,026명 중 844명이 참여해 투표율 16.79%를 기록한 반면, 온라인투표는 460명 중 403명이 참여해 투표율 87.61%를 기록했다.

먼저, 진행된 우편투표 개표에서는 선거권자 844명 중 한부현 후보 420표, 현병기 후보 414표로 한부현 후보가 6표를 앞섰다(무효 10표).

하지만 온라인투표 개표에서는 선거권자 460명 중 403명이 참여해, 한부현 후보 127표, 현병기 후보 276표로, 현병기 후보가 149표를 더 얻었다.

결국, 현병기 후보는 690표(55.78%)를 얻어, 547표(43.86%)를 얻는데 그친 한부현 후보를 143표 차(11.92%)로 누르고 당선됐다.

현 후보는 우편투표에서 뒤졌지만 온라인투표에서 크게 앞서 승부를 뒤집었다. 당시 선거는 미리 신청한 경우에만 온라인투표 자격을 부여했기 때문에, 현 후보가 스스로 온라인투표를 신청한 적극적인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 온라인투표 성향상 상대적으로 젊은 회원이 지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34대 선거의 유권자는 5,600명으로 33대 선거의 5,486명과 비슷한 규모다.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와 반대로 사전에 신청한 경우에만 우편투표 자격을 부여하고, 신청을 하지 않은 선거권자에겐 온라인투표가 적용된다.

따라서 선거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투표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선거권자 5,600명 중, 온라인투표 대상자는 5,531명으로 98.77%에 이르고, 우편투표 대상자는 69명으로 1.23%에 불과하다.

지난 투표에서 우편투표의 열세를 딛고, 온라인투표의 강세를 발판으로 승리를 거머쥔 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도 온라인투표의 강세를 이어갈까? 아니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 후보가 바람몰이에 성공할까?

▽승리 자신하는 두 후보 결과는?
선거 종료를 이틀 앞둔 5일 현재, 두 후보는 서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먼저, 현병기 후보는 “전문가평가제와 촉탁의 제도를 강하게 추진해 지역의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전문가평가 시범사업 시행으로 백신 덤핑과 본인부담금 할인이 대폭 줄었고, 촉탁의 제도로 의원 당 평균 200만원의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자랑했다.

현 후보는 “촉탁의 제도 시행시 기업형 촉탁의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촉탁의사 1인당 정원 기준 300명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고, 진찰비용 청구 시 월 기준 촉탁의사 1인당 입소노인 150명, 의료기관 당 입소노인 300명을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라고 소개했다.

현 후보는 “지역의사회가 모여 큰 힘을 발휘한다는 기조 아래 회무를 추진했고, 지역의사회의 역할 확대라는 성과를 냈다. 지역의사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현 후보는 “지난 3년간 회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고, 대의원회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경기도의사회의 회무를 안정시켰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에게도 안정적인 회무 운영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선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홍보영상 캡쳐(현병기 후보는 3년 간 회무 방향과 성과를 문자로 나열하는 구성으로 꾸민 반면, 이동욱 후보는 집회 등 현장에서 목소리를 낸 장면들을 담았다.)
두 후보의 홍보영상 캡쳐(현병기 후보는 3년 간 회무 방향과 성과를 문자로 나열하는 구성으로 꾸민 반면, 이동욱 후보는 집회 등 현장에서 목소리를 낸 장면들을 담았다.)

이동욱 후보는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이 변화를 바라고 있다.”라며, 자신이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의협 중앙대의원, 의협 비상대책위원위원 3회, 의료분쟁조정법 특별위원, 산부인과의사회 경기도지회장 등으로 활동했다.”라며 충분한 경험도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또, “안산 회원 자살사건, 인천 분만중 여의사 실형 사건 등 회원들의 가슴 아픔 사건의 현장에 달려가 회원과 함께 하며 제도개선에 앞장서 왔다.”라며 현장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점도 부각했다.

이 후보는 “의협 비대위 총괄 사무총장을 맡아 정부의 일방적 포퓰리즘 정책에 맞서 대정부 투쟁과 협상을 최전선에서 담당해 왔다.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뛰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사회 등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바닥 민심은 다르다. 상대 후보가 기존 제도권에서 유리하다는 전망을 하지만 본질은 바닥 민심이다.”라며, “현장을 다녀보니 민심이 느껴지더라. 당선을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자체 선거처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아닌데다, 의사회 임원과 산하단체 관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선거관리규정 때문에 선거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선거 초반 현병기 후보가 3년 임기를 통해 얻은 높은 인지도와, 지역 인맥이 많다는 점에서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하지만 의료계 시위와 집회 현장에 꾸준히 참여한데다, 최근 비대위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이동욱 후보도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두 후보 모두 승리를 자신하지만 7일 투표가 끝난 직후 실시되는 개표에서 당선자는 한 명이다.

◇두 후보 약력
현병기 후보는 1961년 1월생(만 56세)으로 1986년 경희의대를 졸업했으며, 안과 전문의이다.

오산시의사회장을 2회 연임했고, 경기도의사회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5년 제33대 경기도의사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며 최근까지 경기도의사회 회무를 이끌었다.

이동욱 후보는 1971년 6월생(만 46세)으로 1997년 경북의대를 졸업했으며,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경기도의사회 감사와,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총괄간사, 대한평의사회 대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경기도 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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