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근무 중 숨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국가 유공자로 지정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센터장의 죽음 후 청와대에는 그를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다. 의료계와 정치권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고 있으며, 정부는 관련 사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유공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을 말한다. 국가 유공자(순직)가 되면 유가족은 월 151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자녀는 대학 수업료 면제 혜택 등을 받는다.

윤 센터장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그를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다.

가장 참여자가 많은 것은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 센터장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라는 제목의 청원으로, 2월 7일부터 3월 9일까지 진행 중이다. 17일 현재 4,3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명절날까지 일만 하다 간 사람이다. 대통령의 설 선물 앞에서 아이처럼 좋아하던 사람이다. 가난한 동네에서 가난하게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라며, “이 사람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원인은 “대통령 설 선물은 왜 보냈나. 그 덕에 윤 센터장이 최선을 다 한다며 더 책상을 떠나지 않더라.”면서, “그 사람 가는길 섭섭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또, “그 작은 허리춤으로 누더기 같던 이 나라 응급의료를 그나마 이렇게라도 기워내던 사람이다.”라며, “이런 사람이 국가 유공자가 아니면 누가 유공자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의료계도 윤 센터장은 당연히 국가 유공자로 지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혁 의사협회 대변인은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 센터장은 당연히 국가 유공자로 지정돼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의료는 이미 공공성이 강제되고 있는데 여기서 윤 센터장이 민간인이냐 공무원이냐, NMC가 공공의료기관이냐를 따진다면 정책입안자들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심각하게 의심할 수 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는 의지의 문제이고,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한 특수성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라고 역설했다.

박 대변인은 또, “더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방치한, 진짜 문제가 누군지에 대해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면서, “의료진의 과로한 근로 환경은 의료진이 착해서가 아니다. 눈앞의 환자를 한 두시간 더 보면 당연히 더 결과가 좋아질 것 같으니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응급실, 의료기관이 잘 돌아간다며 방치하는 빅브라더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진찰료 30% 인상 문제로 신뢰를 얘기하고 분노하는게 이런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잘 돌아간다고 방치하고 있지 않나.”라며, “그런데 이에 대한 의지가 없다. 방치하는 정권이 미운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 이번에 두 명의 의사가 과로로 돌아가시니 정말로 이렇게 방치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라고 전했다.

의료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윤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윤한덕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해달라는 국민여론이 크다.”라며, “민주평화당은 윤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에 대해 적극 찬성하며, 당 차원의 모든 뒷받침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윤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그동안 수차 제기돼 왔던 응급의료 시스템의 완비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윤 센터장의 소리 없는 의료헌신을 생각할 때 절대 과도한 요청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응급의료문제는 마땅히 국가가,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관계당국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한다.”라고 역설했다.

보건복지부는 윤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 여부에 대해 국가보훈처 등과 협의할 예정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 사회발전 특별공로자인 경우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국가 사회발전 특별공로자에 의해 국가 유공자로 지정된 경우는 지금까지 한 차례밖에 없어서 윤 센터장의 국가 유공자 지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윤 센터장은 최근 LG 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LG복지재단은 지난 17년간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 재난ㆍ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을 통해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기여한 고인에게 의인상을 수여하고, 유가족에게 위로금 1억원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평소 자신의 안위보다 한 명의 응급환자라도 더 돌볼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는데 의지가 컸던 고인의 헌신적 노력과 정신을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기억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LG 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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