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이유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이 연달아 발의되자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뒤 20일 현재까지 발의된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3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7월 17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7월 31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10월 8일 각각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재수 의원안은 보험회사로 하여금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했고, 보험회사ㆍ보험가입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윤창현 의원안과 고용진 의원안도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전문중계기관으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실손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한 꼼수법안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상해ㆍ질병에 따른 입원ㆍ통원ㆍ처방 시 발생하는 의료비 중 공적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분을 제외한 본인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보험상품으로 현재 약 60% 초중반의 보장률에 머물고 있는 공적 건강보험에 추가적인 보장을 제공하면서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현재 실손보험지급은 보험자가 진료를 받은 후 전화ㆍ인터넷 등을 이용해 보험회사로 통보하면,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구비해야 할 서류를 통지하면 피보험자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해 방문하거나 팩스, 우편, 이메일, 스마트폰, 보험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한 후, 보험회사가 사고내용 확인 또는 조사, 지급보험금 평가 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절차로 이뤄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시 피보험자가 영수증, 진단서, 진료비 내역서 등 서류를 직접 발급받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피보험자는 행정절차의 불편 및 그로 인한 소액 보험금의 청구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보험회사는 청구서류를 수작업으로 전산 입력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행정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어 보험금 청구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국회 전문위원은 이 법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까?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준 수석전문위원은 보험업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은 보험소비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필요서류의 전자적 전송 요청권 및 보험회사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의 구축ㆍ운영ㆍ위탁 등 서류 전송 절차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시 보험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청구 불편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 포기 등의 문제를 완화하려는 것으로 긍정적인 입법조치로 생각된다.”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또 “보험소비자의 청구편의 제고와 더불어 보험회사는 제출된 서류를 확인해 수기로 전산입력하는 등의 업무 부담이 감소되고, 요양기관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발급을 위한 인력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보험금 지급 소요기간 단축은 물론 보험급 지급행정의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위원은 보험업법 개정을 위해선 다양한 논의사항이 있다고 전제했다.

먼저 이 위원은 “개정안은 의료비 증명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할 것을 요청 받으면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를 요양기관에 부과하고 있는데, 실손의료보험계약에 있어 요양기관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요양기관에게 보험금 지급 행정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찬반 의견이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이 위원은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 관련 사항은 가입이 강제되는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책임보험과 달리 공적 제도가 아닌 민간보험사의 사적 계약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제3자인 요양기관에 본연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민간보험계약 관련 사항에 대해 법적인 의무를 부화하는 것은 부당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반면, 요양기관은 환자와 의료계약을 체결한 주체로서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환자가 정보를 전송하도록 지정한 제3자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송하는 것은 요양기관이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는 반론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위원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위해 제출되는 의료비 증명서류에는 환자의 건강에 관한 민감벙보가 포함될 수 있는데, 이러한 서류가 요양기관을 통해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해당 정보가 보험금 지급 외의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타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의 예로,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의 진료기록, 진료비 청구 내역 등의 진료 정보를 축적해 보험의 가입이나 갱신, 지급 거부 등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위원은 중계기관이 갖춰야할 자격ㆍ설비ㆍ인력 등 요건을 포괄위임한 부분을 지적했다.

이 위원은 “개정안에서는 보험급 청구 전산시스템의 구축ㆍ운영에 관한 사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계기관은 민감정보가 포함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서류의 전송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및 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보험회사 및 요양기관에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중계기관의 자격ㆍ설비ㆍ인력 관련 요건에 대해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포괄위임하고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요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개정안은 의료비 서류 전송비용과 관련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관련 업무는 보험회사와 보험소비자 간의 계약에 근거한 업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자적 전송과 관련된 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개별 서류의 발송 및 수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계약당사자인 보험회사가 부담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시했다.

이 위원은 “개정안이 청구절차에 제기되고 있는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 보험소비자들의 편의를 제고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요양기관에 대해 의무 부과의 타당성,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및 오ㆍ남용 우려 등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라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등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국민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민간보험 계약관계에서 제3자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에 서류의 전자적 전송 요청을 따라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의무이행 및 수용성 제고를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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