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를 건별 심사에서 경향 심사로 개편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은 19일 오후 2시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건강보험 심사ㆍ평가체계 개편방안 방향성 공유 및 협의 ▲선도사업 대상(안) 협의 ▲심사ㆍ평가체계 개편 추진 관련 세부 논의구조 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올해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행위별 수가제(Fee for Service)를 기본으로 운영되고 있어, 지급 전 심사 역시 한정된 인력이 청구건별로 기준 부합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로 운영중이다.

2017년말 현재 심평원 심사인력 596명이 연간 14억 건을 처리하고 있어, 1인당 250만 건을 담당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구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인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심사 과정이 비효율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환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의학적으로 필요한 건강보험 혜택도, 행위건별로 설정된 기준 부합여부 등만 따로 판단하다보니 불가피하게 제한되던 측면도 존재했다.

이로 인해, 과거 비용효과성을 중심으로 설정된 제한적 심사기준이 아닌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스마트하고 탄력적인 제도 운영 필요성이 대두됐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올해 5월 각각 ‘심사체계 개편 T/F’와 ‘심사평가체계개편단‘을 설치하고, 현행 심사체계의 한계점을 분석해 개선 대책을 마련해 왔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결과나 질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는 이른바 ‘가치기반(Value-based) 심사평가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가치기반 심사평가체계는 인구 고령화, 건강보험 적용 요구 증가 등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조건 비용 증가를 억제할 경우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제기되면서 도입된 개념이다.

의료자원 투입과 성과 평가 연계를 강화하고, 환자에게 실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최종 결과가 좋으면 치료과정을 사사건건 제한하기 보다는 의료인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자율적인 개선노력을 장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행위별수가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건강보험개혁과정에서 대두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 비용 보상 방식이다.

이날 협의체 1차 회의는 심평원을 중심으로 검토해 온 개편방향을 의료공급자 및 소비자(환자단체 등)와 공유하고, 전문가와 함께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그동안 청구건별로 나눠 기준 부합 여부를 확인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일괄 삭감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 졌으나 앞으로는 의료행위의 특성에 따라 의학적 타당성 유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관, 환자, 질병, 특정검사항목 등 단위 별로 지표를 설정해 모니터링한다.

또한 이상 청구 경향이 확인되는 경우, 원인을 분석한 뒤, 도출된 원인에 따라 사전 계도부터 집중 심사, 수가 수준 및 기준 조정까지 다양하고 입체적인 중재(intervention)수단이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지표설정 및 모니터링, 이상 청구 경향의 기준, 그리고 실제 중재 과정에서 의료계의 전문적 의견을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심사평가과정에 사실상 배재된 소비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심평원 이영아 심사평가체계 개편실행반장은 “지난 40여 년간 항목별 청구 적절성 확인 위주로 운영되던 심사ㆍ평가의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 의료질 중심으로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며, “협의체 운영을 통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개선과제 및 실행계획을 도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심평원의 업무 프로세스 등도 상당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법령ㆍ예산ㆍ전산시스템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와 개선 작업도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협의체를 통해 도출되는 개선과제들은 단기간에 끝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과제별로 체계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협의체에 참석한 변형규 의협 보험이사는 회의도중 회의장을 빠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기자들과 만난 변형규 이사는 “심사체계 개편시 경향심사를 포함한 다양한 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달받았으나 회의에 참석해 보니 경향심사에 대해서만 논의했다.”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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