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또는 불법 증ㆍ개축된 건축물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다른 현행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의료법에 추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3월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8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김 의원은 “밀양세종병원 화재의 경우 불법 증ㆍ개축된 건축물에 병원을 개설해 소방서의 화재진압에 어려움, 화재피해 확대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라며, “이와 같이 불법 증ㆍ개축된 건축물에 의료기관 개설 시 환자안전에 문제가 있는 등 규제할 필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장소에 대한 제한은 약국 구내, 약국과 전용통로 등이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을 뿐 이에 대한 명확한 제한 규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무허가 또는 불법 증ㆍ개축된 건축물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현행법은 의료기관의 개설장소에 관해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으나, 무허가ㆍ무신고 건축물 등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대한 제한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가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부터 허가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고 건축하는 것은 현행 ‘건축법’ 위반에 해당해 관계법령에 의한 제재 대상이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불법 증ㆍ개축 병원은 180개소로, 이 중 이행강제금 부과대상은 125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무단으로 증ㆍ개축한 건축물 등에 개설한 의료기관에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한 사례에서 보듯, 불법 건축물에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밀양세종병원은 건물 총 면적의 10%가 불법으로 증축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설허가를 해 화재 피해가 켜진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무허가 건축물이나 불법으로 증·개축한 건축물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개설허가취소 등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검토의견을 통해 “불법건축물의 경우 ‘건축법’상 이행강제금 부과 강화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상 개설 제한사항으로 추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이며, 건축물의 전 소유자가 불법 건축 시 이를 양수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라고 반발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개정안 위반에 따른 처분규정인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사유를 지나치게 넓게 적용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원협회는 의료기관 개설 신고 또는 허가 시 시ㆍ도지사로 하여금 건축관계법령 위반여부를 추가 확인하도록 하고, 규정 위반 시 시정명령 처분 및 건축관계법령 준수 시까지 시설ㆍ장비 사용제한 등을 통해 실질적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건당국은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예외 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건복지부는 “밀양세종병원 사태와 같이 불법 증개축 건물에 의료기관 개설시 환자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불법 건축물 등에 의료기관 개설 금지할 필요성이 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기존 의료기관에 대해서까지 개설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과하므로 부칙에서 법 시행 후 개설하는 의료기관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의료기관 개설자의 귀책사유 없이 건축물이 불법 증개축된 경우에는 개설허가 취소처분을 하지 않도록 예외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집합건물에서 의료기관과 관련 없는 다른 층에서 건물 소유자가 불법 증ㆍ개축을 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역시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건축물의 적법성 여부 확인 의무를 부여해 환자 안전을 제고하려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개정안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허가 건축이나 불법 증ㆍ개축 등 일차적 책임은 해당 건물을 건축한 자에게 있는 것으로, 불법 건축물에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유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과도하게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1차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을 준비 중인 자가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건축물을 임차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해당 건축물의 적법한 허가 또는 신고 여부를 확인받을 수 있으며, 2차적으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 또는 신고 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축법’ 위반여부를 확인한 후 허가 또는 신고수리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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