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 선택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아니라 범의료계투쟁위원회(범투위)였다.

대의원회는 2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힐튼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 및 임원 불신임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표결했다.

182명 참석으로 성원이 이뤄져 시작된 이날 총회에서는 제1안건인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부터 방상혁 상근부회장 불신임안, 박종혁 총무이사 등 임원 6명 불신임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등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먼저,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42명중 참석대의원 203명이 투표해, 찬성 114명, 반대 85명, 기권 4명으로 부결됐다.

회장 불신임 요건은 재적대의원 3분의 2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3분의 2의 찬성이다. 출석대의원 203명 기준으로 136명을 넘겨야 하는데 22표가 부족했다.

불신임 찬성률은 56.16%로 과반인 102명을 12명 넘겼다. 최대집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표결 결과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방상혁 상근부회장 불신임안은 재적대의원 242명중 참석대의원 201명이 투표해, 찬성 94명, 반대 104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불신임 기준인 101명에 7명이 모자랐다.

회장이 임명한 임원에 대한 불신임은 재적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박종혁 총무이사를 비롯한 임원 6명에 대한 불신임안도 모두 부결됐다.

박종혁 총무이사는 참석대의원 201명 중 찬성 72명, 반대 123명, 기권 6명, 박용언 의무이사는 찬성 69명, 반대 125명, 기권 7명, 성종호 정책이사 찬성 68명, 반대 127명, 기권 6명으로 불신임안이 부결됐다.

이어, 송명제 대외협력이사는 찬성 76명, 반대 120명, 기권 5명, 조민호 기획이사는 찬성 66명, 반대 129명, 기권 6명, 김대하 홍보이사 찬성 68명, 반대 127명, 기권 6명으로 불신임안이 부결됐다.

의사협회 회장 및 임원 불신임안 의결 결과
의사협회 회장 및 임원 불신임안 의결 결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은 임원 불신임안과 달리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

참석대의원 174명중 찬성 87명, 반대 87명으로 가부동수가 나와 정관 제19조(총회의결 정속수)에 따라 부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기명 투표와 기명 투표가 함께 진행된 점과, 이철호 의장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 주승행 의장대행(부의장)의 투표권 유무, 대의원의 이석 등이 논란이 됐다.

비대위 구성 표결을 시작하면서 주승행 의장대행은 비대위 구성의 중요성을 고려해 무기명으로 투표하겠다고 발언한 뒤 의사봉을 두드렸다.

투표가 시작된 지 약 3분여가 지나고 있을 무렵, 최상림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관한 건은 대의원이 어떤 의견을 표명했는지 회원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기명투표를 요구했다. 그는 투표 전부터 발언권을 요구했으나 방송시스템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기명투표 요구가 계속되자 주승행 의장대행은 비대위 구성 투표가 진행되는 중 표결 방식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서 기명투표로 결정되자, 이번엔 이미 무기명 투표를 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간 대의원이 문제가 됐다.

무기명 투표는 사표라는 주장과 무기명 투표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김경수 대의원이 무기명 투표를 인정하고 남은 대의원은 기명 투표로 하자는 의견을 제시해 참석대의원 155명중 찬성 113명, 반대 42명으로 양쪽을 인정하고 진행하는 방향으로 결론났다.

무기명 투표와 기명 투표를 모두 개표한 결과, 찬성 87명, 반대 87명으로 가부 동수가 나왔고, 주승행 의장대행은 비대위 구성안 부결을 선언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그러나 정영진 대의원이 의장에게는 투표권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정 대의원은 “대의원회 운영규정 제5조에 따르면, 의장은 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으나, 의장 본인의 소속 위원회 외에는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라며, “의장은 표결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세헌 대의원은 “대의원회 운영규정 제5조는 제목이 의장의 위원회 출석과 발언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철호 대의원의장은 홍보ㆍ의무 분과위원회 소속이다. 예결산 분과위원회에 가서 발언할 수 있지만 타 위원회에 가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지,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승행 의장대행은 “법제이사의 법리해석과 여러 대의원의 의견을 고려했다.”라며, 비대위 구성의 건이 부결됐다고 다시 선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투표를 한 대의원의 이석 문제가 제기됐다.

한 대의원은 “대의원회 운영규정에는 기명 또는 무기명투표가 시작되면 표결결과의 낭독과 표결선포가 될 때까지 대의원은 의석을 이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재석 대의원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승행 의장대행은 “특수한 상황이 발어져 두 개의 투표를 같이 할 것인가를 가결해서 했다.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의장대행은 “각 방에 마이크 시설이 제대로 안돼 대의원들이 발언할 기회가 제대로 가지 않고 회의 진행이 원만하지 않았다.”라면서, “처음으로 섹션을 나눠서 하는 총회인만큼 준비한다고 했지만 실수가 있었다. 양해해 달라.”며 사과했다.

대의원들이 비대위 구성을 부결시킴에 따라, 앞으로 투쟁과 협상은 범의료계투쟁위원회가 맡게 됐다.

앞서 최대집 의협회장은 불신임 신상발언에서 “범투위 위원장 직을 사퇴하고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이 신뢰할 수 있는 명망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사를 새로운 위원장으로 모시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범투위는 이제 투쟁뿐만 아니라 당ㆍ정과의 합의 이행을 감시하고 협상과 정책 실무의 기능까지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더욱 크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라며, “투쟁의 주역이자 의료계의 미래인 젊은 의사들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물론, 정책 설계와 조직 강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의료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비대위 구성안 표결에 앞서 발언권을 얻은 전공의 신비대위 정원상 공동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전공의들이나 의대생들이 상처가 깊다. 새 비대위를 만드는 것보다, 앞으로 전공의들이 주축이 돼 파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4대악 법안이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는지 매일 확인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 올라가는 게 포착되면 바로 파업할 준비가 돼 있다. 비대위가 새로 꾸려지는 것보다는 전공의 신비대위를 주축으로 해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은 의대생을 총알받이로 쓰는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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