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의 염 변경 개량신약 판결과 관련, 특허 존속기간 연장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국내 제약사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의사와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이 제한되고, 건보재정에도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보건당국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개량신약 관련 정책 및 제도 변경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자유한국당)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개량신약과 특허도전, 이대로 좋은가? 염변경 개량신약 대법원 판결의 의미’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6년 코아팜바이오는 아스텔라스의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숙신산염)'의 염 변경 약물 '에이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푸마르산염)'를 이용해 물질특허 연장 기간을 회피하고 조기 출시한 바 있다.

아스텔라스는 코아팜바이오가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에선 원고인 아스텔라스가 패소했으나, 대법원이 지난 1월 원심을 파기환송하며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판결이 다른 사례에도 폭넓게 적용돼 국내 개량신약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을 우려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지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IP팀장(변호사)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개량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지희 팀장은 “제약산업을 연구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2008년 개량신약 제도를 도입했다.”라며, “개량신약은 기존 신약의 구조를 변경, 제제개선, 신규용도 발견, 복합제 발견 등을 통해 기존 의약품보다 개선된 의약품으로, ‘약간 변형된 의약품’ 혹은 ‘이미 승인돼 있는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되, 생산자에 의해 화학적 구조나 제제를 약간 변형한 약물’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개량신약 개발은 국내 제약 자본규모와 기술수준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개량신약 개발은 신약에 비해 적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면서, “기술력을 강화해 제네릭 중심의 현 시장에서 개발신약, 신약 중심의 선진시장과 같은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또, 국내 제약사의 R&D 활성화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안정성, 복약편의성 등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되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만 판매 가능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 중 저렴한 대체약제 생산을 활성화해 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화이자의 고혈압약 노바스크(암로디핀 베실레이트)의 특허가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염을 변경하고 특허를 회피해 아모디핀(암로디핀 캄실레이트)을 2003년 발매했으며, 2007년까지 490억원에 달하는 건보재정을 절감한 바 있다.

김 팀장은 “특허 존속기간 연장이라는 이례적인 권리 연장제도에 있어 그 권리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다면, 특허 도전 및 개량신약 개발 활성화에 있어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라며, 대법원 판결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정여순 법률사무소 그루 변호사는 이번 솔리페나신 판결로 인해 챔픽스 사건 등, 계류 중인 동일 쟁점사건 170여 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그래도 탈출구는 있다.”라며, “선택의 용이성 요건 충족 여부, 치료효과 등의 실질적 동일 요건 충족 여부 등, 개별사안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며,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 대응방안으로 ▲사건 현황과 소송전략 재점검(솔리페나신 사건과 구별되는 기초사실/가능한 무효사유 재검토) ▲기 발매제품(판매 중단여부 결정 등) ▲개발 단계 제품(잔여 존속기간의 장단, 미래 사업성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 계속 여부 결정)을, 장기적 대응방안으로 ▲염 변경 의약품 개발과정에서 요건 증명 자료의 준비와 확보(실험데이터, 실험 노트 등) ▲특허출원 전략(염 변경 의약품의 주성분 화합물) ▲국내 산업정책 관점에서 입법적 해결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

박성민 HnL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제도의 도입 배경을 설명하며, 미국, 유럽보다 더 강하게 존속기간 연장 특허를 보호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후발의약품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제도를 제네릭 회사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면서 그에 대한 반대급부 내지 이익 균형 차원에서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라 이 제도를 도입했고, 그 때 후발의약품에 대한 이익 균형 차원의 반대급부는 없었다.

박 변호사는 “각 국의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를 보면, 의약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초거대 제약기업이 많은 미국과 유럽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가 유효성분의 모든 염과 에스테르의 형태까지 포함하도록 존속기간 연장 특허를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라며, “대신 미국과 유럽은 하나의 허가에 대해 하나의 특허만 존속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해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 보호와 그 특허를 사용하고자 하는 일반 공중의 이익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연장대상 특허에 있어 미국, 유럽과 별 차이가 없지만, 연장 횟수에 있어서 하나의 허가에 의해 복수의 특허 연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하나의 허가에 의해 하나의 특허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유럽보다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를 더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만약 법원에서 대법원 솔리페나신 판결의 기준을 경직되게 적용해 염 변경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도외시한 채 단순히 염 변경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치료효과가 동등 범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염 변경 의약품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를 판단할 경우,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미국, 유럽보다도 더 강하게 존속기간 연장 특허를 보호하는 형국이 된다.”라며, “그러면 오리지널 의약품 제약회사가 이익을 얻고 그만큼 일반 공중의 이익이 박탈될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통상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존속기간 연장 제도를 도입한 점 ▲우리나라 특허법에서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의 효력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둔 입법 취지는 특허권자 보호와 일반 공중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려 한 것인 점 ▲의약품 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에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제약 산업 정책 및 발전 전략과 아직 과도기적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의 제약 산업 전략 및 발전 전략이 같을 수 없는 점 ▲염 변경 의약품은 아직 신약 개발을 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우리나라 입장에서 개발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는 의약품이고, 실제로 우리나라 약사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염 변경 의약품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점 ▲보건의료 정책적으로 보도라도 특허권이 연장됨으로 인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 기간을 연장하면서 염 변경 의약품조차 출시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는 건보재정 지출 및 환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존속기간 연장 특허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도 국내 제약산업에서 개량신약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솔리페나신 대법원 판결이 모든 염 변경 의약품에 대한 것으로 확대 해석된다면, 긴 기간 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염 변경 의약품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챔픽스정과 같이 이미 출시돼 판매 중이었던 제품이 특허 침해로 판단될 경우,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 30여 개의 해당 국내 제약사가 입는 손해는 돌이킬 수 없으며 향후 특허 도전의 의지를 꺾는 결과가 우려돼 앞으로의 판결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엄 상무는 개량신약은 보험재정 절감에도 기여하며, 오리지널 제품보다 일부 사항을 개선한 다양한 제품군이 등장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선택권을 증대시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의 판결과 이에 따른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개량신약 관련 정책 및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2008년 개량신약 제도를 실시한 이후 식약처는 개량성과 진보성을 지지해 왔다.”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현재의 허가정책, 허가특허연계제도 등이 변할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현재로썬 관련 정책 및 제도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개량신약 정책도 마찬가지다.”라며, “개량신약은 개량성, 진보성, 임상적 유효성 및 도입 취지인 R&D 장려, 신약개발 장려와 약가 환경 등을 조합했을 때 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이번 판결로 인해 국내 제약업계가 많이 불리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라며, “업계는 업계대로 회피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업계 수요가 있다면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라며, “의약품허가특허관리과에서 이 문제를 적절히 다룰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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