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해 6월 16일 임시총회에서 이수섭ㆍ이동규 회원을 공동대표로 선출하고, 기존 박병호 대표와 함께 3인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2009년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표방하며 창립한 전의총은 의료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고, 적지 않은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한동안 초기의 활력과 투쟁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수섭 대표를 만나 의료계의 현안에 대한 입장과 전의총의 활동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대표님!

이수섭 대표: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개원 당시와 현재 의료환경이 많이 다르죠?

이수섭 대표: 2007년에 개원했는데 의원과 병원 숫자가 늘다보니 의사들 간 경쟁이 심해졌죠. 또, 환자들이 의료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쉽다 보니 병원을 비교하는데 익숙합니다. 환자 입장으로 보면 과거보다 병원 이용을 합리적으로 하고 있죠.

장영식 기자: 의사 입장으로 보면요?

이수섭 대표: 의사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하죠. 의료 수가는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인데, 전혀 합리적이지 않죠.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료의 질에 대한 합리성만 일방적으로 강요받고 있잖아요?

장영식 기자: 국민도 알고 있을텐데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네요.

이수섭 대표: 다들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세계 최고라고 하잖아요? 무엇보다 환자나 일반인도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게 문제에요. 이런 위선적인 상황이 바뀌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전의총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전의총 활동을 하게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수섭 대표: 2015년쯤일 겁니다. 답답한 현실이 계속되다보니 누군가는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참여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었죠.

장영식 기자: 처음 활동하면서 무엇을 느꼈나요? 

이수섭 대표: 참여해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은 생각보다 적더군요. 전의총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의사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현실을 알기에 이해합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의사들이 함께 해줬으면 해요.

장영식 기자: 전의총 공동대표로 나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수섭 대표: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저보다 경험많고 오래 활동해온 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대표를 맡기를 주저했습니다. 공동대표로 나서는게 어떤 의미아고, 남보다 앞장서야 하는 자리라는 걸 알기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서 맡게 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의총 조직 재건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조직 재건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이수섭 대표: 조직을 재건하고 확장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옵니다. 하지만 대표와 운영위원들이 몸으로 뛰면서 의사들을 만나고 설득해야 하는데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각자 환자 진료에 바쁘다보니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여전히 조직확장을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최대집 의협회장은 전의총 직전 대표였습니다. 최대집 전 대표의 의협회장 당선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다면요?

이수섭 대표: 최대집 전 대표가 의협회장에 당선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우리를 위해 싸워주고 우리 목소리를 정확하게 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최대집 회장은 의사들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고, 그것을 변화시키고 교정시키려는 의지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의료제도와 환경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알려왔죠. 그 부분이 회원들에게 믿음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최대집 회장이 투쟁을 앞세워 당선됐는데, 투쟁보다는 정부와의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수섭 대표: 최대집 회장이야말로 누구보다 더 투쟁을 해서 의료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투쟁은 혼자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일방적이고 압도적이고 폭력적인 공권력에 대응하려면 의협이 힘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의협이 내부에서 힘을 기르는 상황에서 현재는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 현안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경영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여러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수섭 대표: 진료비가 터무니 없이 낮습니다. 반드시 우리 경제 규모에 맞는 진료비 수준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경제 규모에 맞게 진료비를 조정해야 합니다. 현재보다 두세 배 이상 올려 현실화해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낮은 수가에 따른 의료사고 등 부작용이 급증할 겁니다.

장영식 기자: 올해 3월부터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됩니다. 이에 대한 입장과 향후 의료계의 대책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수섭 대표: 추나요법이 급여가 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의료계가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나요법은 서양에서 온 도수요법과 정골요법이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수요법과 정골요법은 침구, 약침과는 다릅니다. 현대의학과 관계없는 한방사들의 추나요법을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해선 안 됩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가라앉긴 했지만, 의ㆍ한방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료일원화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이수섭 대표: 개인적으로 한방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방의 정체는 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괜찮은 지식, 또는 의료가 아니라, 주관적이고 발전하지 못하는 지식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방사의 지식들은 신뢰도를 높이는 연구논문에 대부분 근거하지 않았죠. 결단을 내려서 정리해야 합니다. 다만, 의료일원화를 해서 정리할 지, 그대로 둬서 정리할 지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전자를 택한다면 중국식이 아닌 일본식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최근 의사협회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수섭 대표: 주치의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젊은 의사들이 자리잡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 원격의료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도 결론이 안났어요. 시범사업 참여를 원하는 회원도 적지 않다보니 참여하기로 한겁니다. 참여해 보고 결정하기로 한 것이죠. 다만, 정부가 의료계를 항상 속여왔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시범사업 참여를 결정했으니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계 내부 개혁을 누구보다 외치던 곳이 전의총입니다. 의료계 내부개혁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이수섭 대표: 많은 회원이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동의할 겁니다. 다만, 내부 개혁은 상당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고, 감정 소모도 심합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능한 테두리 안에서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의료계 리더들을 만날 때 마다 하는 질문을 드릴게요. 정부가 한가지 요구를 100% 들어준다면, 어떤 제안을 하겠습니까?

이수섭 대표: 보건정책을 의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의사들이 국가 주요 보건정책을 만들고 관료가 도와주는 형태가 돼야 합니다. 정부가 의사들을 의사를 의료정책의 생산자로 인정하고 도우라고 요구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전의총의 2019년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수섭 대표: 의료 현안을 모르고, 현장에서 괴로워하는 의사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의사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하나가 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겠습니다. 또, 우리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내되, 의협이 하는 일은 전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 사회가 도덕 만능주의에 갇혀서 위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모든 것의 가치가 도덕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수섭 대표: 대표로서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회원들도 참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노력하고 함께 나아갑시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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