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이 대의원 정수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논의기구를 구성해 차기 총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의장 이철호) 2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72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가칭)대의원회 개혁을 위한 TF 구성’을 통과시켰다.

현행 정관 제24조(대의원의 정수 및 책정방법)는 대의원의 정수를 250명으로 하며, 책정방법은 ▲고정대의원 시ㆍ도 지부 각 2명 ▲의학회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20명 ▲협의회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10명 ▲군진지부 5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령ㆍ정관 분과위원회는 대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20명 증원하고, 의학회에 대의원 정수의 50명을 배정하고, 협의회에 대의원 정수의 45명을 배정하는 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본회의에서 좌훈정 대의원은 제안설명에서 “젊은 의사를 비롯해서 협의회 중 대표를 대의원으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발의했다.”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좌 대의원은 “의학회 대의원들이 정수가 줄지는 않지만 비례로는 줄었다.”라며, “대학교수들이 전공의 투쟁을 뒷받침한 것을 고려해 의학회는 현행대로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20으로 하고, 협의회는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16으로 수정하겠다.”라고 수정동의안을 제안했다.

좌 대의원의 수정동의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109명, 반대 23명(기권 4명)으로 나와 안건으로 성립되자 찬반 토론이 시작됐다.

김세헌 경기 대의원은 “시도의사회와 협의회를 합치면 개원의 대의원 비율이 60~70%나 된다. 의사협회를 개원의협회라고 아는 국민이 많은 것을 고려해야한다.”라며, “젊은 의사의 참여율을 높이자는 뜻이라면, 협의회 대의원 수를 조정해야 한다.”라며 반대했다.

박철신 충남대의원은 “전공의를 배려하고, 직역협의회에서 대의원을 받지 못하는 곳에 배정하자는 수정동의안에 찬성한다.”라며 동의했다.

윤용선 서울 대의원은 “(개정안이) 투쟁과정에서 전공의들의 투쟁에 대해 대의원회가 소통과 의견수렴을 못했다는 문제제기에서 나왔는데, 대의원 숫자, 분배, 구성은 굉장히 민감하다. 숫자만 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지역과 직역이 모여서 논의체를 만들어서 합의된 안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찬반 토론이 진행되는 중 발언기회를 얻은 전일문 충남대의원은 자신이 제출한 긴급발의안을 먼저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 대의원이 제출한 긴급 발의안은 시ㆍ도지부 각 2명의 고정대의원을 각 1명을 줄이고, 의학회 대의원 정수를 100분의 20에서 100분의 10으로 줄여 현재 50명을 25명으로 줄였다.

이어, 협의회 고정대의원 정수를 100분의 10에서 8로 줄여 현재 25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아울러, 군진지부 고정대의원을 5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고정대의원을 대폭 줄이고 직선제 대의원 비중을 높이는 게 골자다.

전 대의원은 “대의원 정수는 고정하고, 고정대의원 3분의 1로 줄이고 직선제 대의원 늘리자는 안이다.”라며, “회원들은 연령제한을 하자거나, 다선제한 하자거나,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대의원을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의원들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대의원의 긴급 발의안은 찬성 49명, 반대 113명, 기권 6명으로 채택이 거부됐다.

이어진 수정동의안 찬반토론에서 이제혁 경기 대의원은 “대의원 250명이 부족한 게 아니다.”라며 대의원 정수 증원에 반대했다.

이 대의원은 “전일문 대의원이 긴급발의했듯이 고정대의원의 개선을 통해서 합리화하는 게 중요하다. 숫자만 늘린다고 합리화되지 않는다.”라며, “배분 룰을 정한다면, 회비 납부 여부, 투쟁참여 여부,정총ㆍ임총 참석 등 대의원 기본 업무 준수 여부 등을 반영해 배정 숫자를 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정성 광주 대의원은 “대의원 정수 20명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의학회 100분의 20, 협의회 100분의 16으로 정수를 조정하는 것은 반대한다.”라며 의학회 몫이 늘어나는 것에 반대했다.

찬반 토론이 길어지는 가운데 젊은 의사에게 몇 석이 배분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안원일 대구 대의원은 “젊은의사를 늘린다는데 얼마나 늘리는 건가.”라고 묻고,“대의원들은 회원의 민의를 반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전일문 의원이 긴급발의한 안이 민주적이고 민의를 반영한 안이다. (정수를 증원하면) 회원들이 자꾸 뿔뿔히 흩어진다.”라며 정수 증원에 반대한다.

김경수 부산 대의원은 “수정동의안은 정수를 270명으로 늘리고, 의학회는 100분의 20, 협의회는 100분의 16이다. 협의회에는 협의회와 직역협의회가 있는데. 전공의를 몇 명 늘리는 건지 중요한 내용이니 정리해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좌훈정 대의원은 “협의회 내 대의원을 전공의협의회에 몇 명 부여할 지는 보장 못한다.”라며, “취지가 전공의 대의원을 늘리는 것이므로, 대개협ㆍ전공의ㆍ공보의 단체가 모여서 토론을 통해 원만하게 결정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수정동의안 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인수 서울 대의원은 “어느 직역에 몇 명이 배정되는지 전혀 없다, 개정안 내용을 잘 모르면서 표결할 수 없다.”라며, “테스크포스를 만들어서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 표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세헌 경기 대의원은 “오늘 정관개정안이 의결되면 복지부의 인준을 얻어야 하는데 내년 2월 대의원 선거가 진행된다. 다시 TF를 만들어서 내년 정총에서 결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홍춘식 대개협 대의원은 “협의회 정수가 20명이 늘어나는데 대개협 몫을 늘리려는 것 아닌가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협 회장중 대의원이 아닌 분이 3~4명뿐이다. 이들 외에 나머지 17석은 전공의협의회나 들어오지 못한 협의회에 배정 하면 된다.”라며 찬성의견을 냈다.

주예찬 전공의 대의원은 “협의회 정수 배분을 논의할 기구에 전공의가 주축이 돼야 한다.”라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격론 끝에 좌 대의원이 제시한 수정동의안은 찬성 113명, 반대 52명, 기권 8명으로 부결됐다.

이어, 대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늘리되, 대의원 정수를 50명, 협의회 정수를 40명으로 정하는 정관개정안 원안도 찬성 73명, 반대 91명, 기권 7명으로 부결됐다.

윤용선 서울 대의원은 “(대의원 정수) 개정안 부결이 대의원 정수 및 책정방법 개선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정개특위 구성원만으로 결론내기가 어렵다. 다양한 지역과 직역이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라며, “대의원회 개혁 TF를 만들어 논의하자.”라고 긴급동의안을 냈다.

안원일 대구 대의원도 “대의원회 개혁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젊은 의사들의 절규와 열의를 봤으니까 전공의와 전임의에 인원을 배정해서 좋은 개혁안이 나올 수 있도록 의장이 특별히 주장해 달라.”고 제안했다.

TF 구성 긴급발의안이 찬성 134명, 반대 19명, 기권 14명으로 통과되자 이철호 의장은 운영위원회에서 TF를 구성해 총회에 보고하겠다며 논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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