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 폭행사건과 간호사 태움 문화 등 의료인력 간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국회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앞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는데, 2월과 3월 발의된 관련법안만 6건에 달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폭행이나 태움문화로 인해 의사나 간호사 뿐 아니라, 환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먼저,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13일 ▲의료기관 내 괴롭힘의 행위 정의 구체화 ▲괴롭힘 발생에 따른 의료기관장 및 개설자의 조치사항 규정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교육 실시 의무화 ▲의료기관 인증 기준에 괴롭힘 예방활동 여부 추가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최근 수련기관 내 수련대상자인 전공의에 대한 폭행사건이나 병원 내 간호사를 장기자랑에 동원해 선정적 공연을 강요, 신규 간호사에 대한 태움 문화 등으로 의료기관 내 발생하는 괴롭힘과 비인권적 행태가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으로는 진료영역 밖의 다른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지규정이나 제재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의료기관 내 직위와 업무상의 우월성을 이용한 폭력행위에 대해 대처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지적하며, “특히 의료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등 비인권적 폭력행태는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로인한 피해를 국민이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해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신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된 간호사들의 ‘태움(직장 내 괴롭힘)’ 문화는 개인의 품성 문제라기보다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도록 강요하는 격무와 과로의 구조적 요인이 더 큰 실정이다. 인력이 부족해 간호사가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피로도가 쌓이게 될 경우 간호사 상호 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하며,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의료법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도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지난달 27일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해 사용자 및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할 수 없도록 이를 명문화하는 한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폭행, 협박 및 그 밖에 가혹행위 문화가 근절될 수 있도록 관련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도록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죽음의 원인으로 일부 병원 등에서 자행돼 온 ‘태움’ 문화가 지목되고 있다.”면서, “또한 대한간호협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 중 70%에 가까운 인원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간호사가 병원 내 악습 등으로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에도 이를 사전에 방지할 구체적인 법률상 근거가 부족해 사태의 재발을 막기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간호사의 인권을 증진하고 나아가 건전한 직장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같은 당 최도자 의원도 지난달 23일 신입직원의 교육ㆍ훈련을 근로의 일환으로 정의하고, 강제적이고 폭압적인 교육ㆍ훈련을 금지ㆍ처벌하는 내용의 일명 ‘신입직원 태움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법원과 노동부는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하의 교육훈련을 근로로 인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최대 몇 달에 걸쳐 진행하는 신입직원 교육ㆍ훈련 과정을 근로로써 인정하지 않고 폭언ㆍ폭행 등 정신적ㆍ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 관행이 일반화 돼 있다.

특히 정신력과 팀워크를 강화한다는 미명 하에 철야행군, 제식훈련 등 업무와 연관되지 않는 가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급여를 교육비로 지급하고 있다.

신입직원에 대한 이 같은 처우는 불법이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규정이 없어 관련 당사자의 사법처리가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신입직원 태움 금지법’은 ‘교육ㆍ훈련’을 근로의 정의에 포함시키고, 강제적인 교육ㆍ훈련을 금지한다고 명문화함으로써, 위반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최도자 의원은 “교육생이란 이유로 가학적인 교육ㆍ훈련을 인내해야 하고, 정당한 근로의 대가조차 주지 않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라며, “신입직원 태움 금지법 도입을 통해 우리 모두의 가족인 ‘미생’들을 보호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여당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지난달 12일 수련병원 등에서 발생하는 전공의 인권침해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내용의 일명 ‘전공의 폭행 방지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도전문의의 전공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지도전문의가 기초교육과 정기 보수교육을 받도록 하고, 수련병원 등의 장이 추천하는 사람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도전문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공의에게 인권침해를 하거나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지도전문의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도전문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인 의원은 “대학병원 교수의 후배 및 전공의 폭행 등 인권 침해 사건은 수련병원 내의 도제식 위계서열이 악용된 사례이다.”라며, “이는 전공의의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 및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도 지난달 5일 발의한 ‘전공의법 개정안’을 통해 보건복지부장관은 전공의에 대한 폭력 등을 예방하고 피해 발생 시 신속한 처리 등을 위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폭력등 피해 발생 시 신고체계 마련, 피해조사 및 피해 전공의 보호,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에 관한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수련병원 등의 장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수련병원 등의 장은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에게 폭력 등을 행사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 또는 지도전문의 교육을 연속 2회 이상 받지 아니한 경우에 지도전문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5년의 범위에서 그 자격을 정지하도록 하고, 이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은 수련병원 등의 수련 교과과목에 대해서도 지정 및 지정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지정취소 사유에 수련병원 등에서 5년 이내 3회 이상 폭행 등 사건이 발생한 경우를 추가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수련병원 등의 지정 또는 수련 교과과목의 지정이 취소되거나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폭력 등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수련병원등의 장으로 하여금 이동수련 조치를 하도록 명하고, 그 조치 결과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수련환경평가 항목에 수련병원등별 수련 교과 과목 지정기준 유지 여부, 폭력등 예방 및 대응지침의 이행 여부, 이동수련 조치 이행 여부를 추가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업무에 폭력등 예방 및 대응지침에 관한 사항, 이동수련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이외에도 전공의에 대한 폭력등의 예방 및 대응지침에 따른 대책을 성실히 이행하지 아니한 수련병원 등의 장에게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동수련 조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한 수련병원 등의 장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유 의원은 같은 날 ‘의료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해 의료인이 직무와 관련된 의료인에게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 등을 행사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자격을 정지하도록 했다.

유은혜 의원은 “최근 부산대병원에서 지도전문의에 의한 전공의에 대한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폭로된 것을 비롯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 간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피해자들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폭력ㆍ폭언ㆍ성희롱ㆍ성폭력에 의한 의료인의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과 동시에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법안 추진에 보건의료계는 환영 입장을 전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간호사 태움 방지법은 의료사고 방지와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절실하다.”라며, “해당 법안은 지체 없이 통과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의료사고를 방지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의 운영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법정 적정인력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병원에 만연한 임신순번제, 성심병원의 갑질 논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참사,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등 최근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병원 관련 사건들의 배경에는 극심한 인력부족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인력 문제는 심각 단계가 아니라 폭발 직전 단계이다. 인력부족과 인력 수급난 때문에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고, 태움과 직장괴롭힘에 내몰리고 있다.”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필수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으며, 의사ㆍ약사ㆍ간호사의 고유업무를 무자격자가 대행하는 불법ㆍ편법인력운영이 만연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긴급하게 나서지 않으면 보건의료인력대란이 현실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간호사 태움 방지법과 함께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2개의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최우선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의 83.8%가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했고, 41.4%가 태움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간호사의 65.5%가 폭언을 경험했고, 10.5%가 폭행을 경험했으며 13%가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휴게시간과 휴가 등 간호사들의 근로조건과 시간외근무 수당 등 처우 또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에게 인력은 비용이지만 환자에게 인력은 안전이고 생명이다. 너무나 열악한 근무환경과 직무스트레스, 태움 때문에 70.1%의 간호사가 이직의향을 갖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환자들이 의료사고와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간호사의 33.9%가 1년이 되기도 전에 못 견디고 이직하는 처참한 간호현장을 방치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최대 피해자는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는 더 이상 간호현장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경고가 돼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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