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구 이동 확산에 따라 감염병 경로가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어 감염병 관리 체계에서 국경과 인구 이동에 대한 관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가운데, 국제적인 인구 이동을 통한 감염병 확산 우려가 증폭된 현시점에서 국내 보건의료 체계는 다양하고 복잡해진 국제적 이동에 대한 이해와 정보에 기초해 정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이슈앤포커스-코로나19 특집호 7편’에서 신윤정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글로벌 인구 이동과 감염병 확산: 국제이주기구(IOM) 보건ㆍ국경ㆍ이동 관리(HBMM) 체계의 시사점’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는 국제 이주에 따른 이주민 감염 예방과 이주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 이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국제 인구 이동에 따른 감염병 확산에 대응해 정책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각 국가는 국경 간 이동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강한 후베이성 지역에 대해 입국 제한을 했으며, 일본인의 무사증 입국 제도를 중지하고, 4월 1일부터 체류 지역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 동안의 의무적 격리를 시행하게 됐다.

3월 24일 현재 한국인 입국자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한 국가 및 지역은 141개(한국 전역 137개, 한국 일부 지역 4개)이고, 격리 조치는 15개, 검역 강화 및 권고를 한 국가는 23개 국가다.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는 ‘보건ㆍ국경ㆍ이동 관리(HBMM, Health, Border and Mobility Management)’ 체계를 통해 국가 간 감염병 관리 체계에서 국경과 인구 이동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이동으로 인해 감염병 경로가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므로 감염병 예방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체계에서는 국가 간 인구 이동에 대한 상세한 이해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8년 국내 총 출입국자 수는 8,890만 8,42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 총 출입국자 수 2,180만 1,568명과 비교해 무려 4배 증가한 수치다.

총 출입국자 중 내국인과 외국인은 각각 65.1%(5,785만 9,670명)와 34.9%(3,104만 8,750명)로, 2014년과 비교해 내국인 비율이 높아졌다.

국내 입국자 중 외국인의 수는 2018년 1,563만 522명으로, 2014년 1,426만 4,508명과 비교해 약 1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입국자의 체류 자격별 비율을 보면, 관광통과(B-2)가 40.8%(637만 8,362명)로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단기 방문(C-3)이 26.4%(412만 7,283)로 높게 나타난다.

국적별 비율을 보면 중국이 32.2%(503만 2,905명)로 가장 높고, 일본 19.0%(297만 6,445명), 대만 7.3%(114만 6,215명), 미국 6.8%(106만 8,173명), 홍콩 4.4%(67만 9,942명)이 뒤를 잇는다.

외국인 출국자는 1,452만 8,357명으로 체류 기간에 따라 구분해 보면 5일 이하가 62%(900만 7,859명), 6~10일 이하가 11.1%(161만 8,567명)로 외국인의 87.3%가 3개월 이하 단기 체류 후 출국하고 있었다.

국제이주기구는 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현대 사회의 감염병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는 글로벌 인구 이동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와 함께 ‘국경 간 보건 작업반 회의(Cross-bprder Heatlh Working Group)’를 마련해 국가 간에 발생하는 감염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유했다.

HBMM의 목적은 국경을 중심으로 한 국제 인구 이동 경로(발생지, 환승지, 목적지, 귀환지 등)와 감염 취약 지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및 기타 건강 위험 요인을 예방하고 탐지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HBMM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국제적인 인구 이동이 물리적 규제를 받는 지역(공식적인 입국 장소)을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이동 경로와 감염 취약 지역에서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HBMM은 국제 인구 이동 유형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 그리고 국제 인구 이동 경로 및 감염 취약 지역에서의 질병 감시와 대응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체계를 제시했다.

HBMM은 1차 보건의료 체계를 중심으로 국제 인구 이동의 역동성에 대응해 보건의료 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HBMM의 주요 내용은 ‘연속적인 국제 이동 경로(The Mobility Continuum)’와 ‘HBMM 체계의 네 가지 축(Four Pillars of the HBMM Framework)’으로 구성돼 있다.

‘연속적인 국제 이동 경로’는 출발지와 도착지 및 중간 이동 경로를 포함한 연속적인 국제 이동의 과정과 이러한 과정에서의 감염 취약 지역을 도식화한 것이다.

국제적인 인구 이동은 다양한 교통수단, 이동 경로, 환승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서로 연결돼 있고, 경로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이뤄진다.

출발지를 떠나 도착지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이동 경로에서 사람들은 환승지, 임시 거주지, 시장, 선착장, 공항, 작업 장소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다양한 장소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장소는 인구 이동의 규모, 이동자와 지역사회 간의 상호 작용, 감염병 발병 등의 위해 요인에 따라 감염 취약성을 가질 수 있다.

신윤정 연구위원은 “국제 인구 이동 유형을 도식화해 감염 취약 지역을 파악하는 것은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을 때 증거와 정보에 기반해 건강 상태 검사와 의뢰 체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국가 간 이동 중 감염 취약 지역에서 건강 이상이 발견된 사람은 붉은색 화살표를 따라 지역사회 공공보건시설로 옮겨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신 연구위원은 “이러한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 이동 경로, 국제 이동자 밀집 지역, 비상 운영 센터, 보건 서비스 간에 긴밀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HBMM의 네 가지 축 체계*자료: 국제이주기구(IOM, 3월 4일 인출)
HBMM의 네 가지 축 체계*자료: 국제이주기구(IOM, 3월 4일 인출)

또한 ‘HBMM 체계의 네 가지 축’은 WHO의 ‘이민과 보건에 대한 결의안’을 기초로 마련됐으며, 보건ㆍ국경ㆍ인구 이동에 대한 관점을 포괄한다는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축은 ‘보건ㆍ국경ㆍ인구 이동 관리에 대한 정책 및 법적 체계’, 두 번째 축은 ‘연구ㆍ실증적 증거ㆍ자료 수집 및 공유’, 세번째 축은 ‘보건 체계 및 국경 관리 서비스에 대한 역량 강화’, 네 번째 축은 ‘국제적 파트너십 및 네트워크 구축’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축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10개의 행동 강령이 포함돼 있으며, 활동ㆍ산출ㆍ결과ㆍ대응 체계 단계에서 각 행동 강령이 취해질 수 있다.

HBMM은 포괄성을 지향하며 모든 요소가 구현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네 가지 축은 독립적인 행동으로 추진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상호 연관돼야 하며, HBMM의 목적 달성을 위해 상호 지원적이어야 한다.

활동ㆍ산출ㆍ결과ㆍ대응 체계에서의 HBMM 행동 강령
활동ㆍ산출ㆍ결과ㆍ대응 체계에서의 HBMM 행동 강령

신윤정 연구위원은 “국제적인 인구 이동을 통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국내 보건의료 체계는 다양하고 복잡해진 국제적 이동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정보에 기초해 감염병 예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신 연구위원은 “감염병의 근원지와 국제 인구 이동 경로를 파악해 주요 감염 취약 지역에 대한 감염병 감시 및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빈번한 국제 이동이 이뤄지는 주요 국가와 공조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로 선언하는 한편, 이동과 교역에 대한 제한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가마다 자국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이동 제한을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국가별로 서로 다른 입국 제한 및 입국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연구위원은 “국가나 지역의 감염 위험성 정도, 이동 제한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정부는 국제 이주에 따른 이주민 감염 예방과 이주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이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국제 인구 이동에 따른 감염병 확산에 대응해 정책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일차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감염병이 국외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므로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라며, “글로벌 감염병 확산이 특정 국가의 국민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국민 교육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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