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접근성이 취약한 의료취약지에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지정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중이지만, 보건당국과 의사협회는 모두 지정 기준을 완화해도 유지ㆍ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 현황*자료: 보건복지부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소아환자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응급의료센터’의 지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전문응급의료센터는 중앙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중에서 지정되며, 세부지정 기준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전문응급의료센터의 종류 중 하나로, 소아환자의 경우 전체 응급실 환자의 1/3 수준으로 그 비중이 높으며, 연령에 따라 증상이 다르고 사용장비가 바뀌는 등 성인과 다른 의학적 특수성이 있음에 따라 제도가 도입됐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한편, 성인응급환자와 소아환자를 분리해 소아환자의 정신적 충격을 방지하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성인을 위한 응급실과 장소적으로 구분돼야 하며 ▲소아환자를 위한 기구 및 소모품을 연령별로 확보해야 하고 ▲24시간 응급 진료가 가능하도록 소아응급환자 전담의 최소 4명, 전담간호사 최소 10명을 둬야 하는 등 시설ㆍ장비ㆍ인력 기준을 갖춰야 한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분당차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의 세 곳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ㆍ운영 중이며,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6곳의 기관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됐으나 지정 기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의료취약지 지정 기준
의료취약지 지정 기준

또한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현저하게 부족한 지역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의료취약지로 지정돼 관리된다.

현재 의료취약지는 소아청소년, 응급의료, 분만의 세 분야로 나뉘어 지정되고 있다.

2019년도 기준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는 99개 시ㆍ군, 분만취약지는 33개 시ㆍ군, 소아청소년 의료취약지는 25개 시ㆍ군이 지정돼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료취약지는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 이들 지역은 야간이나 휴일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소아환자에 대한 적절한 응급의료 제공에 한계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지원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의 경우, 의료취약지역 내의 응급의료기관의 운영 적자를 보전하기 위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의료취약지에는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할 수 있는 당직의료기관을 지정해 지원하고 간호인력을 파견하는 등의 지원 사업을 수행 중이다.

소아청소년 의료취약지의 경우, 의료취약지 내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ㆍ장비비와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지원 체계에서는 소아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다.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 지원사업의 경우 의료취약지 내의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으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근무 등은 의무사항이 아닌 바 소아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소아청소년 의료취약지 지원사업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제공하기는 하나, 야간ㆍ주말 등의 진료는 담보하지 않는다.

현행과 개정안 비교
현행과 개정안 비교

이에 대해 개정안은 의료취약지에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9조에도 불구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니더라도 ‘의료법 상 의료기관’이라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세부 지정 기준도 현행 기준과 별도로 마련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현행법상 전문응급의료센터의 지정 대상인 ‘중앙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는 각각 ‘의료법’ 상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ㆍ300병상 초과 종합병원’, ‘종합병원’ 중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시설ㆍ장비ㆍ인력ㆍ운영 기준을 갖춘 곳인 반면, 개정안의 경우 ‘의료법’ 상 의료기관이라면 지정 대상에 해당한다.

또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응급의료가 제공될 수 없는 경우 타 응급의료기관으로의 이송 대책을 마련하는 규정을 두도록 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의사협회는 지정기준을 완화해도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취약지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응급의료 기반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응급의료법령상 규정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지정기준 완화시 센터 지정 취지인 ‘소아환자에 대한 최종진료’를 담보하기 어렵고, 지정기준을 완화해도 이용가능 환자수, 전문 의료인력의 근무기피로 충원의 어려움 등 의료취약지의 여건상 전문응급의료센터 유지ㆍ운영에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진료역량을 갖춘 지역 책임의료기관 육성,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신속한 이송체계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료취약지로 지정되는 지역은 인구수 부족 등의 이유로 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수요가 없어 정상적인 의료기관 운영이 힘든 지역으로, 소아환자 전문응급의료센터의 지정기준이 완화된다 해도 지정된 의료기관이 유지ㆍ운영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협회는 “의료취약지 소아환자 전문응급의료센터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을 의무화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의료취약지의 소아응급의료 제공이 현재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취지는 타당해 보인다.”라면서도, “지정 기준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소아응급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력 기준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의료취약지의 경우 지역의 의료 여건 상 완화된 지정 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또한 지정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재정적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정을 준비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전담 전문의를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의료취약지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또, “기존의 전문응급의료센터는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뿐 아니라 입원 후 배후진료를 포함한 ‘최종진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데에도 그 취지가 있는데, 개정안과 같이 의료취약지 소아전문의료센터의 지정 대상이 ‘의료법’ 상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되고 지정 기준이 완화될 경우 최종진료 제공까지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기존 체계와의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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