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물리치료를 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지만, 보건당국은 간호조무사가 물리치료 보조를 할 수 있다고 한 기존 유권해석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험업계에서 해당 판례를 근거로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물리치료를 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전의총이 지난 2012년 초 확보한 한의원 불법 물리치료 영상. 각각 간호조무사가 (좌)초음파치료, (우)간섭파치료(ICT)를 하는 모습
전의총이 지난 2012년 초 확보한 한의원 불법 물리치료 영상. 각각 간호조무사가 (좌)초음파치료, (우)간섭파치료(ICT)를 하는 모습

앞서 광주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간호조무사에게 한방물리치료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A 한의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해당 한의사의 지시로 환자들에게 저출력광선조사기를 이용한 물리치료를 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 C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도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후 한의사 A와 간호조무사 B, C는 모두 항소했지만 광주지법은 지난 6월 21일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고, 피고인들이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광주지법은 간호조무사 B, C가 의료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출력광선조사기를 이용해 광선치료를 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간호조무사가 한의사의 물리치료 행위를 돕기 위해 의료기기의 가동을 준비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상대로 환부에 광선조사기를 대고 조작하는 등의 방법을 직접 시술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간호조무사 2인의 이 같은 행위는 의료기사법 시행령에 정한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에 해당하며, 직접 물리치료를 시행한 한의사를 보조한 것으로 단순한 의료보조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보건당국이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권해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9월 광주지법의 판결을 근거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 2011년의 간호조무사 진료보조업무 유권해석 폐기와 변경을 권고했으나, 한의약정책과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11년 유권해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가 첨부한 광주지방법원 판결의 경우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으로, 이 판결로 인해 기존 유권해석을 파기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부는 “진료보조라 함은 일반적으로 한의사의 지시, 감독 하에 이뤄지는 의료행위 또는 의료행위에 준하는 행위들을 뜻하며,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는 영역은 각종 판례 및 해석, 현실상황 및 일반적인 통념, 환자의 상태, 신체적 침습정도, 전문지식의 필요여부, 해당인의 업무수행능력, 자세한 지시, 감독의 정도, 응급상황의 발생가능성 및 대처능력 등 구체적 정환 및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의 입장과는 다르게, 보험업계에서는 광주지법 판례를 인용해 한의원 간호조무사의 물리치료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보험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물리치료를 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조무사의 물리치료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하는건 아니고, 보험사가 주의 깊게 보는 병원 리스트나 한방병원에 자주 가서 환자가 청구하는 병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누구에게, 어떻게 치료를 받았는지 환자로부터 일차적으로 문답서를 받고, 보험사 조사원이 병원에 내방해 의무기록 등의 정보를 통해 확인하다 보면 간호조무사의 물리치료 여부도 부수적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게끔 돼 있는 의료인 현황도 활용한다. 신고현황 숫자를 통해 의료인인 한의사 및 간호사와 신고돼 있지 않은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 수를 대조해 간호조무사에게 물리치료를 받았는지 여부를 추궁한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한의원 측에 간호조무사의 물리치료는 불법이라고 얘기하면 대부분은 판례가 있기 때문에 수긍한다.”면서, “광주지법 판례를 활용해 보험사가 한의원을 대상으로 환수한 케이스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복지부는 광주지법 판례가 개별 사안이라고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소송으로 가도 불리할 것이 없다.”면서, “소송으로 진행해도 되는데, 한의원 측에서 원하지 않는다. 문제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만하게 합의 후 종결되고 있어서 이슈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험사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 대비 환수금액을 계산하다 보니 조사를 많이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전수조사를 해 보면 한의원의 간호조무사 물리치료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병ㆍ의원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조무사나 간호사가 물리치료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의료기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고 있지만, 한의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한방물리치료를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복지부의 유권해석(2011년도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답변)에 따라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전국의사총연합의 방문조사 결과, 한의원의 80%(40곳 한의원 중 32곳)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물리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환자에게 감염이나 화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임산부와 노약자 등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대응 문제 등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는 ‘의료행위’인 물리치료를 간호조무사의 단순한 진료보조행위로 판단함으로써 국민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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