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전부 개정돼 지난해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올해 5월 30일부터 비자의 입원과 입소에 대한 입원적합성심사가 시행된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자의입원이 늘어나고 비자의입원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료의 주체인 환자의 인권이 보호받으며, 지역사회 내 재활과 복지 지원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국ㆍ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역할 강화와 정신질환자 복지 지원서비스 확충은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할 과제로 나타났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시행
비자의입원ㆍ입소 환자의 절차적 권리 보호를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새로 도입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5월 30일부터 본 사업으로 시행된다.

헌법재판소는 환자의 절차적 권리로서 환자의 대면조사 및 진술기회 부여, 독립적ㆍ중립적 비자의입원 심사기구 설치 등을 지적한 바 있다.

법 시행 전후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현황(단위: 명)
법 시행 전후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현황(단위: 명)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권역별로 5개 국립정신병원 내에 설치(총 12개 위원회, 58개 소위원회 운영)되며, 신규로 비자의입원ㆍ입소한 환자에 대해 1개월 내 입원ㆍ입소의 적합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환자가 신청하거나, 위원장의 직권을 통해, 국립정신병원 소속 조사원이 방문해 환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제공한다.

연간 약 4만여 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개 국립정신병원에 총 49명의 운영인력(행정인력ㆍ조사원)을 확보했다.

더불어, 총 276명의 위원 위촉을 완료하는 한편, 정신의료기관ㆍ시설 대상 권역별 간담회 및 실무자 대상 시스템 교육을 실시해 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위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법조인,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질환자 가족, 정신건강증진시설 설치ㆍ운영자 등으로 구성된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시행에 따라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언급된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기구에 의한 실질적인 심사, 대면조사를 통한 환자 진술 기회 등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불필요하거나 관행적인 비자의입원ㆍ입소와 그에 따른 질환의 만성화를 최소화하고, 환자의 사회복귀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새로 변화된 입ㆍ퇴원 제도에 따라, 2주 내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3개월까지 비자의입원ㆍ입소가 가능한 추가진단의사 제도가 지난해 5월 30일 시행됐다.

또한 환자와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에 따른 ‘동의입원’ 유형을 신설해 환자의 의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조화되도록 했다.

동의입원은 환자는 기본적으로 자의로 입ㆍ퇴원하나,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 퇴원을 신청할 때, 치료와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의가 판단하는 경우 72시간 동안 퇴원을 제한하고, 비자의 입원(보호ㆍ행정입원)으로 전환 가능하다.

비자의 입ㆍ퇴원 절차 개선에 따라, 법 시행 이후 비자의입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입원 환자 수는 다소 감소했다.

법 시행 후 2018년 4월 23일 기준 비자의입원 유형(보호ㆍ행정입원) 비율은 37.1%으로, 2016년 12월 31일 기준 61.6%와 비교해 24.5%p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선진국 비자의입원율은 이탈리아 12%, 영국 13.5%, 독일 17% 수준이다.

법 시행 이후 자의입원을 포함한 전체 입원 환자 수는 2016년 말 6만 9,162명 대비 현재 6만 6.523명으로 3.8%(2,639명) 감소했다.

비자의입원 유형 중 행정입원(시ㆍ군ㆍ구청장에 의한 입원) 환자의 비율은 2016년 말 0.2%(94건)에서 10.4%(2,560건)으로 증가해 상대적으로 인권 보호에 유리한 형태의 비자의입원이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환자는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치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결정해 자의입원으로 전환함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권 전문위원인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치료와 서비스의 주체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입ㆍ퇴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공고하게 보호되는 변화가 나타났다.”라고 평가했다.

*자의입원 유형은 자의입원ㆍ동의입원을, 비자의입원 유형은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ㆍ행정입원(시ㆍ군ㆍ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뜻함
*자의입원 유형은 자의입원ㆍ동의입원을, 비자의입원 유형은 보호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ㆍ행정입원(시ㆍ군ㆍ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뜻함

한편, 전체 비자의입원의 추가진단 중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률이 높지 않아 국ㆍ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는 향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할 과제로 나타났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이 중 한 명은 국․공립 또는 지정진단의료기관 소속)의 진단이 필요하다.

비자의 입원 추가진단 건수 중 국ㆍ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이 32.7%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 국ㆍ공립 정신의료기관은 전체 정신의료기관의 3.7% 수준이다.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법 개정으로 치료의 필요성과 환자의 인권 보호가 균형을 이루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면서, “정신과 진료에 있어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통해 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치료 순응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에 따라 향후 정신보건 정책에서 국ㆍ공립 병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을 맞아 환자의 절차적 권리의 보호 뿐만 아니라 복지서비스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보다 풍부히 채워나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차 과장은 이어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정신질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중간집(Halfway House)’과 같은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을 확충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며, “제도의 보완ㆍ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 및 전문가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소통을 유지하는 등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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