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부터 시행예정인 폐암 검진이 일반검진과 암검진 등 국가검진을 실시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김종웅)는 23일 서울 신당동 사무국에서 폐암 도입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암 검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7일 국가암검진 대상 암종에 폐암을 추가하고 폐암 검진 대상자를 규정한 암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폐암 검진은 만 54∼74세 국민 중 폐암 발생 고위험군에 대해 2년마다 실시한다.

폐암 발생 고위험군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와 폐암 검진 필요성이 높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로 정하는 사람이다. 

갑년이란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에 흡연기간을 곱한 것이다. 30갑년은 하루 한갑씩 30년을 피우거나, 하루 세갑씩 10년을 피운 흡연력을 말한다.

폐암검진 대상자는 폐암검진비 약 11만원의 10%인 1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건강보험료 하위 50%와 의료급여수급권자는 무료다.

폐암검진기관으로 지정받으려면, 일반검진기관 중 건강보험 금연치료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이어야 하며, 16채널 이상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구비해야 한다.

또,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전문성 있는 결과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의사, 방사선사가 상근해야 한다.

내과의사회는 폐암검진이 현재 계획대로 시행되면 기존 검진체계 부작용이 심화되고 의료전달체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폐암검진 후 금연치료 등 사후관리를 통해 검진의 질을 높이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목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웅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
김종웅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

김종웅 회장은 “제도를 시행하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수검률 향상과 수검자 편의성 향상이라는 측면 만을 고려해 기존 암종과 동일한 주기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라며, “이럴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이 몰락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수검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대형검진 센터들의 외연 확장을 방관한 결과, 대형 검진기관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국가검진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쏠림현상으로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폐암검진의 경우, 폐암의 조기발견이라는 일차적인 성과보다, 폐암검진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연에 대한 충분한 교육ㆍ상담으로 금연 비율을 높이는 계획이 실효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라며, “폐암검진을 일반검진 및 5대 암검진과 동시에 시행하면 여러 검진에 따른 시간적 제약으로 형식적인 교육ㆍ상담이 이뤄질 수 밖에 없으며, 수검자의 집중도도 낮아져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정용 총무이사는 “폐암검진 주기를 일반검진이나 기존 암검진과 동일하게 시행하면, 종합병원에서 폐암검진을 받는 수검자가 일반검진과 기존 암검진도 함께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국가검진을 하는 수검자가 급감할 것이다.”라면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박근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도 “종합병원 이상에서만 시행되는 폐암검진을 기존 방식대로 시행하면, 동네의원에서 국가검진과 사후 관리를 받고 있는 수검자 수십만 명이 대형병원으로 이동해 일반검진과 5대 암검진까지 받게 될 것이다.”라며, “무분별한 대형병원이용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더 훼손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해결책은 ‘교차검진제ㆍ검진 건수 상한제’
내과의사회는 해결책으로 ‘교차검진제’와 ‘의료기관당 검진건수 상한제’ 도입을 제안했다. 

교차검진제는 홀수 년도에 짝수 년도 출생자를 검진하고, 짝수 년도에 홀수 년도 출생자를 검진하는 방식이다.

올해 폐암검진 기준을 지난 2년간 시범사업과 동일한 연령대인 만 55세~74세로 변경하고, 홀수 년도인 올해는 짝수 년도 출생자(1964년생 기준)를 수검자로, 내년 2020년 짝수 년도에는 홀수 년도 출생자(1965년생 기준)를 수검자로 지정해 기존 검진과 격년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현재 일반검진은 홀수 년도에 홀수 년도 출생자를 검진하고, 짝수 년도에 짝수 년도 출생자를 검진한다.

5대 암검진도, 2년마다 검진하는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일반검진과 같은 주기로 시행한다. 다만, 간암(6개월)과 대장암(1년)은 검진주기가 짧아 예외다.

김종웅 회장은 “교차검진을 시행하게 되면 2년 주기 대신 1년 주기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금연에 대한 체크와 교육ㆍ상담이 가능하며,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금연 상담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관리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내과의사회는 검진건수 상한제도 제안했다.

검진건수 상한제는 의료기관당 년간 총 검진 건수를 제한하는 방안이다.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일반검진 및 암검진처럼 일부 검진기관에서 공장식 폐암검진을 시행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김 회장은 “국가검진은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이 목적이지만 현재 검진체계는 크게 왜곡돼 있다.”라며, “상급종합병원들은 대규모 국가검진을 시행해 환자 창출의 통로로 이용하고 있고, 사단법인 한국건강관리협회 소속 16개 의원은 지역사회 내에서 공룡처럼 국가검진을 독과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건강관리협회 의원들은 2014년 기준, 국가검진비 1조 2,000억원 중 1,000억원 이상을 차지했다.”라며, “일부 기관으로 검진이 쏠릴 경우, 수검자의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국가검진의 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검진 건수 제한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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