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의사 대표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의사대표자대회가 열렸다.

대정부 투쟁의지를 다지고, 향후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대표자대회 명칭에는 ‘최선의 진료를 위한 근본적 의료개혁 쟁취’라는 근사한 타이틀이 붙었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이날 대표자대회가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의료계의 힘과 지혜가 모아지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표자대회 내내 투쟁에 대한 의지나 열기가 끓어오른 것 같진 않았다. 드문드문 함성이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또, 의료계의 힘과 지혜가 모아졌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대표자는 “최대집 회장이 말만 앞설뿐 투쟁 로드맵조차 없다.”라고 성토한 반면, 일부 대표자는 “이런 지도자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라며,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대립했기 때문이다.

굳이 성과를 꼽자면 몇몇 대표자들의 투쟁 의지를 재확인한 정도랄까.

대표자대회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이유는 기획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대회사와 격려사에 이어, 연대사와 자유발언에 이르기까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철저히 분리된 단조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사전에 대표자대회에서 분임토의를 통해 의견을 모은 후, 향후 행보의 방향을 정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다른 구성이다.

특히, 분임토의가 생략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없었다고 한다.

모 시도의사회장은 “분임토의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행사진행표에 없더라.”며 의아해 했다.

한 의협 관계자는 “기획단계에서 분임토의를 뺀 것으로 안다.”라며 “토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게 바람직했다.”라고 아쉬워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의사협회 대표자대회는 연대사와 자유 발언, 구호 제창 등으로 구성된 장외 집회와, 주제 발표와 소주제별 분임토의, 종합토의 순으로 진행되는 실내 집회로 나뉜다.

이번 대표자대회는 장외 집회에서 진행할 내용을 구성하고 실내 집회로 진행한 것이다. 이럴 거면 호텔에서 할 필요가 없었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대표자대회는 마무리됐다.

대표자대회에선 토의를 거쳐 나온 정제된 의견은 아니지만 ▲거리투쟁보다 국회 및 시민단체 설득 ▲한일관계 악화 등 주변 여건 고려한 치밀한 로드맵 구성 ▲의ㆍ정협의체를 통한 현안 협상 후 투쟁 ▲즉각 총력 투쟁 돌입 등 여러 안이 제시됐다.

의사협회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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