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인 ‘치매안심센터’가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구도로 가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검사와 진단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라며, 전격적인 확충보다는 내실 있는 단계적 확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치매안심센터가 모든걸 다 하려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며, 민간 의료기관의 협조를 당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치매안심센터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치매국가책임제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7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했으며, 2050년에는 38.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10명 중 3명이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로 추정된다.

치매로 인해 가계 부담, 가족 갈등, 가족 해체 등 가족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으며, 돌봄 부담으로 인한 실직, 정서적 고립 등으로 인한 동반자살 등,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그간 2008년 ‘치매종합관리대책’, 2012년 ‘치매관리법’ 제정 및 ‘제2차 치매관리종합계획’, 2014년 ‘치매환자 가족의 간병부담 경감을 위한 치매관리대책’, 2015년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 등의 치매관련 대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과 경증치매 어르신 고려 부족, 의료서비스 미흡 등으로 인해 가족부담은 여전하고 치매의료는 사각지대에 처하게 됐다.

또, 정부제공ㆍ돌봄 지원체계 부족, 치매전문 상담인력 및 사례관리 부족, 돌봄 연계와 인지재활 프로그램 등 지역서비스 부족 등 치매환자에 대한 지원체계가 미흡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를 위해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1:1 맞춤형 사례관리 ▲치매안심 요양병원 확충 ▲치매전담 요양시설 확충 ▲장기요양 대상자 경증치매까지 확대 ▲요양ㆍ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 완화 ▲국가치매검진 등 치매지원사업 확대 ▲치매연구 투자 확대 ▲전담부서 등 정책체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

특히 핵심인 치매안심센터는 지난해 전국 시ㆍ군ㆍ구 보건소에 256개 설치됐다.

▽치매안심센터, 전문성ㆍ민간기관과 경쟁구도 문제
치매국가책임제는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이지만, 이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치매안심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제에 나선 정지향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장(이화여대목동병원)은 “왜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진단을 담당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하며, “치매 전문의사가 없을 경우 판독의 오류가 우려되며,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초기 치매환자의 감별이 어렵다. 치매 오진단의 위험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경인지검사 수행자의 전문성 및 정확성이 부족하고, 전문의사가 없을 경우 판독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치매의 적절한 진단을 위한 진료를 전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지향 센터장은 또, 협력의사(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매전문간호사, 치매전문 비약물치료사 등, 치매 전문인력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치매환자 증가 대비를 위해 신경과 전문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무증상의 고령인구에 대한 무작위 검진의 필요성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증상을 호소하는 직접 내원 대상자 위주로 검진하고,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운동, 식이, 인지증진 등 치매예방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에서 치매안심센터에 참여한 의사들의 목소리는 더욱 생생했다. 특히 치매안심센터에서 시행하는 검사와 진단에 대한 우려가 컸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건우 강북구 치매안심센터장(고려대안암병원)은 “치매안심센터 인원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라며, “갑자기 너무 많은 센터를 확충하려는 시도가 자칫 각 센터의 전문성을 손상시킬까 걱정된다. 전격적인 확충안보다는 내실 있는 단계적 치매안심센터 확충안이 고려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환석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제주 서귀포의료원 과장)도 “지난해부터 치매안심센터가 생겨난 후 인지재활이나 예방 관련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치매진단 기능도 강화돼 병ㆍ의원에서 시행하던 치매정밀검사 기능까지 보건소에서 시행할 수 있게 됐지만, 1년간 이에 따른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정밀진단 검사 신뢰도 및 정확도 저하를 지적했다.

치매안심센터 내에 숙련된 검사자가 거의 없고 검사자 사이 수준 차이도 많이 나며, 무학력자, 문맹자, 시각ㆍ청각장애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또, 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중증 치매환자에게도 시행해 이런 경우 검사는 거의 선별검사 수준으로만 이뤄지며, 의사는 다시 정밀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검사결과가 다른 경우도 발견된다고 꼬집었다.

박환석 과장은 이어 “예전에는 거점병원 의료진이 책임지고 CERAD, IADL, CDR, GDS, GDpS, PHQ-9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고 충분히 환자 진찰과 보호자 상담 후 치매 진단이 이뤄졌으며, 치매진단이 내려지면 보건소에서 이후 감별진단이나 환자관리 프로그램을 연결지어 시행받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실적에 들어가는 CERAD만 시행해주면 치매인지를 바로 판독해 주는 정도의 협력의사로만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치매안심센터에 치매진단에 필요한 CERAD 외 다른 검사를 추가적으로 요구할 경우 매우 불만이 많고, 광역치매센터와 중앙치매센터 지침에 따른 검사만 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적절하지 못한 사례관리 및 가족상담 대상자 선정도 문제로 꼽았다.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사례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나 가족에 대한 상담이 아닌, 신체적ㆍ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우울증, 가정불화 등에 대한 상담이 대부분이며,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은 따로 받지 못한 상황을 우려했다.

박 과장은 “이전 치매조기검진사업 시행 시에는 거점병원과 보건소 간 의견 조율을 통해 시간과 나가는 횟수를 자율적으로 정해 거점병원에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에서 보건소에서 충분한 검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시간과 횟수가 지침으로 내려오면서 인력 등의 병원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시간과 횟수를 지키길 원하고 있다.”면서, 의견 조율이 어려운 협력관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는 보건소와 유기적 관계에서 효율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거점병원의 치매조기검진 책임자도, 센터장도 아닌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일 뿐인 상황이 됐다.”면서, “치매안심센터는 센터장(보건소장)과 팀장이 운영을 하고 이미 많은 운영인력이 있는 상태여서, 협력의사는 운영에 있어 요구하는 일만 해주는 수동적 참여만을 원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고 토로했다.

민간 의료기관과의 경쟁구도 문제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박건우 강북구 치매안심센터장은 “민간의료기관과의 협력이 없고 도리어 경쟁구도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라며, “지역에서 치매어르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역 민간의료기관과의 연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경남 합천병원 과장) 역시 “지역의료기관과 치매안심센터는 경쟁관계인가.”라고 반문했다. ‘2018 치매정책 사업안내’에 따르면, 진단검사의 검진대상자를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으며, 지역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진단검사의 대상자와 완전히 겹친다는 것이다.

김진태 과장은 “검진센터의 숙달되지 않은 인적자원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으며, 숙달됐다고 하더라도 과부하가 걸리는 검사로 시행이 어렵고 판독도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또, 연계된 병원으로 감별진단이 의뢰됐을 경우 치매안심센터에서 시행한 진단검사 결과에 대해 불신이 생긴다면 연계된 병원에서 다시 진단검사를 하려고 해 비용 중복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자에게 진단검사비를 받으며 검사를 하는 지역 의료기관과 보건소와의 불필요하면서도 불평등한 경쟁이 발생한다면서,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선별검사 대상자는 전체를 대상으로 하되, 진단검사의 대상자를 저소득층에 국한하고 나머지는 지역 의료기관에 연계시키는 등의 조정을 하면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 좀 더 분명해지고, 업무의 효율도 좋아지며 지역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과장은 이어 “현재의 치매안심센터 운영은 도시 기준의 모델로, 농촌지역의 현실과는 특히 접근성 면에서 맞지 않다.”면서, “부락 단위의 가족모임을 만들어서 이송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복지사, 이장과 연계된 치매환자의 선별검사와 이어지는 사례관리대상의 분류나, 지역 의료기관의 연계를 통한 추적검사 및 진단검사의 분담 등을 통해서 적은 인력으로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연계과정에서 의사소통의 기준이 될 수 있는 MMSE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사업 참여 집단 간의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진단검사를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업무 흐름도를 MMSE와 연계해 표준화하는 것이 큰 사업에서는 더 효율적이며, 다른 국가에서도 MMSE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은향 은평구 치매안심센터장(서울시립서북병원)도 “치매안심센터가 그 지역사회에서 치매관리 허브로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공공기관이 민간자원을 잘 활용하고 연계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치매안심센터가 치매조기검진이 아니라 정밀검진하는데 치중이 된다면 국가 치매안심센터가 담당해야 할 큰 그림을 놓치게 될 것이다. 치매안심센터의 치매검진 역할은 병원으로 쉽게 접근 가능한 치매노인보다는 취약계층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치매안심센터가 모든걸 하진 않아”
보건당국은 쏟아지는 우려에 치매안심센터가 모든걸 다 하려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며, 지역 의료기관과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했다. 다만, 지역별 격차가 큰 부분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토로했다.

조충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복지부에서 13년 근무했는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넓고 격차가 크다는걸 치매사업을 하며 느꼈다.”라며,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 서울시를 뺀 대부분 지자체는 재정여건이 그닥 좋지 않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으면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라 치매안심센터 정책은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조충현 과장은 이날 나온 많은 우려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치매안심센터가 모든걸 다 하려고 하진 않는다. 여력도 안 된다.”면서, “치매안심센터가 잘 해야 할 부분은 민간이 못 하는 부분이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인프라를 만들기보다, 관내 의료기관, 요양시설, 각종 복지자원을 잘 연계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업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그래도 사업을 시행하며 치매어르신에 대한 진단은 있어야 하니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며 특히 조기검진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저희도 역시 무분별한 선별검사는 최대한 지양하려고 지난해 광역센터 선별검사 평가지표도 없애려고 했는데 갑자기 바꾸긴 어려워서 최소한 지표로 줄이고, 올해도 지자체 평가에서 선별검사는 뺐다.”라며, “앞으로도 선별검사는 최소화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치매안심센터가 서울 25개, 지방 231개 등 256개가 있는데 남양주와 안산, 수원 등 몇 개의 재정이 좋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치매전문 의료진을 구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지역마다 다른 사정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중이라고 역설했다. 지방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경과, 정신과에서 모든걸 커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치매안심센터가 치매환자를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거듭 강조한 후, “병원에 가기 어렵거나 관리가 어려운 사람을 타게팅하는 게 나아갈 방향이다. 그들은 진단, 병원에 가는것에 대한 부담 등의 욕구가 있으므로 지역사회 인프라를 채우는 것이 센터가 감당할 몫이다.”라고 설명했다.

치매안심센터의 진단건수를 살펴보면, 6월말 기준으로 9,600건이 직접 시행됐는데, 7,000건 가량이 서울시의 25개 센터에서 하고, 나머지를 지방 231곳에서 나눠서 했다.

이를 다시 세분화하니 남양주, 안산 단원구, 수원 중원구 등에서 100개 이상으로 상당히 많이 했고, 아직도 많은 시ㆍ도는 한 건도 못하거나 10건 이하로 막 시작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조 과장은 “본격적으로 하반기가 되면 초기 상담에서 검진과 사례관리로 중점업무가 넘어가게 될 것이다.”라며, “하반기 업무를 할 때는 많은 우려가 없도록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협업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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