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지난 4월 2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규제 문제점 및 개선방향 심포지엄’에서는 형사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에 정지나 취소라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논제가 등장했다.

이러한 논의가 등장한 배경으로는 2012년 산부인과 의사의 시신유기사건(징역 1년 6월 선고), 최근 고 신해철 집도의에 대한 판결 결과(업무상과실치사죄로 징역 1년 선고) 등을 들 수 있다.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일으킨 사건들이었음에도, 산부인과 의사는 죗값을 치르고 나서 3년 뒤 의사 면허를 재취득했고 고 신해철 집도의의 경우 의사 면허에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사실이 상당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다른 전문직의 경우 업무와 무관한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징역형과 금고형 모두 인신을 구속하는 처분임은 동일하나, 금고형은 노역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을 선고받으면 일정한 기간 동안 자격을 정지하거나 등록을 취소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법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의 변호사 자격등록을 반드시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변호사법 제18조제1항제2호) 한번 취소되면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이 지나야 재등록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취소사유나 등록 금지 기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변호사법 외에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공인노무사법, 변리사법에서도 같은 취지의 제재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에서는 형법상 허위진단서 작성, 낙태, 업무상비밀누설과 같이 업무와 관련된 일부의 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를 제한하여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의료법 제8조) 업무와 무관한 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면허에 아무런 제재가 없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업무상 과실치상•치사죄도 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입법역사를 보면, 일반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한 면허제재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까지의 의료법에서는 일반 형사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에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원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그 규정을 삭제하고, 현행법과 동일하게 일부 범죄로 처벌받는 경우에만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변경한 것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직역에 요구되는 직업윤리는 같지 않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이 그 사명이라고 하지만(변호사법 제1조제1항) 의료인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최우선으로 하며(의료법 제1조), 공인회계사는 국민의 권익보호와 기업의 건전한 경영 및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공인회계사법 제1조)

그러므로 단지 다른 전문 직역에서 제재규정을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법에도 동일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 국민의 건강과 보건이라는 최우선적 목표를 기준으로 삼아 의료윤리에 반하는 행동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의사 면허의 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의료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나, 말 그대로 고의범이 아닌 만큼 면허 제재의 수위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윤리에 반하는 범위 내에서 의사면허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자연스러운 논의이다.

그러나 의료와 무관한 일반형사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있어서, 아무런 기준선을 정하지 않고 무조건 면허의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

그러므로 일반형사범죄로 처벌받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면허를 취소할 것이 아니라 그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도저히 의료인의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면허의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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