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치매환자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것과 관련, 일본 사례처럼 ‘제3자 피해자구조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고령화리뷰에서 이상우 수석연구원은 ‘일본 고베시의 치매사고 보상대책과 시사점’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수석연구원은 “최근 국내 치매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치매국가인 일본에서 고베시가 처음으로 치매사회에 대비한 복지제도를 도입해 지자체의 모범사례로서 일본 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2018년 65세 이상 고령자 치매 유병율이 10.2%로, 치매환자 수가 2018년 75만명에서 2025년 108만명, 2050년 303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에 의하면, 연간 1만명 이상의 고령자가 가출하고 있고,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치매환자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도 치매에 의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2025년 치매환자 수가 730만명으로 증가해 사회적 비용이 14조 5,000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고베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베 정부 치매 종합정책 추진을 위한 지방과의 대표적 역할분담 모범 사례이고, 처음으로 지자체가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해 치매환자 관련 복지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인지증 고령자 지원대책’인 ‘신오렌지플랜’을 수립해 ▲인구 고령화 및  치매사회에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조성 ▲인지증 환자와 가족 보호 정책 등, 총 7개의 정책을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치매환자가 입힌 피해자구제제도
치매환자가 입힌 피해자구제제도

고베모델이란 고베시가 치매 친화적 마을을 만들기 위해 치매환자가 일으킨 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에게 피해 자구제제도 등의 제공을 도입한 사례를 의미하며, 시 의회 의결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고베모델의 핵심내용은 피해주민 위로금과 치매환자 배상책임보험 제공이고, 부수적으로 2단계 치매진단 제도와 GPS 이용료 무상 제공, 종합상담센터 운영, 주민세 인상 등을 포함한다.

이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고베모델의 도입 배경은 인구 82만인 고베시 치매인구가 약 11만 6,000명으로 증가 추세이고 치매환자가 일으킨 사고가 연간 100건 정도 발생해 치매환자와 감독책임이 있는 가족, 지역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16년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가족 간병의 사각지대에서 치매환자가 손해사고를 일으킬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보상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불안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피해자구제제도 체계는 가해자인 치매환자가 일으킨 물적ㆍ인적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발생 여부에 따라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1단계 보상과 2단계 보상으로 구성된다.

1단계(기초적) 보상은 치매환자(고베시민, 타 지역 주민)나 그 가족(법률상 감독책임자)이 손해배상책임이 없거나 확정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고베시민)에게 지급되는 위로금제도이다.

2단계 보상은 치매환자나 그 가족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고베시민, 타 지역 주민)에게 지급되는 손해배상책임보험금이다.

예컨데 치매환자(고베시민)가 물적손해 사고를 일으킨 피해자(고베시민)에게 우선적으로 위로금을 지급하고, 이후 배상책임이 확정될 경우 이미 지급된 위로금을 공제해 손해배상책임 보험금을 지급한다.

가해자ㆍ피해자 거주지별 피해자구제제도 주요 보장내용 비교
가해자ㆍ피해자 거주지별 피해자구제제도 주요 보장내용 비교

고베시는 치매환자에게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하기 전에 치매정밀검사를 제공해 보험가입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고베시는 건강보험제도 1차 검사에서 치매 의심을 받은 주민을 대상으로 지정 의료기관에서 2단계 치매 정밀검사를 무상 제공하는 치매진단제도를 독자적으로 도입했다.

손해배상책임보험은 치매정밀검사에서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 또는 그 가족이 등록할 경우 제공하지만, 피해자 위로금제도는 사전 등록이 필요하지 않다.

피해자 위로금제도는 치매환자의 자동차사고, 방화를 포함한 물적ㆍ인적 사고로 피해를 입힐 경우 지급하는 인적, 물적, 휴업 보상으로 구성된다.

세부 보장내용는 피해자 사망 또는 후유장애 시 각각 최고 3,000만엔 한도, 입원 및 통원비 최고 10만엔 한도, 물적손해 최고 10만엔, 휴업손해 최고 5만엔, 타 지역 주민 피해 시 위로금 10만엔 등이다. 다만, 화재사고의 경우 피해자 1인당 40만엔, 1사고당 1,000만엔을 보상할 수 있다.

위로금제도는 경증치매를 포함한 11만 6,000명의 고베시 치매인구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피해자에게는 물적ㆍ인적 사고에 대비한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하며, 가해자인 치매환자에게는 상해사망 또는 후유장 해에 대비한 상해보험을 제공한다.

고베시는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위해 지난해 11월 미츠이스미토모해상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치매환자 등록시 피보험자로 등록이 가능하며, 피보험자 1인당 약 1,500엔의 보험료는 고베시가 부담한다.

보험사고는 치매환자 또는 그 가족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물적ㆍ인적 사고를 대상(단, 자동차 운행사고 제외)으로 하고, 보험금 청구시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장내용은 배상책임보험에서 피해자 사망시 또는 재물손해 발생시 각각 2억엔 한도로 보상하고, 치매환자 본인 상해사망시 또는 후유장해시 상해보험에서 100만엔을 보상한다.

피해자 구제제도는 치매환자(고베시 거주)가 가해한 사고에 대해 피해자의 고베시 거주 여부와 관계 없이 위로금과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한다.

예컨데 치매환자(고베시민)가 고베시민 또는 타 지역 주민에게 물적 피해를 입혔으나 법적인 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10만엔의 위로금만 지급하지만, 배상책임이 발생할 경우 최고 2억엔까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다만, 치매환자(타 지역 주민)가 고베시 주민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법적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10만엔의 위로금만을 보상한다.

고베시는 고베모델에 소요되는 정책비용을 ‘부과방식(Pay as you go)’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고베시는 만성적인 시 재정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베모델에 소요되는 연간 약 3억엔의 예산을 개인 주민세 400엔의 인상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고베모델은 지자체가 독자적 개발, 조례제정, 부과방식에 의한 복지지출, 지역주민의 합의를 도출한 일본에서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다른 지자체에서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도 향후 치매인구 100만명 시대를 맞아 치매환자가 일으킨 사고로부터 피해자인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치매환자 가족의 부담을 경감하도록 일본 사례와 같은 제3자 피해자구제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환자가 손해사고를 일으킬 경우 일본 사례와 같이 가족의 손해배상책임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고, 손해배상책임이 가족에게 있다 하더라도 치매환자 간병으로 많은 경제적 비용을 소진한 배우자 등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특히 현행 치매환자 치료와 예방을 중점 보장하는 현행 치매 국가책임제를 확대해 치매환자가 배회ㆍ요양 중에 화재, 손괴, 절도, 폭행, 상해 등 타인의 물적ㆍ인적 사고나 무단횡단으로 인한 본인 교통ㆍ상해사고 등을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행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를 만들기 위해 치매안심센터 설치,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중증 치매환자에 대한 단기집중 치료기관 등 의료지원 강화, 의료비ㆍ요양비 부담 완화, 치매 예방 및 치매친화적 환경조성, 치매 연구개발 등 치매질병에 대한 직접적인 리스크를 중심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이를 위해 정부와 역할분담 차원에서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고령자 친화적 지역사회 조성에 관심이 많은 지자체가 피해자구조제도 도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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