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을 목전에 둔 5일 정부와 의료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증원계획 강행을 전제로 의사협회가 요구한 협의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협회는 이를 거부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단체행동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5일 오전 의대정원 증원 및 의료계 집단휴진 추진과 관련한 의료계 및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복지부는 지난 7월 23일 당ㆍ정 협의를 통해 발표한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방안’은 현재 정원인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 간 한시적으로 유지하자는 내용이라며, 연간 40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되 ▲의사가 부족한 지방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 종사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사인력을 늘려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 수는 13만명이지만, 현재 활동의사 수는 10만 명에 불과하며, OECD 평균만큼 필요한 활동의사는 약 16만 명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은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반해, 경북 1.4명, 충남 1.5명으로 지역 편차가 크고 지역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 전문의 10만 명 중 필수진료과목인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전문의는 48명으로 적은 수준이고, 미래 첨단산업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산업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기초의학이나 응용의학의 발전을 도모할 의과학자의 양성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증원된 의사 인력을 활용해 지역 의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인재 위주로 선발하고,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의무복무 기간 동안에는 지역의 중증ㆍ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전문과목 선택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필수 전문과목으로 제한할 계획이며,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무복무 후에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 의료체계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소개했다.

의료공급이 취약한 지방의 의료기관에는 ‘지역가산수가’를 도입해 지역 의료기관이 발전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에 양질의 필수 중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가칭) 지역우수병원’으로 지정해 지역의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이 국민을 위한 의료체계의 개선과 국가적인 의료발전을 위한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며, 의료계의 고민도 함께 고려했다는 점을 의료계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가 요구한 협의체 구성을 전적으로 수용해, 향후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집단휴진 등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에게 위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국무총리실에 의료정책과 관련해 직접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복지부와는 조율중이던 만남을 취소하고, 선을 그었다고 분명히 했다. 복지부가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각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전공의 복무 관리, 감독을 요청하는 등 단체행동을 예고한 젊은 의사들을 압박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4일 전국 수련병원 수련 책임자를 대상으로 의대증원 방안 및 전공의 관련 사업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또,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복무 관리 감독 철저 및 복무 현황 자료 제출’ 요청 공문도 발송했다.

공문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의 복무 관리, 감독에 철저를 기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수련 규칙 표준(안)의 전공의는 상급자 및 상사의 지시를 준수해야 한다는 복무 준수사항을 명시해 사실상 수련병원에 전공의 단체행동 단속을 주문했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복지부가 수련병원을 이용해 전공의를 압박하고 마치 나라가 병사를 부리듯 복무 상황을 감독하겠다고 나오면서 당사자들은 물론, 의료계 전역의 반감을 사고 있다.”라며, “특히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전공의 휴가 상황을 보고하라는 것은 위원회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장관이 나서 공개적으로 의료계와 대화하겠다고 말하는 가운데, 복지부 일부 인사가 뒤로는 ‘기득권인 의사집단은 단합하지 못할 것’, ‘설령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철저히 실패할 것’이라며 의대정원 증원 등이 모두 원안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복수의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라며, “이런 상태로는 신뢰를 갖고 대화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최대집 의협회장은 전공의 파업과 관련해 교수들을 대상으로 서신을 보내,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력자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8월 7일은 후배이자 제자이며 의료의 미래인 젊은 의사들이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맞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하루가 되도록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님들이 배려하고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 본연의 사명으로 그동안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었던 젊은 의사들이 이제는 제발 우리의 이야기도 한번은 들어달라며 외치는 이 절박한 목소리에 힘을 보태달라.

최 회장은 “복지부는 만나서 대화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도 이미 발표한 정책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정부의 구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배의사들이 전공의의 공백을 채우고 전공의들이 부담 갖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전공의협의회는 5일 오후 8시경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젊은의사 단체행동 일정을 공개했다.

젊은의사 단체행동은 7일(금) 오전 7시부터 8일(토) 오전 7시까지 24시간 진행되며, 대상은 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인턴, 레지던트 전체이다.

장소는 서울ㆍ경기ㆍ인천(여의대로), 제주(제주도의사회관), 강원(강원도청 앞), 대전ㆍ충청(대전역 서광장), 부산ㆍ울산ㆍ경남(벡스코), 광주ㆍ전남(김대중컨벤션센터), 대구ㆍ경북과 전북은 섭외중이라고 안내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이날 SNS 단체행동, 헌혈 릴레이, 야외집회, 철야 정책토론 등을 진행한다.

특히, 서울ㆍ경기ㆍ인천 젊은의사들은 7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에 모여 야외집회를 진행한 뒤, 서울시의사회관에 모여 철야 정책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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