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보건당국은 사회적 논쟁이 첨예하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 5월 21일 불법 의료행위는 물론 의료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의 의료행위인 경우에는 의료인이나 환자 등에게 동의를 받아 해당 의료행위를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는 것을 의무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2일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안 의원은 “경기도 성남시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 과실로 신생아가 사망했으나, 병원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바 있다.”라며, “또한 의료분쟁 관련 재판 중 약 30%가 수술 등 외과적 시술을 수반하는 의료행위에서 기인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자의 불법대리수술 적발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그러나 이러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환자나 보호자들이 수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다.”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 확보와 더불어 의료분쟁의 신속ㆍ공정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라며, “개정안을 통해 의료사고 발생 시 촬영 자료를 이용해 의료분쟁을 신속ㆍ공정하게 해결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개정안 내용
개정안 내용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검토의견을 통해 “환자와 의료인 간의 신뢰관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으며, 환자에 대한 외과수술 장면 등 환자의 민감한 신체 정보가 유출될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수술실 내 CCTV 운영의 이익이 일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수단ㆍ내용이 과도해 의료인의 인격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 등 침해 우려가 있고, 고난이도 영역 발전 저해와 전문의 수급문제 등 의료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므로 개정안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그 동안 해당법안 통과를 꾸준히 주장해 온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안전, 인권,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무면허 의료행위 예방 및 환자의 알권리 확보 취지에는 공감하나, 설치 목적, 효과 및 부작용 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첨예한 사안으로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해당 법안 논의와 관련해 검토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

전문위원실은 “헌법 제37조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과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영정보처리기기 설치가 의료인의 인격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료분쟁의 공정한 해결을 위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ㆍ운영 외 타 정책적 수단에 대한 논의와 함께,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공익과, 그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의료인의 권리를 비교형량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외 타 정책적 수단으로는 대리수술을 하게 한 의료인 또는 고의ㆍ중과실로 의료사고를 야기한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 및 처벌을 강화하거나, 수술실 출입자 명부 작성과 출입 시 지문인식을 의무화하며,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대한의사협회 의견)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위원실은 아울러,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도입할 경우에도 의료인의 권익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개정안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환자 등이 동의한 경우, 그 외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환자 등이 요청한 경우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촬영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 상 환자가 동의 또는 요청하는 경우에는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한정해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하여 촬영하도록 하거나, 환자의 동의 또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촬영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구체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 자료는 의료분쟁 조정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되, 이를 위반한 때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의료법 개정안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 자료를 목적 외로 사용한 경우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신설할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위원실은 전했다.

개별 법령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허용한 입법례
개별 법령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허용한 입법례

한편, 영상정보처리기기 관련 현행 법령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는 범죄의 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외에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별 법률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례를 살펴보면,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의 경우 범죄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행자길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법’은 유괴범죄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도시공원, 어린이집 등의 주변구역으로서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구역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위원실은 “영상정보처리기기는 공공을 대상으로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죄 예방 등을 위해 건물의 외부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법례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2015년 5월 신설된 ‘영유아보육법’과 같이 개정안과 유사하게 특정인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내부공간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도록 한 입법례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복지부에 따르면, 국외의 경우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법률로 의무화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미국 일부 주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내용의 법률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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