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관리자가 여행, 질병 등의 사유로 일시적인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는 경우 대리자가 그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약사회만 찬성 의사를 밝혀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지난해 11월 2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보건복지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제조관리자란 의약품등의 제조과정에서 제조소의 시설 및 품질 등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현행법은 의약품등 제조업자에게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수의 약사 또는 한약사를 두고 제조업무를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은 의약품등 제조업자가 제조소마다 1명 이상의 제조관리자를 두되,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2명 이상의 제조관리자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규칙[별표 1]은 제조소에서 서로 독립된 제조부서와 품질(보증)부서를 두고 각각 책임자를 둬야 하며, 이 경우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제조관리자가 여행, 질병 등의 사유로 일시적인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는 경우 그 직무를 대행할 자가 없어 사고 예방 및 초기 대응 시 업무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관리자가 일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제조소에 따라 자체적으로 다른 제조관리자가 그 업무를 대행해 운영하거나 생산계획을 변경해 의약품 등의 출하를 지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정안은 의약품등 제조업자는 제조관리자가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리자를 지정하여 해당 제조관리자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제약계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에 따르면 일시적 부재 시 대리자 지정을 위해 단기근무자를 임용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2인 이상의 약사를 고용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의약품 생산현장의 현실을 감안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며, 반대 의견을 전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조관리자의 일시적 부재 시 업체 내부 규정을 통해 일부 업무를 위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업무위임에 따른 안전성 확보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반대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한 법 해석에 있어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를 명확히 하고, 총리령으로 지정하는 직무대행자의 자격을 현행 제조관리자와 동일한 수준이 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정수용’ 검토의견을 내놨다.

보건당국은 유보적 입장이다.

식약처는 “입법취지는 타당하나, 입법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다수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해소를 위해 국회에서 광범위한 의견수렴과정을 통해 입법필요성을 검토하고, 법안심사과정에서 대리자의 자격, 부재기간, 교육실시 여부, 신고제운영여부 등을 폭넓게 논의해 법률에 명확히 규정할 사안이다.”라며, ‘신중검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상임위 전문위원실은 입법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자율성 침해 소지와 현실적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의약품등 제조관리 업무의 책임성과 연속성을 확보해 의약품등 안전관리체계를 강화시키려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현행법 하에서는 의약품등 제조업자가 제조관리자의 일시적 부재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수의 제조관리자를 두거나 생산계획을 변경하는 등 업체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개정안은 모든 의약품등 제조업자가 반드시 제조관리 업무를 대행할 대리자를 지정할 의무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운영상의 자율성을 상당 부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정안에는 직무대행자의 자격규정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의약품등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제조관리자의 자격을 약사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약사법’의 취지를 고려해 직무대행자의 자격을 약사로 엄격히 제한할 경우 추가적 고용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