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5%가 겪는 척추질환과 관련, 무조건 수술을 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수술 대 비수술 치료의 비교 효과 연구를 한 결과, 수술 치료의 결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측은 환자가 척추질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데 일부 무분별한 수술 사례가 보도되며 불안감이 커져 그러는 것이라며, 척추질환 진단 및 치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요통환자 관리를 위한 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신정우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척추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살펴보면, 2016년 기준 근육골격계통 및 결합조직 질환에 13조 1,000억원이 지출됐고, 이 중 척추 관련 질환에는 3조 9,000억원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의 유형에 따른 척추 질환 총진료비를 살펴보면, 의원급,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순으로 의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경증환자들이 의원에 방문해 외래서비스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건당 진료비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신 연구위원은 “척추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국민이 늘어남에 따라 척추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의 축적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25%가 척추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 또,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2016)에 의하면 40% 이상이 관련 질환을 갖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진료비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만, 척추질환 비용을 가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국민이 척추질환에 어느 정도 부담을 느끼는지, 경제적 손실을 겪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척추질환 관리를 위한 1차의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척추질환 포함)의 31~66%가 1차의료 비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 1차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척추질환을 NCD(Non-Communicable Diseases)로 간주하고, 1차의료 체계에서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정천기 서울의대 교수는 ‘요통환자에 대한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의 비교효과 연구’에 대한 발표를 통해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에 최적의 요통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두 질환에 대해 수술 대 비수술 치료의 비교효과를 연구한 결과,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수술 치료가 비수술 치료에 비해 초기 결과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술, 비수술 치료의 결과는 같아졌다고 전했다. 초기 통증 조절, 만족, 삶의 질에는 수술 자료가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척추 협착증은 수술 치료가 비수술 치료에 비해 통증, 만족, 삶의 질이 초기치료 결과 뿐만 아니라 지속성도 유지됐다.

그는 이번 연구는 치료 후 최소 6개월 추적 관찰된 자료가 대상이었다며, 2년 최종 결과 도출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비용효과 비교연구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술적 치료가 통증이 호전되고 만족스러우며, 삶의 질 면에서도 우수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점을 감안하고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정 교수는 아울러 국내 실정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비보험 비용을 포괄한 비용 분석 ▲Cost-effectiveness(cost per QALY)에 대한 연구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료계와 비의료계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척추질환 예방 및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달랐다.

조정기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 말한다면 대부분 환자가 저에게 올 때는 이미 아픈지 좀 됐거나 1차에서 조절이 안 되는 경우다.”라며, “이들은 대부분 MRI를 들고 오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 받았다. 또, 대부분 어떻게 하면 수술을 피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이처럼 수술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수술을 위한 적응증은 의사마다 좀 다를 수 있지만, 심평원이 워낙 칼같은 잣대를 대기 때문에 함부로 수술 못 한다. 그렇게 하면 삭감되기 때문에 의사마다 큰 차이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 교수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다.”라며, “하지만 우리 국민은 아직도 몸에 칼을 대는 것은 최후이자, 최악의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재활치료, 약물치료, 물리치료, 통증치료와 수술 등의 치료법이 있고 환자마다 치료방법이 다른 것인데, 수술이 필요한 환자조차도 수술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몇 년 전 강남 몇몇 전문병원에서 갑작스레 척추수술 건수가 올라가니 정부와 언론이 척추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의 정책과 기사를 낸 적이 있고, 이것이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부각되다 보니 더 수술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척추수술은 줄고 있다. 몇 년 전 14만건이 최대치였고, 이후 10만건 정도로 수술 자체는 감소했다. 정부 정책과 언론 보도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수술이 결코 나쁜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연구에서 보다시피 적절한 환자에게 수술하면 비수술보다 훨씬 회복이 빠르고 환자 장애가 덜 남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도 목디스크가 터져서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 전에는 현업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손에 마비가 왔는데 수술 후 훨씬 나아졌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나, 환자소비자 단체는 척추수술에 대해 무조건 나쁘게 못박기보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필요하다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의사가 아무리 말해도 반대편에서 아니라고 하면 타협하기 힘들다.”라고 당부했다.

지영건 차의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학회의 입장이 이해 간다. 국민이 척추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하면 기뻐하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낄 것 같다.”면서도, “국민이 왜 척추수술을 피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주변 경험을 보면, 수술은 잘 됐는데 통증이 계속 남아 있거나, 통증은 좀 나아졌는데 다시 발생하는 일부 경험이 괴담처럼 퍼져서 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연구결과 수술요법이 통증, 삶의 질, 운동범위 등에 있어 결과가 더 좋다고 했는데, 평균값이 높은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좋아지는게 중요한 것이다.”라며, “수술을 해도 통증 남아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수술 안해도 좋아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수를 발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6주를 넘었을 때 확실하게 이런 사람은 수술해야 하고, 이런 경우는 선택적 영역이고, 일부 영역은 6주는 초과됐지만 비수술이 더 낫다는 부분을 학회나  다른 다학제 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신경외과 뿐 아니라 일차의료, 병원이 공유해서 통일된 목소리로, 진료결과에 대한 에비던스를 계속 축적한다면 국민이 의사가 수술하자고 하는데 대해 반발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의료전달체계가 있는게 아니라 일차의료의 정의가 애매모호하다.”면서, “의원을 하다가 잘 되면 병원으로 커지는 식이다. 서로 경쟁관계라 일차의료 정의가 어려운데, 이것부터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보험업계는 보험현장에서 느끼는 척추수술 치료비와 횟수 등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며, 통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영미 메리츠화재 메디컬센터장은 “환자가 척추질환으로 1박2일 입원하면 1,0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청구된다.”면서,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보면, 하루 입원했는데 고주파 열치료술을 네 번 하고, 경추경피외강신경성형술 1번, 요추경피외강신경성형술 1번 등 수술비 520만원과 재료대 820만원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과연 1박2일 입원하면서 수술을 7번이나 할 수 있느냐. 회의감을 느낀다. 한 번에 몇 개의 수술을 할 수 있고, 하루에 7번 하는 것이 가능한건지, 그런게 현실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환자들 때문에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다 보니 다른 가입자게 비용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적정여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판단 못 하고 청구되면 지불하는 식이다.”라며, “어떤 수술이 어떤 상황에서 좋고, 하루에 몇 회를 할 수 있는지가 통제 안되다 보니 이런 부분도 연구해 달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희망사항이다.”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정천기 교수는 “이영미 센터장이 말한건 수술이 아니라 비수술요법이다. 오해 말라.”고 부연했다.

소비자단체는 많은 국민이 척추질환을 앓고 있지만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해 정확한 정보가 없어 혼란스럽다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가 질병명과 시술명 등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라며, “질병명, 시술명, 시술의 효과와 과정에 대한 정보제공이 정확해야 하는데, 의사들의 일치된 목소리가 없다. 물론 환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 가지의 대표적인 예만 들어서라도 모으는 작업을 보건복지부가 해서 알려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 이사는 또, “복지부는 척추질환과 관련해 예방, 치료, 치료 후 관리를 나눠서 정책을 잘 만들어야 한다.”라며, 특히 치료 정책과 관련해 진단검사비가 너무 많이 드니 총액계약제(DRG)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실손의료보험으로 무분별하게 비급여 치료를 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도 물은 후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묻는다. 그에 따라 치료과정이 달라진다.”라며, “정말 필요한 비급여치료가 뭐고,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지를 전문가들이 정해놔야 한다. 세상의 모든 비급여치료를 실손보험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는 급여대상으로 올리듯 비급여대상도 정해져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보건당국은 환자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며, 의료계를 향해서도 질병 예방 가이드라인 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정부는 급여기준을 지키고 그에 맞춰서 수술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라며, “다만, 현장에서 급여기준이 맞지 않아 문제가 되고 환자치료에 걸림돌이 된다면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오늘 발표에 따르면 추간판 탈출증과 협착증은 수술적 치료가 좀 낫다고 하는데, 나중에 이런 연구를 보여주면서 급여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면 검토하겠다.”라고 전했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은 “저도 의사지만, (의료계에) 아쉬운 점이 척추질환에 대해서는 질병 예방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라며, “정부가 모든 질환을 커버할 수 없는데, 전문가들이 예방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면 방향성에 대해 같이 고민하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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