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최근 각종 사건으로 인해 수술실 CCTV 설치 이슈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도내 병원에서 수술실 CCTV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동안 수술실 CCTV 설치를 꾸준히 주장해 온 환자ㆍ소비자단체는 경기도의 조치에 환영한다는 입장지만,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술실 CCTV 설치는 이미 지난 제19대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된 바 있어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폭언ㆍ폭행 등의 인권침해 행위나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공공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운영하는 것은 전국 최초다.

이재명 지사는 “10월 1일부터 연말까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시범 운영한 후 2019년부터 의료원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수술실 CCTV는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계획이며, 정보보호 관리책임자를 선임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라고 전했다.

안성병원 수술실 내부 CCTV
안성병원 수술실 내부 CCTV

이와 관련해 도는 지난 13일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ㆍ의정부ㆍ파주ㆍ이천ㆍ안성ㆍ포천 등 6개 병원과 병원 노조의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성병원은 지난 3월 이전 신축 시 수술실별로 CCTV를 설치했으나, 운영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도는 수술실내 CCTV 촬영은 환자가 수술부위 촬영 등 개인 정보 노출을 우려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환자의 동의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촬영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설치ㆍ운영 확대를 위해 CCTV장비 구입과 설치 예산 4,400만원은 2019년도 본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안성병원 통제실 CCTV 녹화장치
안성병원 통제실 CCTV 녹화장치

이 같은 발표에 환자ㆍ소비자 단체는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C&I소비자연구소는 지난 18일 공동논평을 통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들의 수술실 CCTV 설치 및 인권보호적 운영 결정을 환영한다.”라며, “국회와 정부는 수술실 CCTV 설치ㆍ운영 등 수술실 내 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관련 입법적ㆍ행정적 조치를 신속히 취하라.”고 촉구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19대 국회인 지난 2015년 1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환자가 동의할 경우 수술 시 해당 의료행위를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로 촬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최동익 의원은 “그 동안 비의료인의 대리수술과 성범죄 등 다양한 수술실 내 불법사례가 적발됐으나 상당수 피해자들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법적인 분쟁에서 패소하거나 합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수술을 시행한 의료인 입장에서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수술 상황에서 구체적인 기록을 즉시 남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해명이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료사고 당사자들이 끊임없는 평행선을 달리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가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번 법안을 계기로 수술실 등에 CCTV 촬영이 가능한 경우를 명확히 하고, 환자의 동의 없이는 촬영이 절대 불가능하도록 법체계를 정비해 환자의 권리가 보호되기 바란다.”면서, “의료분쟁 조정 등 제한적인 사유에 한해 촬영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의료사고의 진상규명과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개별 법령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허용하는 경우
개별 법령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허용하는 경우

하지만 당시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했고, 보건당국과 국회는 전문가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는 “여성 환자에 대한 외과수술 장면 등 환자의 내밀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있고, 의료인 뿐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허용하는 타 법령은 모두 질서와 안전유지가 목적이므로 의료법 개정안의 목적은 적합하지 않으며, 환자가 실제 촬영되는 내용에 대해 미리 알기 어려우므로 환자의 동의내용과 실제 촬영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등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의료인을 감시상태에 둠으로써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보다 방어적인 진료를 하게 될 수 있고, 환자와 의료인간 신뢰관계 형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의사협회는 환자ㆍ보호자 알권리 확보와 의료분쟁의 신속ㆍ공정한 해결을 위해 필요하나, 설치 대상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개정안의 무면허 의료행위 등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관리ㆍ감독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무면허 의료행위의 실제적인 적발, 의료사고시의 분쟁조정수단으로의 활용가능성과 함께, 수술 등 의료행위 받은 환자 개인의 사생할ㆍ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저해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복지부는 “따라서 의료계 뿐만 아니라 환자, 여성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영상정보처리기를 수술실 내부에 설치해 촬영할 경우 개복, 개심, 개두술 환자의 내부장기등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신체의 특정부위가 촬영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환자 및 보호자가 동의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동의 전 촬영되는 부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며,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구체적으로 촬영되는 만큼 의료진의 사생활 보호 법익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또, “혈관접합, 심장개흉수술, 뇌수술, 절단접합 수술 등 집도의의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수술 등의 경우 영상정보처리기로 촬영하게 한다면 집도의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촬영된다는 사실로도 수술에 집중해야 할 고도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환자 수술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촬영으로 기대되는 공정한 분쟁해결 이라는 이익과 분쟁 소지를 없애고자 해 발생할 수 있는 소극적 진료로 인해 침해가능성 있는 환자의 이익에 대한 충분한 이익형량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전문위원실은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별법에 따라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하려는 자는 공청회ㆍ설명회ㆍ여론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관계 전문가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 할 수 있는 공간 중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정신보건 시설 등에 설치하는 경우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 및 보호받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사람의 보호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이를 참고해 전문가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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