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4학년 의대생들이 24일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 의사를 밝히자 의료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대한의사협회다. 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24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전향적 조치를 촉구했다.

의사협회는 “학생들의 치열한 고민과 힘겨운 결정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겠다.”라며, “정부에 학생들이 본연의 자리에 서도록 전향적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갔다.”라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 속에서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들을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함으로써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 정부가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최대집 회장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긴급 면담을 갖고, 의대ㆍ의전원생들이 국시를 원만히 치를 수 있도록 여당이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의대ㆍ의전원생들이 치열한 고민 끝에 국시 응시 의사 표명이라는 결정을 한 만큼, 국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의협과 복지부 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협조 필요성을 전달했다.

이어, 최 회장은 25일에는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만나 의대ㆍ의전원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 회장은 “본과 4학년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는 국가 보건의료인력 수급에 있어 매우 중대한 문제다.”라며, “정부가 10년간 4,000명의 신규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의대ㆍ의전원생들로 인해 당장 내년 3,000명 가까운 의사가 일선 의료현장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의사인력이 의료기관으로 투입되지 못하면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의협과 보건복지부, 그리고 국시원이 상호 협력해 의대생 국시 응시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수련병원 단체들도 공동선명을 내고 의사국가고시 정상화를 통해 코로나로 다가올 의료공백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ㆍ국립대학교병원협회ㆍ사립대학교병원협회ㆍ상급종합병원협의회ㆍ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본과 4학년생들이 국가고시 접수 기한이 지나 형평성을 생각하면 추가 기회를 부여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의사를 밝혔다.”라며,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국민 건강을 위한 바른 선택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수련병원들은 “국민의 시선이 차갑고 정부 역시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해서 국가고시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라며,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향후 10년동안 매년 500명을 추가 양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당장 내년에 무려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심각한 상황이다. 감정 만이 아니라 이성으로 숙고하며 국민건강에 무엇이 최선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수련병원들은 “내년에 인턴이 배출되지 못하면 전국 병원들의 전공의 수련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전공의 업무의 일부를 도와오던 인턴의 부재는 그렇지 않아도 주 80시간 일하는 전공의들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코로나 선별진료소와 중환자실 케어의 최전선에서 전공의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기에 이들의 공백은 코로나 대응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라며, “의료 취약지역과 군대의 의무 영역도 매우 큰 공백이 초래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수련병원들은 “국민의 아픔과 고통에 민감하지 못했던 부족함은 스승과 선배들을 책망하고, “학생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국민이 도와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날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국민과 정부에 드리는 호소문’을 내고, 의대생들에게 의사국시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한림원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내년 1년 의사 배출의 공백이 가져올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1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며 그 피해는 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라며, “전국 대학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도 확보하지 못하게 돼 지속적인 의료공백을 유발함으로써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림원은 “국가고시를 치르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진료공백 사태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료행복을 추구해온 원로 의학자이자 의료인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의대생에게 의사국가고시의 기회를 주도록 국민이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의료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의사국시 추가 기회 제공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대생들의 의사 표명만으로 추가적인 국가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라며,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있어 많은 국민이 불공정한 특혜로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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