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심사ㆍ평가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율과 책임 기반의 패러다임으로 진료비 자율심사제(상급종합병원), 심사 그린카드제(종합병원 이하) 등이 제시됐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에 기고한 ‘건강보험 심사ㆍ평가제도의 현황과 개편 방안’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이외에도 ▲동료심사체계 활성화 ▲프로파일링 지표를 활용한 주제별 분석심사체계 구축 ▲평가 항목 연동형 가치 기반 심사 확대 ▲참여형 급여 기준 및 심사 기준 개선 협의체 운영 ▲미래지향형 진료비 명세서 개편 등을 제안했다.

윤 교수는 심사체계의 경우 일관성ㆍ전문성ㆍ투명성이 부족하며, 평가체계는 전문성 부족, 종합적 관리 전략 부재, 평가 시스템의 중복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사체계의 문제점을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면, 다수의 집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전을 만들어 합의체계에 바탕을 두면 해결의 단초가 보일 수 있다.”라며, “일관성과 전문성은 일부의 전문가가 참여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관련된 전문 이해당사자 다수가 참여하면 해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심사 처리 절차
건강보험 심사 처리 절차

대만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동료심사체계의 활성화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부의 전문가가 아니라 의사단체 등 다수의 관련 전문가가 동료들의 청구 내역을 지켜보는 방식으로 접근해 가자고 역설했다.

윤 교수는 “이를 위해 추적 관리 지표인 프로파일링 지표(예: CT 사용률)를 합의 기반으로 개발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투명성 문제는 특히 심사 기준 문제와 직결돼 있다.”라며, “심사체계 관련 자문회의에 참여해 보면 일부 전문가 집단이 이 영역은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니 소비자나 시민단체 관계자를 제외하고 보험자와 의료계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건강보험요양비용의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정책도구인 심사체계 역시 정책의 눈높이는 일반 시민에게 맞춰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반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되고 합의되면 합의의 강도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간 건강보험 심사 청구 건수 증가율 추이
연간 건강보험 심사 청구 건수 증가율 추이

윤 교수는 “심사 기준 문제는 주로 의료계가 심평원 및 정부를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국민도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보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심사 기준 결정 과정을 전문가 집단 뿐 아니라 국민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다.”라며,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이 잘 구축돼 있어 인터넷 생중계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견지하려 해도 현재의 심사 청구 물량으로는 물리적으로 전수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워 보인다며, 일정 기간 청구 과정에서 중대한 삭감 조정 등이 없었던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이미 사회제도 중 국세청 세무 행정에서 모범 납세 업소 등을 선정해 적용한 선례가 있다.”라며, “구체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인정평가 기준에서부터 심사 삭감 조정률 등을 적용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진료비 자율심사제를 확대하고, 종합병원 등은 일부 항목 등을 중심으로 심사 그린카드제(자율심사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현황
연도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현황

또, 급여 및 심사 기준에서 개선이 필요한 기준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도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생중계 등을 활용해 최대한 공개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평가체계의 경우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평가시스템의 중복은 정부가 새롭게 구상하는 ‘의료평가패널’ 운영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교수는 다만, “전문성 부족 문제의 근원에는 진료비 명세서 기반 데이터베이스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라며, “보다 정확한 심사ㆍ평가를 위해 명세서에 추가 가능한 정보를 포함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이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해결이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긴 호흡으로 미래지향형으로 정리해 갈 문제이다.”라며, “관리 전략 부재 문제는 평가 영역 독자적으로 풀 것이 아니라 평가와 심사 영역의 연동을 확대해 해결해 가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평가 항목 연동형 가치 기반 심사 방안
평가 항목 연동형 가치 기반 심사 방안

그는 “한 축에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놓고 다른 축에는 의료비용을 설정해 4사분면을 그리면 필연적으로 질은 낮으면서 비용은 많이 쓰는 4사분면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이 나타날 것이다.”라며, “그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심사체계 및 가감 지급 기준을 적용하고, 질도 우수하고 비용은 적절한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이와 같은 심사ㆍ평가체계 개편 방안의 핵심은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더 강조하는 자율과 책임 기반의 패러다임 변화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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