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은 ‘COVID19’ 위기를 기회삼아 의과대학 정원 증가와 공공의대 신설을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역대 정권의 의사인력 정책은 선거철 마다 펄럭였던 대표적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의 상징적 깃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시그널에 맞추어 해당 부처와 지역구 의원들은 때를 놓칠세라 의대 설립을 위한 각종 법안 만들기에 분주하다.

전 세계가 심각한 감염병 팬데믹 위기 상황이지만 무슨 영문인지 의사수가 많은 유럽 지역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은 이번 사태로 매우 고전 중인데도 의사인력 증원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공약사항인 의사인력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은 이미 권력의 중심부인 청와대를 거쳐 정치권과 행정부의 실행단계만 남아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의사 수의 증가로 단순화하여 해결하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아마도 정치권이나 해당 정부 부처는 충성 경쟁으로 인력 증원에 더욱 더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팬데믹 위기 호기삼아 의대신설 의사 수 증원에 강공 OECD 평균 논리에 매몰 
의대정원 증가나 공공의대 신설의 근거로 OECD 국가의 평균 의사 수는 이제 절대적이고 신성시 되는 우리나라의 표준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OECD 회원국이 갖는 다른 특성은 굳이 인용하거나 인정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적정 의사 수의 산정에서 OECD 평균이 국가적이고 규범적 표준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의 문제는 이미 지적되어 학계에 잘 알려져 있다.

OECD 평균이 국가적 목표가 아닌 우리나라 나름대로의 특성이 반영된 의료에 고유한 목표는 없어 보인다.

이른바 ‘K 방역’으로 고유명사를 부여하여 자화자찬하는 현 정권이 K의료가 무엇이고,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의료 취약지와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직 완전고용이 국가적 목표가 된 것처럼 보인다. 의사만 배치하고 나면 마치 모든 의료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이미 법으로 정하여 5년 마다 수립해야 할 보건의료발전계획은 법 통과 이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량부족의 정부답게 의료문제를 섣불리 일차원적 사고에 의존한 양적 성장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지속 가능성의 문제로 한계에 다다른 문케어의 모습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국제적으로 의사의 수를 늘려 취약지를 해결한다는 방안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많은 나라의 경험과 기록으로 증명되고 있다.

21세기 의사인력에 관한 내용으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나라는 그리스로 인구 1,100만 명 규모에 의료 환경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의과대학 정원에 대한 ‘조절 기능’이 존재하지 않아 의사 과잉 배출국이 보여주는 문제점과 그 부작용은 무엇인지 그 전형적인 모습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정부 주도로 의사 수에 대한 양적 증가만으로는 공공기관의 의사충원이나 취약지 해결이 안 된다는 본보기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검사의학 등 비슷한 의료 환경의 그리스 의사 증원만으로 취약지 해결 불가 증명
그리스는 2007년 이미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5.35으로 의사 과잉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일반의(GP)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나라의 하나였고, 대부분의 의사는 도시에 편중되어 나머지 상당 부분의 외곽지역을 의료 취약지로 전락시켰다.

그리스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수와 주민의 건강의 상관관계는 매우 불투명하여 반드시 의사수가 많다고 하여 특정국가의 주민건강 상태가 우수하지 않는 것으로 관련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리스가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점은 의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의료문화’로써 각종 검사와 처치, 그리고 약제비가 의료과소비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OECD국가들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와 매우 닮아 있다.

여기에 일반의(가정의학)와 전문의 수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어 의사의 대부분은 전문의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그리스 의사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것 보다는 도시의 민간병원 근무를 더 원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와 이로 인한 의사 개인의 장래와 발전 가능성에 악영향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질적 수준과 신뢴 문제 때문에 지불 능력이 있는 국민은 대부분 대도시 민간병원을 선택한다.

그래도 공공의료의 비율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높아 민간의료가 차지하는 폭은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스도 우리나라와 같이 전공의 수급산정의 적절한 정책과 조절 역량이 없는 나라여서 의사의 과잉배출에도 지역 간, 그리고 의료 직역 간에 큰 격차와 불균형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그리스 정부는 1차 진료와 예방, 그리고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의료정책의 낙후성과 정치의 문제가 결합된 결과로 2000년 이후 의사 수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의료불균형이나 전달체계 등은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었다.

전공의 지원에서도 속칭 ‘인기 과 편중현상’이 두드러졌다. 지속적인 의사 수 증가에도 지난 20년 동안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현재 인구 1000명당 6.3명의 의사를 보유한 대표적인 의사과잉 배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아테네에 거주하는 의사의 28%는 실직이나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 의사 기능적 역할 분배 실패 공공의료조차 외면 의사 불완전 고용 노출  
해외로 이주한 그리스 의사는 1만 7,500명에 이르는 반면 6,000여 곳에 이르는 자국의 공공병원 의사직은 ‘공석’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리스는 현재 약 2만 명의 전문의가 과잉 배출되고 있는 반면에, 의사 수 보다 적은 수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어 심각한 간호인력 부족 현상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약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과잉배출 되고 있어 그리스의 보건의료 인력정책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의 그리스를 보면 우리나라와 의료 환경이 매우 유사한데 특히 전문의 배출에 대한 적절한 조절 기제가 존재하지 않고 일반의와 전문의 사이의 의료전달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 공공병원에 대한 신뢰도 민간 사립병원에 비하여 현저히 낮으며, 거주지에 공공병원이 있어도 환자들이 대도시로 몰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서도 약제비 사용량이나 의료수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악순환의 연쇄적인 연결고리 현상처럼 보인다. 

의사의 수가 취약지 해결을 못한다는 사례는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웨덴도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4.0에 근접하는 OECD국가 중 상위 랭킹 국가 중 하나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높은 의사비율에도 주치의 대기시간과 응급이 아닌 외과 수술의 대기기간이 매우 길다는 사실이다.

보통 외과 환자의 1/3 이상이 90일 이상의 긴 대기기간을 기록한다고 한다. 이런 사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최근 법으로 환자의 주치의 면담을 1주일 이내, 그리고 외과수술의 대기 기간을 90일 이내로 규정하였다고 한다.

특히 많은 수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지역의 의료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정치인들이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일찍이 도입한 원격의료 시스템도 전체 이용자의 절반이 약간 밑도는 수준에서 취약지가 아닌 수도 스톡홀름에 집중되어 있다.

▽각국별 사회문화 역량 특성 무시 OECD 평균 치명적 함정 정부 정책 알 박기용 불과 
의사인력의 추계는 단순한 산술계산이 아닌 매우 복잡하고도 어려운 사안이다.

우리 정부와 관변학자들이 흔히 인용하는 ‘OECD 평균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참고사항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국가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현안에 단순 참고사항을 절대치로 대입하여 정책을 결정할 경우 그 결과는 어찌 될 것인지 상상해보라.

OECD 회원국은 그 회원국으로서 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배경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 모두 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행동이나 습관이 이들 회원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다른 점이 존재한다.

특히나 콘크리트처럼 이미 견고하게 굳어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의료문화로써 도저히 바꿀 수 없어 보이는 것도 당연히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의 입맛에 맞게 OECD 평균을 일반화하여 규범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매우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이성적이며, 이로 인해 타당성 면에서도 매우 적절치가 않은 것이다.

이미 속전속결 트랙의 전문의 진료와 검사의학이 기본인 우리나라의 의료문화는 철저한 의료전달 체계를 인위적으로 강제한다 하여도 과연 국민들이 보여주는 1차 진료에 대한 신뢰와 대도시 대학병원 전문의 진료 선호현상은 극복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진정한 의료에 대한  요구(Need)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요(Demand)도 아닌 현란한 색채를 띠우는 광고학에서 보여주는 소비자 선택(Wants)으로 보이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집중 현상도 어떻게 해결할지 난감한 과제도 보인다.

솔직히 우리나라 현재의 수진율이 세계 최고인 것을 감안하여 적절한 대책으로 수진율 감소를 유도한다면 현재의 의사증가율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사인력의 단순한 양적 증가로 의료불균형이나 취약지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개원의가 많다는 주장에도 과연 어떻게 이들을 적정규모의 병원으로 흡수할지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각종 세금을 제하고 제시하는 고액의 월급인 1400만원을 지급한다 하여도 중소병원에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인 것이 우리의 의료 현실이다. 고액의 연봉에도 왜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을까? 

▽선동적 포퓰리즘 물결에 전문성 자율성 모두 휩쓸릴 수 있어 이성적 정책으로 맞서야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간섭이나 규제라는 것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정부의 규제에도 진절머리가 나는데 하물며 근무 기관 내에서 보이지 않는 규제와 속박은 요즘 세대의 젊은 의사들에게는 더욱 더 매력이 없어 보일 것이다.

고액의 월급 조건에서 참고 일해야 하는 근무환경은 어떨지도 궁금하기만 하다. 프랑스에서는 단 하루만 근무해도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여 사전에 의사면허기구에 제출해야 하고, 심사도 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검토 사안은 의사의 임상적 자율성에 대한 보장으로 고용주라고 해서 의사의 결정에 시시콜콜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상업적 활동 방지에 대한 약속과 책임 있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부당한 압력에 의한 상업적 의료를 통한 수익증대를 도모하지 못하도록 이성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소위 페이닥터가 상상 이상의 높은 급여를 받으려면 병원 경영주가 기대하는 근무형태나 병원의 수입구조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해야 하는지 상상만으로도 어지럽다.

의사의 자기개발과 자신의 삶, 그리고 휴가와 당직 등 세세한 부분의 근로조건이 무엇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리스의 사례에서 보듯 의사 과잉에도 공석으로 남아 있는 6,000 곳의 공공병원의 현주소를 보면서 단순히 낙수효과로 의사가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원초적 낙관론일 것이 뻔하다.

오히려 무분별한 의대 신설과 의사인력 증원으로 현 상황의 개선보다는 역기능을 초래하여 돌이킬 수 없는 긴 악의 협곡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리스의 의사인력 정책을 보면서,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정확한 추계에 의한 의사인력이 산출이 아닌 정치적 구호의 의사증원 정책이 지배하여 끌고 간다면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란 법이 없다고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국가 의사인력 정책에 엄중한 경계를 요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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