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한의사는 법적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고, 한의약 치료의 효과성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조성훈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현행법에서 한의사의 치매 진단권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관리법에 따르면, ‘치매환자’란 치매로 인한 임상적 특징이 나타나는 사람으로서 의사 또는 한의사로부터 치매로 진단받은 사람을 말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또한 통합적 치매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한의약의 활용이 부재한 상황이다.”라며, “정부는 지난 2016년 ‘한의약 발전계획’에 따라 한의원에서 감기, 암, 치매 치료를 받아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지금까지 구체적 정책이 나온 것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국가 치매안심센터에서 한의약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방안으로 ▲한방 치매 예방 및 인식 개선 사업 ▲한방 치매 치료비 지원사업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한방 치매 예방 및 인식 개선 사업은 ▲치매 예방 기공요법 ▲한방 식이영양 교육 프로그램 ▲치매 노인성 우울증 관련 명상 요법 ▲한방 인지건강 프로그램(한방 음악치료 프로그램, 한방 집중력 명상 프로그램) ▲한방 치매상담 프로그램(간병가족 등 상담 프로그램) 등이다.

또, 치매 단미복합제 처방에 바로 치매 한약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철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도 치매국가책임제 정책에서 한의사가 배제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정 교수는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 자격은 ▲협약병원(혹은 감별검사 위탁 중인 병원) 의사로,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관내 신경과 혹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경우 치매 전문 교육을 이수한 의사 ▲상기 사항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건소 내 치매 전문 교육을 이수한 의사 가능이다.”라며, “이처럼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에서 관련 한방 전문의를 배제하는 것은 크게는 국민건강권, 작게는 한의사 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의사의 치매 진단, 평가도 문제다.”라며,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발급에서 한방의료기관이 차지하는 것은 1%도 안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진한 것은 한의사는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발급자격을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로 제한하고 있고, 장기간 관찰할 환자가 부족해 치매진료 상황이 불리하기 때문이며, 대국민 홍보 부족도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국민 선택권 보장 및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소견서 발급 자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도 신경과, 신경외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한정하며 관련 한방 전문의를 배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약, 침 등 한의치료의 유효성을 무시하는 것이며, 한의사의 치매 진단 및 치료권 침해, 의료인력의 효율적 배분, 활용에 위배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의약의 치매 치료 효과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2010년 일본 신경과학회는 ‘치매질환치료 가이드라인’ 권고항목에 억간산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교수에 따르면, 일본 노인학회는 ‘노인의 안전한 약물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억간산이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병, 혈관성 치매의 행동심리증상을 개선하며, 일상생활 능력, 가족의 부양 부담감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주치의를 위한 BPSD에 대응하는 향정신병약 사용 가이드라인 2판(2015)도 억간산을 환각, 망상, 조조, 공격성에 권고했다.

권승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순환ㆍ신경내과 조교수는 일차의료 한의사 역할에 대해 “MeCDT, 하세가와간이검사법 등을 활용해 일차진료의로서 초진 및 경과관찰을 시행하고,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할 경우 상급종합병원에 의뢰하면 된다.”라고 역설했다.

권 조교수는 한의치료 방법으로 중핵증상에는 가미온담탕, 팔미지황환, 가미귀비탕, 주변증상에는 억간산, 인삼양영탕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박종훈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역시 “의과는 모든 의사가 치매진단서를 발부할 수 있지만, 한의과는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만 발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치매관리법 2조에 따르면, 법적으로 한의사는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의료인이다.”라며, “법적 근거 뿐 아니라 치매 관련 한의대, 의대 교육을 비교해 봐도 전공필수과목에 신경정신과를 이수하도록 돼 있다. 법적으로도 보장돼 있고 교육도 충분히 받은 한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왜 장기요양치매진단서류 발급을 제한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 답을 2017년 국감 처리결과 보고서에서 볼 수 있었다며, 복지부 답변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치매관리에 양방 뿐 아니라 한의약 등 가용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다만, 한의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한방치매 진단 신뢰성 강화 위원회’를 구성, 논의한 결과, 건강보험 급여 기준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한방의 경우 우선 한방신경정신과로 한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하지만 위원회 자료를 보면 정합성이란 말은 안 나온다. 아마 건강보험상의 급여목록과 장기요양제도상의 치매진단서류에서도 제한했으니 발급 주체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 같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치매진단과 치매검사를 동일하게 본 복지부 답변은 잘못 됐다. 치매검사는 치매진단의 일부다. 그런 면에서 정합성에서 오류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한의사가 받는 불합리한 차별로 ▲일반 한의사의 치매선별검사 및 척도검사 수가 부재 ▲일반 한의사의 치매검사 산정 제한 ▲일반 한의사의 장기요양등급 치매진단 관련 의견서 제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종합 신경인지지능검사 급여화 배제(동기부여 없는 제도적 환경) 등을 꼽았다.

박 이사는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인력 부족이 핵심적 이유인데, 아직도 협력의사를 못 구한 곳이 44곳이나 된다.”면서, “전국의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가 180여 명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고 일반의사로 버티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력의사 자격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도 포함하고, 거기서 충족이 안 되면 전문교육을 이수한 한의사도 포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오는 12월 시행을 앞둔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역시 공립요양병원 운영 위탁 자격과 치매안심병원 지정기준의 인력기준에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의계의 주장에 보건당국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채, 의견을 경청하고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조충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오늘 제안준 의견들에 대해 맞다, 그르다를 판단하기보다는 사회 각계가 협업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이다.”라며,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총괄하는 역할이니 한의협 의견도 경청하고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조 과장은 이어 “지난해에도 비슷한 토론회를 했는데, 한의협이 외국사례 분석을 많이 하는 등 근거를 더 모으고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제안한 의견들을 명심해서 보험급여과, 요양보험제도과, 치매정책과가 함께 검토하고 그 결과를 회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내년도 치매안심센터는 예방 부분에 더 집중하고, 찾아가는 서비스 등 농어촌 지역에 적합한 모델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료기관과 치매안심센터의 협업에도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 토론회 개최와 관련, “한의계에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 한방치매사업들 조차도 오류와 허점투성이며,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실패한 무의미한 사업이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방치매사업에 대해 공통적으로 대상자 선정의 오류, 정밀 진단 과정의 부재,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 연구윤리 문제 등으로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사업 참여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매년 사업이 진행돼 해마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는 것이다.

연구소는 또, 한의협이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라며 근거로 내세우는 논문들은 한약의 치매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논문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한의계는 실패한 지자체 사업결과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논문들을 근거로 들어서, 한방 치료가 치매에 있어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처럼 주장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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