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부당청구와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이 데이터 및 정보공유, 데이터분석, 공동조사 등 실효성 있는 협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일 발간한 ‘KIRI 리포트’에서 변혜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부당청구 및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공ㆍ사보험 협력’을 통해 “생명 및 장기손해보험 보험사기와 부당청구의 관련성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 간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공ㆍ사 협력을 통한 효과적인 보험사기 및 부당청구 대응, 특히 정보공유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추이(단위: 억원)*자료: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적발금액 추이(단위: 억원)*자료: 금융감독원

변 연구위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134억원으로 반기기준 최고금액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유형을 크게 허위ㆍ과다사고, 고의사고, 피해과장(자동차)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 허위ㆍ과다사고 유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험종목 별로는 지난해 상반기 적발금액 기준으로 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가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90.3%, 생명보험 관련 보험사기가 9.7%를 차지하고 있다. 손해보험 중에서는 자동차보험과 장기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의 비중이 가장 컸으며, 생명보험 관련 보험사기는 모두 보장성보험과 관련된 건이었다.

주목할 점은 2015년 이후 생명 및 장기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사기 적발금액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상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 동안 생명 및 장기손해보험 관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8.34%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CAGR)은 8.45%였다. 같은 기간 동안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1.13%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4.91%였다.

종목별 보험사기 적발금액(자동차, 생명ㆍ장기)(단위: 억원)*자료: 금융감독원
종목별 보험사기 적발금액(자동차, 생명ㆍ장기)(단위: 억원)*자료: 금융감독원

변 연구위원은 “생명 및 장기손해 보험사기는 손해율 증가를 통해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생명 및 장기손해보험 보험사기는 대부분이 의료 관련 사기로, 동일건에서 민영보험사기와 국민건강보험 부당청구가 함께 발생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민영보험사기에 연루된 의료기관은 부당청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관련 대인보상 부문의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의료비를 모두 부담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제공하지 않으므로 국민건강보험 부당청구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는 어렵다.

문제 의료기관은 허위 진단서 발급, 입ㆍ퇴원기간 허위 기재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하고, 허위 입원자는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받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변 연구위원은 “이처럼 입원기간을 조작하거나 진단명이나 수술기록을 조작하는 문제 의료기관은 민영보험사기와 국민건강보험 부당청구에 모두 연루돼 있을 확률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 연구위원은 “생명 및 장기손해보험 보험사기와 부당청구의 관련성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 간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보험사기 및 부당청구에 대한 공ㆍ사 협력 대응, 특히 정보공유를 통한 협조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영보험 부문에서는 지난해 7월 장기보험 관련 현안과 제도 개선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유관기관 공동대응 TF가 구성됐으며, 경찰청 보험사기 특별단속 기간 동안 보험사기건 적발 및 자료분석을 지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의료법인 설립요건 강화, 불법개선 의료기관 예측ㆍ감지시스템 고도화, 사무장병원 조사 거부 시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제재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2009년에는 ‘정부합동보험범죄전담대책반’이 구성돼 공ㆍ사 협력을 위한 시도가 이뤄졌으나,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책반은 검찰청, 경찰청,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이 참여해 서울중앙지검 내에 한시 조직으로 설치됐다. 2017년 말 9개 기관 파견자를 복귀시키고, 서울지방검찰청 형사 4부에서 단독 운영되다가 2019년 3월에 대검찰청 형사부로 이관되면서 상설기구가 됐다.

변 연구위원은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 간의 협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공ㆍ사 간 데이터 공유 문제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명 및 장기손해 보험사기 및 국민건강보험 부당청구의 효과적인 적발과 방지를 위해서는 민영보험과 국민건강보험 간의 데이터 및 정보공유, 데이터분석, 공동조사 등 실효성 있는 공ㆍ사 협력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보험사기 건은 개별 건만을 검토할 때는 적발이 불가능하나, 집적된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동일한 수법, 동일한 사기자의 사기 패턴을 발견해 낼 수 있으므로 정보의 공유와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 권역에서의 보험사기 적발은 연루된 사기범을 검거함으로써 다른 권역의 보험사기를 적발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변 연구위원은 전했다.

변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관련 자료 요청권의 법적 근거 마련 등, 공ㆍ사 간 정보 공유를 위한 입법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정부, 소비자, 보험회사, 의료기관 등으로 구성된 독립된 기관을 설립해 공동으로 보험사기 및 국민건강보험 부당청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변 연구위원은 의료사기(Healthcare Fraud) 방지를 위해 참고할만한 공ㆍ사 협조 체계 사례로 미국의 ‘HFPP(Healthcare Fraud Prevention Partnership)’을 제시했다.

‘HFPP’은 연방정부, 주정부, 법집행기관, 민영 건강보험회사, 의료사기 방지단체 간의 공ㆍ사 협조를 위해 2012년에 설립됐다.

협력 연방정부기관에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재정청(CMS), 급여조사국(OIG), 노동부 연방산재보험, 국방부 건강국(DHA), 법무부 연방수사국 등이 포함된다.

협의체는 이사회, 데이터 교환, 분석결과의 운영 및 기술적 측면을 검토하는 데이터분석ㆍ검토위원회(DARC), 종합적 분석결과와 모범사례 등의 공유를 담당하는 정보공유위원회(ISC)로 구성된다.

협의체는 의료사기 적발 및 방지를 위해 공ㆍ사 간 데이터 및 정보 공유, 공유된 정보 분석도구 활용, 사기방지 모범사례와 효과적인 적발 및 방지 방법 공유를 위한 포럼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 보건의료재정청과 계약을 맺은 제3신뢰기관(TTP, Trusted Third Party)이 안전한 데이터 관리 분석환경, 데이터분석에 대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데이터분석 운영을 담당한다.

‘HFPP’은 오피오이드(Opioids) 남용 및 사용장애, 임상실험서비스(Clinical Laboratory Services) 분야의 의료사기 등에 대한 조사 및 분석, 정보공유, 관련 대응전략 수립 등 체계적인 대응을 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