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종착역을 향해가고 있다. 이제 일주일 뒤면 후보자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던 6명의 도전자는 한 명의 당선자와 다섯 명의 낙선자로 나뉘게 된다. 유일한 여성 도전자인 기호 5번 김숙희 후보는 복수의 캠프로부터 최대 경쟁 상대로 꼽히고 있다. 그의 의협회장 도전 이유와 회무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김숙희 후보: 네, 반가워요.

장영식 기자: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숙희 후보: 지난 30여년 동안 다양한 의사단체에 관여하면서 정부의 불합리한 보건의료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의사들의 어려움과 희생을 강조해 왔습니다. 최근 3년 동안은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의사들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수가 정책과 문재인 케어라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 등 의사들에게 요구하는 희생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동료와 후배의사들을 보며 이 문제를 두고볼 수 없다고 다짐했고, 의료계의 모순을 직접 해결하고자 의협회장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짧게 포부도 말씀해 주세요.

김숙희 후보: 의협은 구태에서 벗어나 완전히 바뀌어야 하며 모든 회원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정부와 정치권에 영향을 주면서 전문가 단체로서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회장이 된다면 의협을 강하고 효율적인 전문가 단체로 만들어 4차 산업혁명과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각오가 대단하네요. 현안 질문부터 할게요. 의료계에서 정부의 문재인 케어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문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숙희 후보: 문케어는 사회적 합의나 재정마련방안에 고민없이 급하기 추진되다보니 졸속 정책이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보조금 지원 강화 등 재정 추계와 확보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의 부실화를 초래할 겁니다. 진료규제와 지불제도 개편 정책 추진은 의료의 질 하락과 그로 인한 국민건항 위해, 환자 쏠림 현상 등을 불러와 의료공급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문케어에 대한 대안도 제시해 주세요.

김숙희 후보: 진정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선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하고, 국민 부담 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문케어의 대응 방안은 보험료율 인상, 국고보조금 지원 개선,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만들어내는 예비급여 철폐, 실손보험사의 과도한 이익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사망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김숙희 후보: 먼저, 사건 발생 직후, 사법당국의 미숙한 대응과 수사가 이뤄져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의료의 열악한 시스템엥 발생한 겁니다. 그리고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기본적인 역학조사가 어려워진 것도 한 원인입니다.

장영식 기자: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숙희 후보: 유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 내 철저한 감염관리 체계를 만들어야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수가 인상과 함께 장기적으로 해당 영역에 우수한 의료인력이 지원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감염관리 체계 구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죠.

김숙희 후보: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 꼬리자르기 식 수사로 해당 사건의 교수와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의사는 환자가 사망하면 차라리 본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의사들에게 이런 식으로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누가 중증의료, 중환자실에 지원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로 의료계가 혼란을 겪었습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그 동안 의료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기도 하죠? 당선되면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요?

김숙희 후보: 의료의 내일을 바로 세우는 것은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형병원 환자쏠림, 의료 쇼핑문화 등 대한민국 의료계를 왜곡시키고 있는 현상은 대부분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파생됐습니다.

우선 경증질환으로 상급의료기관을 가는 환자를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 의사의 70%가 전문의로, 골목마다 동네의원이 자리 잡고 있지만 현실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료 이용방식이 달라져야하고, 의료기관들의 역량과 기능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도 제공되도록 정부와 기획재정부, 실손보험사 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의료전문가인 의사가 먼저 제안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의사와 환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추가 재정투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는 의료비가 절감된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차기 의협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한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숙희 후보: 억지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안전성ㆍ유효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방의 원천적 검증을 위해 의협 산하 한방대책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관련 법안의 재정비로 국민안전을 지켜내겠습니다.

이미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계획 중 이미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계획 중 1차와 2차가 진행됐고, 총 2조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빠져나갔으나 공식적으로 발표된 성과는 없습니다. 정부의 무성과적인 한방사업 투자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의료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반드시 전면 철회돼야 합니다.

차기 집행부는 한방대책위원회와 함께 ▲한방 사업 전면 철회 관철 ▲한약재 성분 및 원산지 표기 의무화 ▲한방의 의과의료기기 허용 저지 등을 해결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서울시의회가 7일 한의약 육성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일부에서 서울시의사회의 대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숙희 후보: 서울시 과장과 국장에게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보통 조례안은 공청회를 여는데 이번에는 2월 26일에 상임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한 뒤, 3월 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서울시에서 절차를 건너뛰어 모르는 사안이었습니다.

이건 누구의 탓으로 돌려선 안 됩니다. 조례는 모법이 있는데 2012년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복지부에 알아보니 예산이 나와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부분을 막으면 됩니다.

장영식 기자: 대관업무는 의사협회의 중요한 회무중 하나인데요, 차기 집행부에서 대관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요?

김숙희 후보: 세종사무소의 역할을 강화해서 거기서 대관업무를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소장과 직원을 두고, 국회도 완벽하게 모니터링 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에 대한 회원들이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회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숙희 후보: 첫째는 화합이고, 두번째는 수가입니다. 이 두 가지는 개별 이익도 없고, 다른 의견도 없습니다. 이 두 가지는 어떻게든 해주고 싶습니다. 화합은 자주 만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3년 동안 서울시의사회장을 하면서도 특별분회를 매년 찾아가 현안을 들었습니다. 서로 만나다보면 의사라는 하나의 우산 안에서 해결책이 있다고 봅니다.

처음 수가를 이야기 했을 때 대통령도 적정수가 이야기를 했지만 받아내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복지부 공무원을 참석시켜 회의를 할 때 기존 수가에 대한 인상 계획이 없다는 말을 받아냈습니다. 복지부에서 키를 쥐고 있는 국장들이 모였는데, 재정 계획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보장성 강화를 하려면 기존 수가 인상 계획에 대한 재정 투입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죠. 현재 비급여로 되어있는 미용성형은 시장 경제에 맡겨야 합니다. 필수가 아닌 의료는 환자에게 선택권을 줘서 자유롭게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보장율과 보험료도 OECD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동시에 수가도 올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의 질이 하락합니다.

또, 불필요하게 급여로 들어와있는 게 많습니다. 정확히 판단해서 필요없는 건 비급여로 빼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은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지만 개원가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교수나 봉직의를 위한 정책이 있나요?

김숙희 후보: 실제 일하고 있는 의사가 9만 7,000명 정도인데, 개원가에 3만 7,000명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봉직의, 교수, 전공의입니다. 의협은 개원의 단체가 되어선 안 됩니다.

수가 협상도 의협이 아니라 의원협회나 대개협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협은 의학회, 대개협, 병협 등을 모두 아울러야 합니다. 의협 회장은 섬기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병협, 의학회, 대개협을 다 받들어주는 후보가 의협회장이 되면 당연히 내부에 포함이 될 것입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고대 동창회와 연대 동창회가 의협회장과 서울시의사회장 선거를 두고 거래를 했다는 의혹제기가 있었습니다.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김숙희 후보: 그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연대와는 개인적인 인연이 많았을 뿐입니다. 이전부터 박홍준 부회장이 혼자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고, 오동호 회장이 출마를 선언한 건 한 달도 안됐습니다. 그러니 거래를 하거나 할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집행부 구성시 고려대상도 아닌거죠?

김숙희 후보: 자리 약속도 하지 않았습니다. 회장이 되면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추천을 받아서 기용할 겁니다.

장영식 기자: 대한의학회 소속 대의원들이 의협 대의원총회 참석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배정된 대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김숙희 후보: 당시 상황은 회장이 대의원들에게 참석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또, 참석을 안하는 것도 일종의 행동으로 나타내는 의견표시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안건이든 간에 대의원에게 직접 참석해 달라고 요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미 의학회에는 내부에서 참석할 수 있는 분을 공정하게 선출해서 보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서울시의사회장에 당선된 직후, 회원은 진료에만 매진하게 하고 회장과 집행부가 투쟁은 맡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의협회장 선거 공약으로 상설투쟁기구를 내세웠는데, 회원의 참여없는 투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김숙희 후보: 이번 비대위는 조금 이상합니다. 선거와 연관있는 비대위입니다. 처음부터 전권이 주어진 것부터 집행부와 상의가 안된 것입니다. 집행부와 비대위는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선거가 개입되면서 기형적인 비대위가 됐습니다. 역할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집행부와 대결관계가 됐습니다. 투쟁기구는 집행부에서 확실하게 지원해 줘야 합니다.

저는 상생투쟁기구에 전권을 어느정도 줘서, 지금 비대위처럼 강력하게 투쟁을 할 수 있는 기구로 만들겠습니다. 예산문제로 부딪히는 일도 없도록 하겠습니다. 상설투쟁기구는 평소에는 준비하고 가능하면 회원들이 길거리에 나오지 않도록 미리미리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진료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말에는 여러가지가 많습니다. 법률 문제나 행정 지원 등의 일을 의사단체에서 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장영식 기자: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거운동을 하면서 많은 회원들을 만났는데, 회원들의 정서나 느낀 점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숙희 후보: 호의적으로 해주는 분도 있고, 신경질 내는 분도 있었습니다. 회장 선거를 전혀 모르는 분도 많았습니다. 너무나 무관심합니다. 무언가를 얻고 싶으면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회장 선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의협이 있는 줄도 모르면서 힘들다 못살겠다고 해선 안됩니다. 투표는 반드시 해야합니다.

장영식 기자: 투쟁과 협상에서 모두 성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도 투쟁과 협상에 자신이 있다고 합니다. 투쟁은 자신이 최고라는 후보도 있습니다.

김숙희 후보: 자신만이 투쟁할 수 있다는 후보가 있습니다. 하지만 회장이 크레인에 올라갈 때 누가 가장 관심을 끌겠습니까? 여자회장이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 오죽하면 올라갔을까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투쟁을 할 때 누굴 가장 주목하겠습니까?

장영식 기자: 만약 당선된다면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김숙희 후보: 3년 전 서울시의사회장에 당선됐을 때 세가지를 말했습니다. 하나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라입니다. 이는 겸손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하루를 불꽃처럼 살아가라입니다. 이는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박수 받으면서 떠나라입니다. 마지막이 힘들 거 같은데, 최초로 박수 받으면서 떠나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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